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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06. 2016

<글러브>-마이너리티의 열정

청각장애인들의 열정과 인간 승리의 과정을 그려낸 영화

글러브 (2011)

GLOVE 

감독 강우석 출연 정재영유선강신일조진웅김미경

정보 드라마 | 한국 | 144 분 | 2011-01-20

  

소수자들의 열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영화는 

종종 감동을 낳는다. 

이 영화도 그러한 감동을 

잘 낳은 작품 중에 

하나가 되었다. 


감동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다소 상투적이고 

특별히 힘든 고난을 

넘어서는 것 같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면서 

약간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고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는다면 

심장이 너무 각박하게 

말라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도 좋을 듯하다. 


청각장애인들이 야구를 한다는 

내용은 약간 생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두 팔 두 다리가 다 멀쩡한데, 

설마 야구를 못할 이유는 

또한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공을 때렸을 때 

나는 소리로 공이 어느 정도 

날아가서 어디쯤 떨어지는지 

포착할 수 있는 감각과 

팀플레이를 이룰 수 있는 

구호와 독려, 지시에도 

청각이 많은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면, 

분명 이들도 기적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매이저 무대를 휩쓸던 

정상인 중에 정상이자 

퇴물이 되어가는

유명 프로 야구 선수인 

주인공이 음주 폭력 사건을 

저지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청각 장애인 야구단의 

감독으로 부임하고, 

잘 나가던 중학교 

야구 투수 하나가 

갑작스러운 청각 장애를 맞아 

야구를 포기하게 된다. 

이 두 사람은 매이저로부터 

축출된 사람들이다. 


본디 청각 장애인이라는 

멍에를 지니고 태어났던 

야구 선수들은 

이 두 명의 이방인을 

맞이 하게 되는데, 

퇴물 프로 선수는 

건성일 따름이고, 

정말 정상인들과 더불어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청각 장애를 갑자기 맞이한 

야구선수는 장애인 야구팀에 

소속되기를 거부한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서로 간의 열정의 스파크를 

일으키게 만들고 

이 두 사람이 합류한 야구팀은 

정말 전형적인 야구 영화였다면, 

손쉽게 승리를 챙취했으리라. 


그러나 특출한 감독 하나, 

특출한 투수 하나가 

팀을 승리로 이끌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이 영화는 실화였기 때문에 

보여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가 되고, 관객 동원을 

보다 수월히 이끈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슈퍼스타 감사용 같은 

야구 영화도 결국 그러한 

감동을 이끌어 내었었다. 

마이너리티 안의 패배자로서의 

설움을 겪으면서도 

매이저와 대결하여 

이기고 싶고,
정정당당한 승부의 세계에서 

결국 계속 질 수밖에 없음에도 

끊임없이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은 다름 아닌 

우리 중 대다수가 겪고 있는 

현실 속의 삶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열정과 

함께 하는 인생이라면 

어쩌면 승부의 결과를 떠나 

이미 행복하고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다. 

하지만, 승부에서 이기길 

끊임없이 염원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승부에서 이긴 자기 자신을 

끝까지 꿈꾸는 그 삶 자체. 

그 이상의 삶에 대한 사랑,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둘러싼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또한 어디에 있을까 싶어 진다. 


그곳에 영화 제목을 

GLOVE라 지은 이유가 

선명히 새겨지는 것이다. 

영화 속 글러브의 실제 모델인 충주성심 야구부원들의 단체 사진

다소 작위적인 상황 설정과 

굴곡이 생각보다 심하게 

일어나지 않는 평탄한 구조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아마도 실화 자체가 

그렇게나 대단한 드라마를 

만들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이해하고 싶다. 

강우석 감독님의 영화 전부에 

티를 잡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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