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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ZY Jul 15. 2023

아주 사적인 여행

아주 사적인 여향, 양주안


조그만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아주 사적인 여행>. 저자의 여행기를 읽는 동안 나는 은밀하게 그의 사생활을 엿보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우연으로 시작된 만남은 시간에 묻혀 그에게 모두 영감이 되었고 그로부터 견고하게 다져진 사적인 여행 이야기는 그의 인생을 말해 주었다.


특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만난 일주일간 공항에서 지내고 있던 시리아 남자 이야기에서는 3~4장 분량이었지만 가장 내 마음을 울렸다. 남자는 중요한 계약 건으로 튀르키예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 사이 IS(이슬람 국가)가 시리아를 장악해버려서 돌아가지도 못하고 언제 운행을 개시할지 모르는 비행기와 끊긴 가족들의 연락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가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낯선 저자는 궁금해했다. 예의 없이 행동했다면 직원이 주는 따듯한 차와 대화의 기회를 얻지 못했을 거라는, 깔끔한 정장 차림이 아니었다면 그저 이스탄불 거리의 구걸하는 사람들처럼 대우받았을 거라는 남자의 말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살아서 가족을 만날 것이며, 이제 돌아서면 나에 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는 남자는 이미 세상을 초연해버린걸까?


"

느슨한 응원은 울지 않아도 할 수 있다.

깊지 않은 관심은 아프지 않아도 줄 수 있다.

ㅡ 아주 사적인 여행, 양주안


이 글을 읽으며 내가 지난 2월에 영화 <더 스위머스>를 보고 썼던 포스팅도 생각이 났다.


https://blog.naver.com/rozy0330/223011543526

The refugee nation


"

선택이란 건 오묘해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 같지만,

주변 환경이나 시대의 흐름에 영향받기 마련이다.

온전한 의지와 선택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고려할 뿐이다.

그러니 언젠가 삶을 돌아보며 나에게 물을 때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때 그래야만 했나?

그래야만 했다.

ㅡ 아주 사적인 여행, 양주안



여행은 돌아갈 길 없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일, 막연한 희망을 품은 다이빙 같은 일, 기필코 성공해야 하는 모험이라고 표현하는 작가가 여행을 대하는 태도는 일상을 벗어난 일탈과는 전혀 다르다. 미뤄두었던 감정을 꺼내고 쌓였던 뜨거움을 허름한 숙소의 침대에 누워 혹은 낯선 여행지 카페에서 마주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사실 요즘 이런 게 부럽다.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의 기안84님의 꾸밈없는 자유분방한 모습이, <아주 사적인 여행>의 양주안 작가님, 또 수많은 여행으로 자신을 마주하는 여러 창작자의 그 고통과 경험 자체가 참 멋지다고 느낀다. 나도 사적인 여행을 꿈꿔본다.



"

내가 사는 삶은 언제나 빛나지 않고,

매일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원고지 위에서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어야 했다.

ㅡ 아주 사적인 여행, 양주안




사사로운 이야기는 소박하다.

소박한 삶을 사는 이야기는

모두 빛을 가진 별이 된다.

@RO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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