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ZY Jul 18. 2023

어른으로 산다는 것

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책꽂이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책 중에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결혼하기 전 남편의 자취방부터 있던 책이다. 언제부턴가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는 건, 달리는 일상에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일련의 정화 작업을 한다거나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행위로 다가왔다.



며칠 전 시아버님의 11월에 다가올 칠순을 맞이하여 가족 행사에 관하여 남편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장남인 남편은 요즘은 간소화하는 추세니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생신날이 속한 주말을 뜻깊게 보내자고 하였다. 당연히 행사를 간소화하면 이런저런 불필요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겠지만 내 대답은 달랐다.



"그래도 아버님께서 4녀 1남의 독자이시고 칠순은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날인데  이럴 때 친척들이 모여 점심 식사라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요즘 누가 그렇게 형식을 차리냐며, 시대가 달라졌다고 나름의 논리로 맞는 말을 하는 남편에게 며느리인 내가 오히려 장남인 것처럼 논쟁으로 갈 수 있는 여지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장암을 극복한 아버님이시면, 칠순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

건강한 어른은 인생을 단순하게 봤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상 경험을 거치면서

여러 각도에서 인생을 폭넓게 바라본다.

또한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것도

중요한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ㅡ 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아이들이 좀 크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진학하고 나면 양가 부모님들이 연로해지심에 따라 부양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올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항상 대비해야 할 태세로 마음을 굳게 먹고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러겠네.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테니."

"자리를 못 잡는 동생도, 어려운 일을 겪는 동생도 우리가 도와주며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

"결국 가족이지. 맞아, 가족이니까."


친정엄마의 혈관종 수술로 퇴원이 2, 3번 미뤄지는 시기 동안 나는 어쩌면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스타일의 사람이지만 언제까지나 내 맘대로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굴복해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며 그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건 각자 자신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큰 의미의 가족 행사든 소소하게 지내는 일상 어디든 적용되는 부분이었다.


 요즘 특히 오래된 책,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몇 번이고 읽으며 지혜를 얻는 시간이 참 감사하다. 시대를 떠나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커가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

삶에는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그대로 감내해야만 하는 부분들이 있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그중 하나요,

되돌이킬 수 없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그리고

내가 어쩌지 못하는 타인의 마음 또한 여기에 속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체념은 삶의 불완전성과

우리의 유한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며,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집착을 털어 버리고

떠나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출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체념은 과거의 책장을 넘기는 작업이며

현재와 미래를 향해 우리의 마음을 여는 열쇠라 하겠다.


ㅡ 어른으로 산다는 것, 김혜남




현명하게 공존하기,

‘결국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나는 오늘도

둥글고 둥근 어른이 되길 바래본다.

@ROZY



매거진의 이전글 아주 사적인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