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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06. 2016

<익스펜더블스>-추억의 마초들

올(드) 스타 전을 벌리러 가는 여행

유니버설 솔저라는 영화 시리즈를 다 보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듣고 읽기가 가능해진 79년도부터 만화 영화, 영화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때 유니버설 솔저라는 영화에 나온 장 끌로드 벤담, 돌프 룬드그랜 두 배우가 협업을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만큼 왠지 모를 동정심을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느꼈던 적은 없었다.

최초의 유니버설 솔저는 A급은 되지 못하는 B급의 멍에를 지고 태어난 두 액션 배우가 A급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눈물겹게 연기하는 작품으로 머리 속에 아로새겨 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눈물이라도 날까 봐 최근에 만들어진 후속 편들은 끝끝내 보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그 눈물 나는 연기를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하기 링크들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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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솔져  |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1992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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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솔저 : 그 두 번째 임무  |  감독  믹 로저스 (1999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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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솔저: 리제너레이션  |  감독  존 하이암스 (2009 / 미국)


그럼에도 익스펜더블스라는 이른바 퇴물에 이른 슈퍼스타급, B급 가릴 것 없이 유명하다 싶은 배우들을 모아 만든 '스탤론'의 영화가 몹시 보고 싶어 졌던 것은 적어도 이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그런 동정심 따위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본 뒤의 결론은 반은 슬프지 않았고 반은 슬펐다 내지는 반은 기뻤고 반은 기쁘지 않았다이다.              


  

익스펜더블스 (2010)

The Expendables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제이슨 스태덤, 이연걸, 미키 루크


이제 실베스타 스탤론이 열심히 80년대부터 줄기 장창 싸워왔던 공산주의 세력은 현실 속에서 큰 위협이 되기에는 너무 작아져 버렸다. 결국 악당은 미국의 내부에서 발견된다. 이는 어찌 보면 영화감독을 맡은 스탤론의 성찰이 현시대를 반영하는 현실감각에 다 달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현명하게도, 젊었을 때 쇼비즈니스를 잘 알고 있었고, 몸을 상품화하는 동시에 이념을 상품화해서 성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스탤론이 80년대부터 2000년도까지 사람들이 질려해 왔더라도 자기 자신을 파는데 멈춤이 없었던 생활력이 무척 강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클리프 헹어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후에 실패로 끝난 몇 개의 액션물에서의 낭패를 잘 보상해주고, 최근에 보지는 않았지만, 람보 4나 록키 발보아를 통해서 노장도 꽤 잔인한 하드고어 폭력물과 멜로와 더불어 노년의 파이팅을 보여주는 영화를 오가면서 감독까지 맡아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만큼의 존경스러운 이미지를 자아내는 감독이자 배우는 되지 못했어도 나는 그가 3류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는 끈질기게 살아남는 B급 배우이자, 1류의 할리우드 생존자 배우이자 감독이다.


그가 이끌지 않았다면, 아널드 슈바제네거나, 제이슨 스태덤, 이연걸, 돌프 룬드그랜, 미키 루크, 브루스 윌리스 등의 이름만 들어도 한 시대를 풍미해온 액션 배우들이란 걸 알 수 있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몰아넣고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그런 한물간 배우가 되었다면 나와 같이 한몰가고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속해있는 영화라면, 솔직히 유니버설 솔저의 슬픈 영상을 만들어내고픈 자기 연민의 심정이 없는 이상은, 동참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출연작들을 구하기가 힘들어진 사람들이어서 잃을 게 없다는 심정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모여서 분명히 성공적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음에 틀림없다.  


한국에서의 흥행성적은 비록 다소 초라해 보이지만, 미국 내에서나 기타 마초 문화가 절절히 끓고 있는 곳에서 익스펜더블스의 성적은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그들에게 주었던 명성과 영예의 기록을 잊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팬서비스를 위해서 열리는 프로야구의 올스타 게임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는 마치 짤막 짤막하게 한 소절씩 읊어주는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의 4.6초씩의 노래 배분처럼 분배되어 있지만, 서로는 자신의 장기, 자신의 팬들이 그들을 사랑했던 그 이유와 모습들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베스타 스탤론은 왕년의 마카로니 액션에서 보여주던 절대적인 파워와 총질을 자기 영화임에도 착실하게 후배들에게 배분해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영화 속의 스탤론이 싸우는 의미인 '아름다운 여자'하나를 살리려 하는 목적에 다른 배우들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영화 내적으로나 영화 외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싸우는 의미가 잘 설정될 필요도 애초부터 없었다. 이 영화는 각기 다른 영화에서 혼자 놀던 배우들을 모아서 종합 선물 세트만 꾸며주면 되는 거였으니까.


총질과 액션을 위한 설정도 노골적일 정도다. 독재자가 지배하는 "수백 명의 군인들"이 있는 작은 섬 하나로, 일당 백의 전사들이 한 백 명씩 쓸어나가게 된다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분에 넘치게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대량살상 영화의 타깃 물로서 이만큼 만만한 세트를 만드는 것은 이야기의 진행을 단번에 감잡게 해준다. 이제 문제는 그 수백 명을 어떻게 화끈하게 제거하는가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괜히 너무 어려워서 하지 않겠다는 짐짓 빼는 모습을 일단은 보여주기 때문에..... 사실은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섬에 들어가는 과정도 너무 심플하다. 독재자가 지배하는 섬이지만 출입국 관리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딱 보기에도 킬링 머신 같은 두 남자가 여권을 내미는데 조류 관찰자(특이 식물 관찰자라는 다른 글에서의 설명도 있다)와 사진사라는 설명에 OK. 아, 올(드) 스타 전이여!


스타댐의 장기인 육탄적 액션은 빛을 발하고, 여성의 마음을 휘어잡는 섹시하고도 강한 남자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어필된다.


미키 루크의 아픈 과거를 품고 있는 남자의 연기는 '와일드 오키드'이후 오랜만에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비록 몸은 망가지고 얼굴은 스탤론에 비해서 더 망가져 버렸지만, 그의 연기력은 축적되어 온 것이지 사라지고 망가져 버려온 것이 아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연걸은 절대적인 무술 강자의 이미지를 벗어나 돈타령만 하는 쫌생이 역할을 하다가, 의리를 쫓아 스탤론을 따라가서 사지에서 가장 빠르고도 민첩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돌프 룬드그랜 같은 할리우드의 B급 배우와 비슷하거나 좀 더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적어도 중국인들이 대부분일 아시아의 팬들은 그가 그 잘 나갔던 스타들의 대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수도 있으리라.


돌프 룬드그랜은 이연걸과 두어 번 육탄전을 주고받는 모습과 스탤론을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다 어느샌가는 의연한 주인공들 중에 하나로 복귀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크게 다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왜냐면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올스타전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특기만 확실히 보여주고 매회를 마감하면 된다.


브루스 윌리스는 단 하나의 장소에서 의뢰건으로 스탤론과 아널드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 스탤론을 협박하는 동시에 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고 사라지지만, 그 역할에 그 이상의 임팩트를 줄 수 있을 사람은 없었을 것만 같은 적절함을 보여주었다.

이 셋을 한 화면에서 보고 있는데, 거의 아무런 느낌이 없다. 내 연배 근처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충격적인 영화일 수 있다.

아널드 슈바제네거는 개봉 당시에는 영화판에서 먼 곳에 가버린 사람이었지만, 80년대를 풍미하며 스탤론과 쌍벽을 이루었던 과거를 잠시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그리고 스탤론이 그에게 '대통령이라도 되려고 하는 모양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여러 의미에서 꽤 스탤론이 그를 띄워주고 있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난 이 영화에 대해서 스토리가 엉망진창이고, 배우들이 대충 연기했고, 폭발씬이 전근대적이랄 정도로 촌스럽고, 다른 최근의 액션 무비에 비해서 후진 부분이 많다는 둥의 이 영화에 대한 평들이 사실은 매우 경우에 맞지 않게 쓰인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의 팬들이 십시일반 해서 노년에 늙어가는 배우들의 통장을 조금 촉촉이 적셔주는 정도를 기대하고 만들어진 것이지, 사실, 최근의 블록버스터들과 정면충돌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오히려 이 영화를 이해하기가 몹시 쉬울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올스타전을 보면서 잘했든 못했든 선수들의 매력을 칭찬하는 소리 한마디, 응원 한마디 보낼 수 있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도 볼맨 소리는 하지 않으리라. 이 영화는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마초 액션 배우들의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다. 얼마나 각각의 배우들의 장기가 잘 나왔는지 그것을 평가하면 그만이다.


총알은 잘도 나가고, 적들의 총탄은 한 발도 그들을 뚫지 못하고, 적들은 그들을 속이지 못하며, 스탤론은 자기가 구한 여자와의 로맨스조차 기대하지 않고 의연하게 '총탄과 폭탄으로 페허가 된 섬'에서 기쁜 얼굴 모습으로 떠나간다. 그 섬에 일어난 재난으로 복구해야 할 뒤치다꺼리나, 무진장 죽은 군인들의 가족들이 겪을 고통 등의 이야기들은 예나 다름없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면 그 재난이나 죽음이나 액션 무비가 액션 무비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에 불과한 것이고, 죽다 살아온 돌프 룬드그랜처럼 다시 영화 뒤에선 복구될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액션 무비를 보고 자라온 나 같은 사람들에게 그런 대량살상 액션은 비난할 거리라기보다는 이미 회고할 거리에 불과하다.


하나 슬픈 점은 그런 마초들의 신나는 '무뇌'적인 액션이 이제는 영화계의 뒤편으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보다 정밀한 스토리와 그래픽, 신선하게 시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영상을 원하는 이 시대에, 몸과 마음을 걸어 승부하는 나이 먹은 마초 배우들의 모습은 점점 흐릿하게 사라져 갈 것이라는 점이다. 올(드) 스타 전인 동시에 어쩌면 이 배우들은 자기 시대의 종언을 구하려고 이 영화에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내겐 이런 아쉬움 담긴 질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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