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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ZY Jul 20. 2023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정영욱



조금 늦은 저녁 길, 나를 앞서 걷는 사람들 행복할까.

느린 걸음 때문에 내겐 늦는 걸까 안 오려는 걸까. 

눈 감아보면 들리는 맘

샘내듯 갖고 싶던 다른 내일

또 하루만 또 하루만 미뤄놓은 약속 

긴 밤은 나무라듯 잠을 청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OST, 나의 봄은(이수현) 가사의 일부다.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를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생각이 났다. 글에 나를 맡기다 보니 리듬을 타는 듯이 마음이 요동치고야 말았던 것이다.


자기 전 밤마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일부러 천천히 음미하려고 노력했다. 일부러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지 않아도 센티멘탈한 나의  밤을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한 시절, 나는 사진 게시판에  '독백'이라는 카테고리명을 지어 짧은 글을 쓰곤 했다. 술을 마시고 귀가해 사진 한 장에 짤막한 나의 감성을 쏟아내면 내 방 가득 술향기와 더불어 센티함이 충만해지곤 했다.  


나는 왜, 돌이켜보면 별것 아닌 것들에 대하여 웃고 울었을까. 

하긴, 그때는 비가 오면 내리는 비에 젖고만 있었지. 비가 그칠 것에 대하여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좀 더 통찰력 있던 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비록 나는 독보적 에세이스트는 되기 힘들겠지만, 독백이라는 카테고리를 채워갔던 나를 다시 꺼내 조금 더 여물어진 현재를 쌓아 올려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위로의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 사항. Bless me! 


"

마음은 단지, 느껴지는 것일 뿐 

그 어떤 것으로도 명확히 증명할 수 없고 

증명받을 수 없다.

ㅡ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정영욱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는 자칫 방황할 누군가의 밤, 유난히 오늘 하루 지쳤거나 반복된 꾸준함에 문득 상실감을 느끼는 밤,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는 누군가의 시간에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는 에세이다. 


긴장된 몸을 조금이나마 이완해 주고, 무딘 심장의 움직임을 움켜쥐어 우리가 숨 쉬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글들이 모여있다. 아무 기대감 없이 열었다가 나의 유일한 내일을 기대하게 되는 설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러기 위해 그러는 것은 없다.

먹히기 위해 자라는 것은 없다.

지기 위해 싸우는 생물은 없다.

맛없기 위해 요리되는 것은 없다.

퇴보하기 위해 달리는 것은 없다. 

고장 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은 없으며, 

끊어지기 위해 이어지는 것도 없다. 

ㅡ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정영욱 





감정의 쓰다듬이 필요한 밤. 

나직히 마음을 속삭이는 밤.

우리의 밤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L'amour, L'amour

@ROZY




* <책이라는 거울> 연재물은 ROZY가 운영하는 ‘매일 열리는 ROZY’s 서재’의 도서리뷰 포스팅에서 북에세이 형식으로 추가 수정하여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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