할아버지의 자전거 수업

내 마음속의 ‘시도해 보자’라는 말이 자꾸 내 등을 밀어낸다.

by ROZY


서울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의 코끼리 사육장에는

코끼리 ‘코리’가 살고 있습니다.

코리는 날이 밝아 문밖으로 나와봅니다.

새하얗게 눈으로 덮인 땅을 마주합니다.

바로 뒤돌아 들어가 버립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문 앞으로 다가옵니다.

코리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나와봅니다.

다시 들어갑니다. 엄마도 따라 들어갑니다.


이번엔 엄마랑 나란히 나오는 듯합니다.

코리는 냉큼 몸을 돌려 들어가 버립니다.

엄마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엄마는 코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겨울 공기를 탐색합니다.

코리가 옆으로 다가왔음을 엄마는 본능적으로 압니다.

몸을 틀어 적극적으로 겨울 공기를 마셔봅니다.

코리는 공기를 마시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오후가 되었습니다.

눈이 살짝 녹은 듯했으나 여전히 땅은 하얀 눈밭입니다.

코리와 엄마는 문밖으로 나옵니다.

코리는 엄마를 따라 열 발짝 나와봅니다.

엄마는 눈을 집어 먹어봅니다.

코리는 엄마가 무엇을 먹는지 궁금합니다.

엄마 옆으로 가니, 엄마는 코리를 피해 뒷걸음칩니다.


코리도 눈을 코로 집어 보더니 눈을 흩뿌립니다.

긴 코를 이용해 눈 온도와 촉감을 마구 느껴봅니다.

엄마 주변의 눈이 더욱 좋아 보입니다.

엄마를 밀쳐내 앞에 있는 눈을 마구 흩트립니다.

이제 코리는 코를 공중으로 흔들어 봅니다.

전후좌우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며 눈 위에서 놀아봅니다.






봄을 맞아 서울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 나들이를 갔던 날이었다. 자료화면으로 나온 ‘첫눈을 맞이한 코리’를 보고 엄마 코끼리, 캄순이의 행동에 공감하며 영상이 끝날 때까지 집중하며 보았다.


어린이집에 처음 입소한 아이를 적응시킬 때와의 마음 같기도 했던 코리의 첫눈 맞이 영상은 우리가 접하는 모든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낯선 시선과 함께 ‘이건 자연스러운 거야.’하고 극복하게 도와주는 부모의 모습까지도 말이다.

우리 아이들도 해마다 이 동물원을 찾아오곤 한다. 놀이공원과 동물원까지 돌았는데 거뜬한 딸들이었다. 여기 동물들처럼 부쩍 성장한 것을 느꼈다.


공원을 거닐어 내려오는데 ‘킥보드와 자전거 출입 금지’ 표지가 눈에 띈다. 안전상 금지 차원이다. 그리고 조금 내려오니 공원 주변의 인도로 대여용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가 드문드문 세워져 있었다.


“엄마, 나도 킥보드 타고 싶어!”

“여기선 킥보드나 자전거를 탈 수 없어, 사람이 많아서 서로 부딪힐 수 있어서 그렇게 약속했대.”

“저 자전거도 타보고 싶다!”


내가 유치원을 다닌 시절, 유치원에서 여름 캠프를 진행했었다. 유치원 지하 강당에는 크게 ‘신나는 여름 캠프’라고 장식이 되어 있었다. 나는 어느새 릴레이 게임에 참여하는 어린이가 되어본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건너편 삼각뿔 막대를 돌아와야 했는데 실은 그날이 내가 세발자전거를 생애 처음 타보게 된 날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직선으로 곧잘 타는데, 나는 우왕좌왕하였다. 내 뒤에 친구는 결국 울고야 말았다.

“나도 자전거 잘 타고 싶어!”


엄마 아빠에게 외쳤다. ‘왜, 나만 세발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나는 세발자전거를 원했지만, 아빠는 네발자전거를 구해오셨다. 자세히 말하면 동네 지인 집에서 타지 않은 아이용 두발자전거를 얻어 아빠가 보조 바퀴를 사서 직접 조립해 주신 자전거였다.

“이왕 탈 거면 네발자전거부터 타야지!”

무릎을 구부려 타야 하는 세발자전거보다 네발자전거를 타니 내가 초등학교 상급생 언니가 된 기분이었다. 동네를 신나게 돌며 자전거를 익혔다.

시간이 흘러 네발자전거를 타고 두발자전거를 타게 되었고, 우리 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단지 내 주차장을 돌며 타는 맛은 트랙을 따라 도는 것처럼 아주 재미있었다.

“이제 두발자전거도 잘 타니까 아빠랑 같이 타자!”


아빠는 나랑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고 하셨다. 주말에는 조금 반경을 넓혀 타기도 했는데, 우리는 삼 남매라 아빠가 온전히 나와 자전거 데이트로 시간을 할애하기가 힘들었다.

“아빠 집에 잠시 올라갔다 올게!”

아빠는 잠시 엄마의 부름에 집에 올라가셨고, 나는 단지 내 주차장에서 두발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있었다. 자신감이 꽤 붙어 있었기에 내리막길을 도전해보고 싶었다.


‘아빠가 내가 잘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잘 탄다고 칭찬해 주시겠지?’


우리 아파트 입구에서 우리 동으로 내려오는 곳에 내리막길이 있었는데 직선 코스에 꽤 길어서 오빠들이나 언니들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내리막길로 내려오면 경비실이 있어 커브를 틀게 되는 코스라 경비실까지는 나도 가뿐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오르막길을 올라 도착한 정산에서 자전거에 타니 생각보다 안장이 높았다.

발끝으로 내 발이 땅에 닿는지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출발.


“브레이크!!!”


사색이 된 얼굴을 한 아빠는 내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계셨다.

그렇다, 직선 내리막 코스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을 나는 그날 알았다.

브레이크를 밟는다 해도 이미 붙은 속도에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었다.

아빠가 내려오는 나와 자전거를 받으려는 자세, 그러니까 양팔을 벌리고 골키퍼처럼 서 계셨다. 나는 결국 전면에 있는 경비실 앞 길턱에 부딪혀 넘어지고야 말았다. 내가 걸어 들어왔는지 아빠가 나를 안고 집으로 오셨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 허리가 다치고야 말았다. 엎드려 있는 나의 허리를 엄마가 치료해 주면서 엄청나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저 녀석 생각보다 무모한 구석이 있네.”


아빠의 말이 칭찬인지 비난인지 알 수 없었다.

"두발자전거는 연습해야 늘지. 자꾸 엄마·아빠가 태워 버릇해야 해."

네발자전거를 탄 작은 손녀와 출퇴근용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가 나란히 운전해서 넓은 탄천 길로 나아간다. 할아버지는 항상 앞쪽과 옆쪽을 보며 안전에 유의하는 확인을 강조하신다. 브레이크 잡는 요령도 강조하신다. 작은 손녀는 할아버지 옆으로 붙었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한다.

멀어지는 모습을 보는데 꼭 그 모습이 코리와 코리엄마 같다. 넘어져도 타보며 실력이 늘어나는 게 두발자전거다. 사실 무슨 일이든 서투른 시도와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아빠, 두발자전거는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주려고요.”


자꾸 태우도록 경험시켜줘야 하는데 나는 또 계절을 미룬다. 선선한 날씨에 배워야 한다며, 봄과 가을을 한두 번쯤은 미룬 것 같다.내 마음속의 ‘시도해 보자’라는 말이 자꾸 내 등을 밀어낸다. 올해는 다르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