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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ZY Aug 23. 2023

반고흐, 영혼의 편지

반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신성림 엮음

가 좋아하는 이 책의 문장들이 있다. 

그 부분부터 덜컥 소개해 보자면, '새들에게 털갈이 계절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신의 깃털을 잃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지.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실패를 거듭하는 불행하고 힘겨운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털갈이 계절이 있기에 새롭게 태어날 수도 있으므로 이 변화의 시기에 애착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이란 표현이다. 

실제 무언가 잘 풀리지 않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새들에게 털갈이 계절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의 문장을 보며 나를 위로했다. 꼭 데미안의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라는 문장과 연결되는 느낌이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에는 반고흐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유명한 해바라기나 밤의 카페, 고흐의 침실, 아몬드 나무 등의 작품이 반고흐가 동생 태오에게 보내는 편지의 흐름에 따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예술가의 요동치는 온갖 감정들을 엿본 기분이랄까?

사실 재독을 여러 번 한 책이기도 하지만 읽을수록 화가 고흐가 '인간'을 잘 표현하고자 했던 열정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멋지다고 적는 나의 표현적 한계가 부끄러워진다.)

그는 항상 고뇌했다. 

언제나 본인 스스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쓸모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묻기도 했다. 

"내 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것이 도대체 무얼까?"라는 문장은 꼭 내가 나에게 했던 말처럼 다가온다.

정작 물어도 남이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은 결국 나에게 반문하게 되며, 내면으로 파고들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새장에 갇힌 새는 봄이 오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 

빈센트 반 고흐 




고흐는 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라고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며 '이 화가는 깊이 고뇌하고 있다고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해줄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의중을 거침없이 밝히기도 하는데 머리카락을 등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어깨 위로 흘러내리게 그려 어깨와 목 등 부분이 눈에 들어오게끔 하는 등의 세심함 등을 담고 있다.


"

힘없고 연약한 여인의 초상화에서처럼,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대지에 달라붙어 있지만 폭풍으로 반쯤 뽑혀나온 이 시커멓고 울퉁불퉁하고 옹이투성이의 뿌리들 속에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을 담아내고 싶었다. 자연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대로 충실하게 다루려 노력하다 보면 여인 속에도, 뿌리 속에도 위대한 몸부림이 저절로 드러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빈센트 반고흐  



심금을 울리는 많은 표현을 이 포스팅에 담아내기는 부족하지만, 예술가로서의 지속적인 관찰과 사유, 끈질기고도 꾸준한 작업으로 한 화가가 인간으로서의 성찰과 고뇌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가를 온몸으로 읽을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인생에서 우리를 이끄는 고통과 무언가 깨치고 떨쳐내야 하는 몸부림은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나보다. 언젠가 비상하는 새의 모습으로 마주하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 변할 수 있다.

내가 생각했고 믿고 사랑했던 것들을 

지금 더 생각하고 더 믿고 

더 사랑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 

@RO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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