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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06. 2016

<최종병기 활>-관객의 눈과 귀를 꿰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폐부를 뚫고 들어가는 재미를 남겼다.

논란이 될만한 장면 몇 가지 내용을 잘 담은 링크를 발견했다. 그 링크의 내용이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에 자세히 보니까 양해도 없이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에서 슬쩍 갖다 쓴 장면들이 "최종병기 활"에는 적지 않게 있었다.

최종병기 활 (2011)

War of the Arrows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류승룡, 김무열, 문채원, 이한위

정보 액션, 시대극 | 한국 | 122 분 | 2011-08-10


영화를 보고 나서

뿌듯할 때가 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지고

관객들의 호응이 남다른

우리나라 영화를

한편 보고 나면,

애국심도 생기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은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국적으로 가르고,

인류 보편을 관통하는

흐름을 무시한 채로

애국심 마케팅에 감염되어

극장을 찾아가는 것은

미스터 고를 끝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좋은 영화가 우리 사회를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자체가 무한한 효과를 지닌

사회 복지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도 물론

옥에 티가 있었으니,

호랑이가 주인공을 도와

추격자들을 공격하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 라인,

갑작스레 도드라져

튀어나와 보이는

열악한 CG 영상 등이다.

여백의 미라도 된 것처럼

이해하면 족하다 싶다.


이 영화의 미덕은

죽어 사라진 만주어를

복원하여 이를 영화 속

언어의 하나로 만들어

청나라와 조선 간의

싸움이 마치

부족 간의 싸움처럼 그려지는

"아포칼립토"의

토속적이고도 원초적인

이 민족 간의 적의를

내 보이는 싸움을

우리나라 영화 속에서도

그려내었다는 데에도 있으며,

음향 효과에

특별한 세심함을 더하여,

심장의 고동을 느끼게 하는

끊임없는 북소리와

화살마다 다르게 들려오는

공기를 뚫고 날아가는 느낌을

생생하게 만들어 낸 데에도 있다.  


아포칼립토 (2007)

Apocalypto

감독 멜 깁슨 출연 루디 영블러드, 달리아 헤르난데즈, 조나단 브리워, 모리스 버드옐로우헤드, 카를로스 에밀리오 바에즈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37 분 | 2007-01-31


많은 사람들이

"아포칼립토"를

표절한 내용들을 들어

감독을 비난했었다.

하지만 멜 깁슨 감독이나

"아포칼립토"의 영화사의

강력한 항의가

없었던 탓인지

표절 논쟁은

유야무야 넘어갔다.


나는 아포칼립토의

원초적인 싸움의 분위기를

우리나라 영화 속에서

살려내었다는 것에

일단은 긍정적인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알고서 저지른

모방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출처를 밝혀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같은 일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


물론, 이 영화 속에서

우리는 "라스트 모히칸"도

떠올려 볼 수 있고,

인디언들이 나오는

각종의 서부 영화들도

떠올려 볼 수 있다.


모방은 언제나

창조의 어머니이고

창조 작은 수많은

모방의 과정을

벗어난 뒤에야

보다 정결한 고유성을

갖게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단지

아포칼립토의 내용을

가져왔기에 최종병기 활이

영화적인 가치가

전혀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만큼은 일정 이상의

양식을 가지고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창작자들이 더욱 존경받고,

지키지 못했을 때

대가를 제대로 치르는

문화가 조성되어야만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베를린"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상 부끄러운 일이다.


영화 속의 긴장감이

이어진 중요한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라이벌의 대결 구도다.

박해일 씨와 류승룡 씨가

연기한 각기 다른 활을

들고 싸우는 라이벌의

구도가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잘 그려지고 있었기에

관객들은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남긴 것도

이 구도가 만든 것이다.


아포칼립스에서는

이러한 두 라이벌 간의

대결이 실상 최종병기 활에서

그려지는 종류의 긴장감은

유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토털 리콜에서

나온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악당인 캐릭터가 주연을

끈질기게 쫓아가는 느낌에
더 가까웠었다.


또 하나 두 작품이 다르게

그려지는 바는 아포칼립토가

비난받는 부분인 원주민

미개 부족 자체의 타락으로

이를 백인들이 와서 공격하고

제대로 다스려야 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식으로 그려진

식민 침략을 합리화하는

요소가 최종병기 활에서는

한민족에 대한 만주족의 침탈로

그려지면서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다소 문명이나 군사적으로

앞서 있는 상대적으로

크고 부덕한 부족이

작은 군소 부족들을 침탈하는

내용으로 그려진 아포칼립토가

실상은 최종병기 활과

잘 겹쳐지지 않는 이유다.


아포칼립토를 보았던 기억이

멀리에 남아 있고, 활을 본

기억은 보다 가까이 있기에

언뜻 나에게 이 두 영화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또한 거의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약간의 의류 조각을

빼놓고는 거의 나체 상태였던

아포칼립토의 배우들에 비해

최종병기 활의 배우들은

고증에 맞는 의상을 계속

입고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극 초반부에 나온 대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는

대사 대로, 또한 '두둥'하는

효과음과 더불어 나타나는

박해일 씨의 배역이 맞춘

굴절 과녁에 박힌 화살들이

보여주었듯이, 과연

낙차 큰 커브로 쏘아진

화살이 인질의 뒤에 숨은

류승룡 씨에게 맞고

박해일 씨 또한 활을 맞은 뒤에

자신의 시점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보라고

한다면 또 보고 싶은 생각은

솔직히 일어나지 않는다.

차라리 아포칼립토를

한번 더 본다면 보더라도......

고유성을 침탈한 작품은

설사 흥행에 성공했더라도

위대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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