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고유성을 가진 첩보물의 진화를 보여주다.
최종병기 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감독분들 중에 지적재산권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 종종 있다. 베를린의 차일드 44 표절 논란. 베꼈으면 베꼈다고 말하고 대가를 지불할 수도 있을 텐데 국가적 위신을 등에 건 것인지 한국 영화 산업의 명예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http://www.y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7045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599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8971
일단, 표절 대상인 원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하기의 내용은 그대로 영화로만 이 스토리들을 포함한 모든 내용을 본 뒤에 적은 감상문이다. 이 점 유의하고 읽으시길 권유한다.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
이 영화를 보면서
오오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려면
다른 영화들을 떠올려서
비교하면 된다.
본 시리즈라든가 007 등의
스파이 영화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면 아마도
어디서 본듯한 장면들이
짜깁기 되어서 이 영화를
구성한 것 아닌가라는
평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한국 영화라는
계보 상에서 이 영화를
맥락에 맞춰서 보다 보면
약간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류승완 감독이 멈춤 없이 진화해서
결국에는 한국적인 고유성을
확보한 첩보물을 만들었다고
극찬을 해주고 싶어 진다.
누누이 여러 영화 평을 쓰면서
강조했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는
이런 류의 영화다라고 생각한다.
거대 기획사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단 욕해야만 하는
그런 영화는 아닐 수 있다.
하정우가 사용하는 무술은
수박이라고 하는 한반도 고유의
무술이 포함되어 있다.
정말로 북한 공작원이
이러한 무술을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영화 속의
무술 동작들은 절묘하게
고유성을 갖고 있어
액션씬의 신선함을
배가 시키고 있다.
약간 본 시리즈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지만
정신없이 주고받는 한 수 한 수들과
주변의 사물들을 무기로 사용하는
착상들이 일부 채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손바닥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액션은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액션은 아니다.
이 영화는 분단의 아픔을
다루기보다는 분단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들의 탐욕과
정치적 지형을 적나라하게
다루면서 류승완 감독의 전작인
부당거래에서도 드러난
한국적인 조직 사회 속의
역학과 권력욕, 물욕이 빗어내는
현실적인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석규와 하정우가 연기한
사람들은 여러모로 조직 사회의
역학 관계를 벗어나서
몸으로 뛰는 조직 사회 속에서
출세하기는 진작에 멀어진
일면 비극적인 직장인 유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름 감정을 이입해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정도 직급이 되면
능력 있는 부하보다는
말 잘 듣는 부하가
더 맘에 들기 마련이죠....."라는
국정원 강 부장의 현실적인 언급과
나름 긴급 사태를 목격해서
지원을 요청해도 이를 묵살하는
애국적인 정의감이나 조직의 성공보다
개인적 성과 달성에 치중하는 직장인.
다름 아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일상적으로 겪는
"일상다반사"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하정우는
이념적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아내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장의 모습이다.
빨갱이 빨갱이를 입에 달고 다니던
한석규가 하정우를 풀어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가 이념적 갈등과는
먼 곳에 위치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이른바 좌파 영화인 것은 아니다.
북한 정권의 부실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면에서는
이 영화를 보이콧해야 하는
국가는 북한이다.
이념을 일소한 탐욕에 입각해서
비자금 계좌를 쟁탈하기 위해
벌어지는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을 둘러싼 이야기
설정은 이념을 넘어서서
통제되지 않는 부패한 권력이
보다 더 심각한 악임을 강조하고 있다.
쉬리보다 아름답게 포장된
멜로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자잘한 일상 속의 악들과 싸우는
소소한 일상인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잘 만들어져 있다.
이 영화의 흥행 공식은
1. 진화된 고유성이 부가된 액션.
2. 일상인들이 매일 만나는
적들을 보여주는
공감대를 확장한 스토리.
3. 장르에 꼭 들어맞는 배역들
가운데 있는 하정우의
장르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 연기.
이 세 가지처럼 보인다.
불편한 이념적 갈등은
실상 이 영화 속에서 사라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