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가 가질 수 있는 쾌감을 영화 관객들에게 선사하다.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네스빗, 켄 스탓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
개봉 당시에는 이 영화를 오랜 시간 기다렸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피터 잭슨의 재기 넘치고 스케일 큰 영화들 중에 그 영화 인생의 획을 긋는 시리즈는 다름 아닌 반지의 제왕. 스핀 오프라고 할 수 있을 이 영화 호빗 시리즈를 프리퀄의 개념이긴 하지만 좀 더 발달된 그래픽 기술을 접목하여 어떻게 그려갈 것인지 반지의 제왕을 본 사람들은 기대하고 고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 준 것 같은 엄청난 경탄을 낳지는 못했던 것 같다.
가장 재미의 고저를 낳게 된 중요한 이유는 밀도의 차이다. 번외 편으로 만들어진 호빗은 본작품인 반지의 제왕에 비해서 훨씬 적은 페이지 분량을 갖고 있다. 반지의 제왕이 방대한 스토리를 압축해서 만들어낸 영화의 밀도 높은 스토리와는 다르게 호빗에서의 스토리의 밀도는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
다만, 눈앞에 선하게 펼쳐지는 끝까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내용은 고블린의 동굴에 들어온 호빗 일행들이 마치 게임처럼 모두 하나의 낙오도 없이 수많은 고블린들을 상대로 끝없이 달리고 달리고 죽이고 죽이면서 많은 장애물들을 타이밍에 맞게 돌파하면서 동굴 밖으로 나가기까지의 압도적인 Quest 플레이의 씬들이다.
이 정도의 Quest 플레이는 엄청난 게임 고수가 잘 만들어진 게임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다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난수들과 복잡한 영상 계획과 콘티를 잘 짜지 않는 이상 상상조차 잘 안되고 머리 속으로 그려지지도 않는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것 같다. 물론, 말이 안 되는 부분은 단 한 명의 난쟁이 족이나 간달프 중에 하나도 다치지 않고 낙오하거나 사로잡히거나 추락해서 죽지 않고 전원 무사통과한다는 설정이긴 하지만 그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몰입했을 관객들에게 이 같은 내용은 오히려 게이머로서의 승리감을 선사하는 쾌감 넘치는 씬임에는 분명하다.
반지의 제왕의 시작 시점으로 거슬러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의 시작은 또한 자연스럽게 멀쩡하고도 매끈하게 그 이후의 시리즈와 잘 연결되고 있다. 화면의 색조와 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정신없는 정보의 홍수와 화려한 비주얼이 폭포수처럼 흐르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보다는 다소 소박한 스토리 라인이 영화의 느낌을 보다 가벼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약간 완만한 진행 중에 고블린 진영 통과의 씬은 한줄기 단비와도 같았다. 이 씬과 같은 영상들이 차후 2와 3탄에도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관객들은 다시금 새로운 이야기의 개봉을 기다렸을 것이다. 이 씬만큼은 영화를 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정말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