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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ZY Jul 12. 2023

다행한 불행

다행한 불행, 김 설


평온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요동치는 어느 한 네모진 집 안을 보는 느낌으로 <다행한 불행>을 읽었다.  


나는 곧잘 고요한 밤, 새벽 시간에 새어 나오는 창문의 빛을 보며 '저 집의 밤은 어떠한 모습일까?'라고 상상하곤 한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이 자기 전까지 잠 못 드는 부모님 방의 불빛일 수도 있고, 외국의 시차에 맞추어 밤에 일을 해야 하는 재택근무자의 방 형광등 빛일 수도 있다. 귀가하지 않은 가족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빛일 수도 있고, 술 한잔 기울이며 야식을 먹고 있을 수도 있고 쳇바퀴 도는 언쟁으로 흐르는 시간을 실감하지 못하는 어떤 부부의 빛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네모진 집이 차곡히 쌓인 아파트 안에서 우리들은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해 본다.



둘을 허물고 하나가 되겠다는 꿈은 꾸지 마라

더 강하고 간소해진 사랑을 만들라

ㅡ 다행한 불행, 김 설



김 설 작가의 문장은 정성스럽게 담은 단어의 연결들이 모두 고백이 된다. 읽다 보면 엄마의 시집살이 같고 나의 일부분 같고 여자의 일생 같다.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절대 담백하지 않다. 오히려 뼛속까지 매운 고추를 먹고 난 후 혀 주변을 타고 올라오는 알알한 느낌처럼 아리다.



어릴 때는 관대함이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었다.

다 뭣 모르고 한 생각이다.

관대함은 많은 걸 기대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

관대함에도 고급 버전이 있었다.

상대에게 실망했더라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

서로의 이기심과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

상대가 서운하게 대하더라도

대갚음하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 것 말이다.

ㅡ다행한 불행, 김 설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있다는 말이 있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다고 하고, 가족의 추가 서로 흔들릴 때면 같은 방향일 때도 있고 다른 방향일 때가 있다고도 한다. 마음을 어떻게 먹기에 따라 사는 것에 대한 무게가 가벼울 수도 있고 무거울 수도 있을 테다.


나는 또 이렇게 에세이라는 장르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살아보지도 않은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고통을 극복하는 그녀만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불행이

이 정도여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구나 안도한다.

@ROZY




* <책이라는 거울> 연재물은 ROZY가 운영하는 ‘매일 열리는 ROZY’s 서재’의 도서리뷰 포스팅에서 북에세이 형식으로 추가 수정하여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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