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을 처단하며 억분을 해결하다.
물론, 배우 설경구 씨는 이 영화에서 공공의 적에서의 강철중 같은 역할을 또 맡아서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역할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블록버스터로 불려도 좋을 만큼의 자본이 투입되었을 것이 명확해 보이는 이 영화에 감독이 설경구 씨를 픽업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엷어진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성공한 영화배우 설경구 씨가 딱 나오기 좋게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이 해결사다. 나오는 적도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아나 국부를 해외로 빼돌리는 기업인, 학생들을 폭력 조직으로 불러들이는 조직 폭력배처럼 '공공의 적'으로 불릴 수 있는 의리와 공공성을 헌신짝처럼 털어먹은 아는 경찰들과 이들과 결탁한 여야 정치계의 최고 거물이다. 설경구 투입의 최적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링크를 하나씩 들어가 보자 이미지가 겹치지 않을 리가 없다. 하나 다른 이미지는 길게 기른 머리와 이전에 줄곧 나왔던 후진 SM 차량에서 이번에 타고 다니는 차량이 비교적 최신형의 Sportage R SUV로 바뀐 정도일 것이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 | 감독 강우석 (2008 / 한국)
해결사 (2010)
감독
출연
이전의 장철중이 경찰을 그만두고 나와서 (잠깐 검사도 했다가) 차린 해결사 사무실로 시작해도 아무런 스토리상 하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기할 정도로 스토리의 패턴은 같다. 다만 스토리 라인에서 달라진 점은 설명을 줄일 만큼 줄여서 속도감을 높이고 러닝타임을 최대한 단축해서 군더더기가 나올 사이도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는 정도이다.
액션에 있어서 공공의 적 시리즈 중에(아, 이미 공공의 적 외전으로 내 머릿속에는 기록이 되어버린 모양이다)서 이편은 차별성을 갖고 있다. 막무가내로 쌈을 잘하는 본능적인 쌈꾼의 모습이었던 장철중이 해결사에서는 비교적 뭔가 좀 배운 테크니션처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기와는 거리가 먼, 감에 의한 수사를 했던 그가 여기에서는 디지털과 정보를 종합해서 그를 서포트하는 약간 감이 떨어지는 보조자를 혹사시키고 부려먹고 있다.
그의 약점이라면, 그를 너무 잘 아는 사람이 그의 직접적인 적들이라는 사실이다.
답답하고 미로에 몰린 쥐처럼 해 메이는 내용이 반복되고, 일사천리로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는 상황들이 점점이 모여 극단을 향해 치달다가 마지막에는 공공의 적 류의 시원한 해소감이 다가온다. 그 마지막 부분에서 강철중이 해왔던 방식대로의 시원한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은 비단 설경구만의 카리스마만이 아니라, 주변 배경 인물들의 열연이 같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닐 수 없다. 열정적인 연기와 호흡이 맞는 배우들의 모습은 흐뭇함을 불러일으킨다.
오달수 씨 같은 거물급 조연 하나만으로도 영화의 공간이 매우 오밀조밀해질 수 있는데, 여기에 시너지를 더한 송새벽이 덧붙으니 공간이 빽빽하게 보일 정도가 된다. 이전의 방자전에서 이 두 인물이 한 씬에서 마주치면서 스파크를 튕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연기 양상은 같이 평행적으로 보게 되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해결사가 영화 제목이 아니고 공공의 적 같은 스토리 라인이 이 영화의 메인스트림이 아니라면, 이 두 사람의 공연만으로도 하나 괜찮은 영화 제목과 외전 형식을 가진 영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을 정도다. 다만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씬에서 협업을 하는 것이 같이 나오는 것보다는 효과를 배가 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 때문에 영화 속 나오는 다른 엑스트라 경찰들의 존재감이 사라질 정도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너무나도 현실적인, 그러나 영화 속 연기로서는 개성의 극치에 다다른 두 사람이 계속 같이 나오니까, 영화적 현실감이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또한 서로 튀는 두 사람이 같은 씬에서 움직이니까, 각기 떨어져 있을 때 오는 타 평범한 배우들에게 비교되어서 나오는 도드라짐이 또한 무너져 내린다. 파란 배경 위에 주황색 조각이 하나가 움직일 때의 효과와 두 개가 움직일 때의 효과의 차이랄까? 그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배경 위에서 튀는 색깔로 연기를 해주어야 하는 배우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강철중 시리즈, 또는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들과 이 영화의 공통점 또 하나는 연애라인이 주인공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정의와 개인의 생존을 위해 뛰는 위대한 영웅께서 연애 놀음에 빠지거나 지나간 사랑의 추억에 괴로워하는 장면에 빠져드는 것은 적극 배격해야 할 감상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이코에게 죽음을 당한 것으로 설정이 나오는 주인공의 부인은 존재감이 매우 미미하다. 분노의 이유 중에 하나가 될 견덕지마저 남기질 않는다.
차량들을 가만히 보고 있다 보니 Sportage R이나, K7, K5 등이 이른바 선한 주인공들이 타는 차로 나오는 반면에 악당이 타는 차는 SM5로 나온다. 만약, 르노삼성 자동차가 PPL 협찬사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 기아차가 협찬을 맡은 상황에서 SM5의 이미지는 악당들이 타는 차로 잡는 구도를 요청했음이 틀림없을 것 같다. 아무튼, 이것은 정말로 개인적으로 느낀 한 부분에 불과하다.
영화의 한계라면 공공의 적 류의 한계라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악당' 구도이다. 대중들이 갖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여야를 가리지 않는 불신감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감이 이 영화에서 나오는 별다른 대안 없는 문제제기이다. 아니 이미 영화 속에서 문제를 해결한 것 같은 착시현상을 남기지만, 사실, 이 영화는 아무런 사회비판이나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것은 이 영화에 요청할만한 사항이 아닐 것이다.
이 글을 본 사람 중에 누군가 공공의 적 (2편이 차라리 여기 언급된 영화들 중에 가장 이질적이라 할만하다)류의 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류의 영화에서 후련함과 감동을 맛본 것을 잊지 못한다면, 꼭 해결사도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여러모로 잘 만들고, 안정적인 흥행을 누릴 수 있는 선택을 한 영화라 큰 실망감은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