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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ZY Aug 05. 2023

더는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더는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장서우


<더는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는 읽는 내내 나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탓에 이 글을 쓰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처음엔 전자책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가독성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여러 번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양탄자 배송으로 종이책을 맞이해 정독을 강행했다. 결국 며칠간 파헤치듯 책을 읽고 보니 내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더는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이 제목을 곱씹을수록,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뭔가 다 놓아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맞다, 나는 이 책 제목부터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독서하는 데 있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나라는 사람을 새롭게 증명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왔다. 

누구를 위해 그렇게 달렸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를 위해서 달렸다고 말할 수 있다. 더불어 내가 마냥 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나의 가까운 가족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니, 제목부터 내가 그렇게 달려온 것이 뭔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 걸까?

난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거지?

내가 증명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일 뿐인가?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뭐 이런 식의 추상적인 생각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이렇게 허우적대고 있으니 차츰 7월에 하기로 마음먹었던 일들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잠시 시선을 멀리 두며 생각하는 연습을 했다. 괜스레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책 제목이 아니라, 정작 '나'였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읽었을 땐,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비교적 간단하게 와닿았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보여주기식의 증명에 집착하는 '가짜'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 삶을 살아가는 '진짜'가 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인문 심리서로 저자만의 ‘세상 안에서 슬기롭게 살아갈 줄 아는 응축된 내공’이 엿보인다. 실제 작가 소개 글을 보면 실존적 우울증을 극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나온다. 그리고 제일 부러운 말!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가 꿈꾸는 자유를 이미 얻으신 분이라니! 

아무쪼록 이 책에는 어제보다 나은 나, 목표가 아닌 목적으로 살아가기, 관계의 기본과 본질, 단단한 마음으로 세상 바라보기, 나를 무너뜨리지 않고 건강한 자기애 갖기 등의 팁이 담겨있다. 


그동안 나를 증명하기 위해 달려온 과정들을 보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으며, 누군가에게 마음에 들게끔 억지로 나를 속이는 행위는 없었다. 오히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고 싶은 것들을 실현해 보는 것에 치중했다. 덕분에 내 마음으로 내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는 그 자유가 무엇인지 실감하고 그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할 수 있는 선에서 여러 시도한 나에게 칭찬하고 싶어졌다. 작은 성취로 조금씩 끌어오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하니까.


이 제목과는 다르게 지금의 나는 나를 증명해야 할 수밖에 없다. 

아직 내 안에는 꿈틀거리는 무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무언가들을 결합하여 온전한 나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에 나를 계속 표현할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사회에서 내가 나를 증명하지 않으면, 내 생각조차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 캡틴 마블처럼 "난 너한테 증명할 게 없어."라고 무례한 상대를 압도하고 싶다. 

아집이나 고집이 아닌 정말 '자기 확신'을 가진 진정한 사람의 모습 말이다.  



"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고 모순적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언제든 사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늘 내면을 섬세하게 돌보되 약간의 융통성은 갖고 살았으면 한다.


때론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듯, 

때론 내면의 평화를 위한 선의의 자기기만도 필요하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암시로 엄밀히 말하면

자기 자신을 능동적으로 속이는 행위다.


결론적으로 삶에 독이 되는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병적인 자기기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ㅡ 더는 나를 증명하지 않기로 했다, 장서우




타인에게 굳이 나를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겠지만,

나에겐 '참된 나'로 거듭나기 위해 

아직은 증명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끌어올리는 시간 동안은 

나를 위해서 무던히, 꾸준하게 

스스로 증명해나갈 것이다.

@RO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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