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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21. 2016

<슈퍼배드 2>-승부처는 귀여움

처음부터 끝까지 귀여움으로 승부하다.

슈퍼배드 2 (2013)

Despicable Me 2

감독 피에르 코팽, 크리스 레너드

출연 이장원, 조현정, 태연, 서현, 김서영

정보 애니메이션, 코미디, 가족 | 미국 | 98 분 | 2013-09-12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쌍둥이 아빠인 친구가 생애 본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며 개봉 당시에 추천을 했기 때문이었다. 보고 나서 이 친구에 대해서 든 생각은 역시나 아이들 아빠의 눈과 당시에 아직 아이가 없었던 남자의 눈은 다르긴 달랐구나였다. 내겐 생애 본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영화는 슈퍼 배드 1에서의 개과천선한 악당 '그루'가 이렇게 저렇게 자기와 함께 살고 있는 자신의 양자들이 된 세 아이 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온갖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마다하지 않으며, 세계의 평화를 위한 일이자 정의로운 일을 위해서 슈퍼 굿한 일들까지 벌이는 개과천선 이후 정의의 수호신마저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슈퍼 배드가 더 이상 슈퍼 배드가 아니게 된 상황이지만 아직도 이 영화 제목이 그대로 일 수 있는 것은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한 악당들을 처리하는 비밀 기관에서 전직 가장 위험한 악당이었던 그를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약품을 훔친 악당을 하나 색출하기 위해 요원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달을 훔치려 했던 그의 과거가 다시 언급되기 때문이다. 정말 그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싱거운 스토리 라인, 전편의 아이러니함도 사라진 상태에서 어떻게 이 영화는 그토록 재미있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건 이 개과천선한 악당의 부하들인 미니언들의 온몸과 음성으로 다가오는 슬금슬금 허파에 바람을 불어넣는 멈추지 않는 중독성이 있는 귀여움 때문이다.


이 부하들이 야금야금 악당들에게 납치되어가는데 이 무신경한 그루는 도대체 사라진 미니언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나중에 집단으로 잡힌 미니언들이 좀비처럼 만들어버리는 약품에 잔뜩 감염된 상태로 발견될 때까지 알지 못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미니언들이 그의 부하이길래.

뮤턴트라도 된 마냥 퍼플 미니언이라는 변종들이 생겨난다.


그다음에 요즘 영화들이 관객들을 사로잡아버리는 방법 중에 하나인, 호빗 1편에서도 나타났던, 컴퓨터 게임 같은 영상 속에서 마치 게임을 하듯이 감염된 미니언들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버리는 끝판왕 무찌르는 신을 보여주면서 그 귀여움을 극대화시켜간다. 영화는 스릴보다 이 귀여움 들을 배경으로 해서 그루와 그에게 뿅 간 여자 요원 하나의 로맨스를 작은 씬으로 보여주는데. 사실 그루와 그의 아이들, 이 여자 요원이 없어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고 하나의 게임으로도 성공 가능해 보인다.

결국에는 화목하기 그지 없는 해피 엔딩이 나온다. 전혀 이게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중적인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영화는 "가장 단순한 귀여움이 가장 재미있는 것이다"라는 격언을 하나 만들어낼 만도 하다. 그리고 그런 귀여움이 어떤 중독성을 보여주는지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 귀여움을 배워온 곳은 다름 아닌 재패니메이션이다. 위대한 애니메이션 계의 현존하는 장인 중에 한 분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향력을 곳곳에서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다만 이 영화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뛰어넘는 것은 3D 애니메이션의 극대화되고 최첨단 화한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지...... 미야자키 감독에게 할리우드에 진출할 길이 생긴다면 그는 그마저도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위대함을 인정받고 더욱 유명해진다면, 군국주의로 회귀하고자 하는 시대착오적인 아베 내각을 향해 내뱉는 그의 비판의 말들은 더더욱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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