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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27. 2016

<전함 야마토>-방사능 트라우마

핵폭탄에 대한 트라우마와 군국주의의 정당화가 함께 하다.

스페이스 배틀쉽 야마토

Space Battleship Yamato

감독 야마자키 타카시

출연 기무라 타쿠야, 쿠로키 메이사, 야나기바 토시로, 오가타 나오토, 츠츠미 신이치

정보 SF, 어드벤처 | 일본 | 138 분 | -


일본인들의 방사능에 대한

트라우마가 반복되고 있는

영화가 바로 다름 아닌

이 영화 "전함 야마토"다.


세계사를 통틀어

핵폭탄에 의해서

제대로 두드려 맞은 국가는

현재까지는 일본밖에는 없다.

이 비극은 계속 일본인들의

의식/무의식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을 다뤄보고자

노력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하나 들어보라고 한다면

이 영화를 제외한 다른 영화를

나는 떠올릴 수가 없다.

 

일본 영화로서는 물론

블록버스터급의 CG와 배우,

거대 스튜디오를 동원한

스케일 큰 영화였을 것이고

개봉 이후 일본 내에서

흥행 1위를 기록했던

나름 선전한 영화 이건만,

세트의 촌스러움과

얼레벌레 우뢰매 시리즈 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스타워즈 고전판들의 느낌을

약간 덧칠한 CG와

우주 전투신들은

이 영화를 통해 트라우마를

일부 극복하는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일본인들이나

이른바 골수 친일파분들을

제외하자면 크게

감흥을 느낄 수 없는

조악함이 분명히 있다.


물론, CG로 재현되는

우주 전함과 치열한

전투씬들은 그동안 쌓아 올린

애니메이션들을 통해서

그 소스들이 이미 많이

만들어져 있었기에

그럴듯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일본 밖에서

보편적인 메시지를

감동과 더불어

전달할 수 있을까는

미지수이다.

보편적인 메시지의

수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혀 없다.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불나불대는 느낌이다.


군국주의가 일으킨 폐해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2차 대전 말기에

최고의 제원을 가지고

희망도 명확하지 않은

전쟁터에 나가

연합국 함대에 침몰당한

"야마토"전함의 정신이

마치 전인류를 구원하고자

노력하는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피해당한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열 받는

신파 물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적하고 있는 적들인

외계인 함대 가미라스와

방사능 제거 장치를 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이스칸달은

실상 한 존재의 두 가지

정신이 혼재된 모습이라는

상상력은 대단히 창조적인

발상이면서 동시에

연합국에 맞서 전체주의로

똘똘 뭉쳤던 독일, 일본,

이탈리아의 전체주의에

오염되었던 불합리성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타인에게 투사하는

일종의 사기성 가득한

상징의 역전적인 전환이다.

해외에서 이작품을 보고 남긴 말이다. '우리가 외계 종족과 싸운다면, 가라앉은 2차대전의 낡은 일본 전함에 내 신념을 걸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아니다.'였다.

좋게 생각하자면 이러한

전체주의의 일부분을

반성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그런 반성을 했다면

나오지 않아야 했을

대사가 나온다.

'2차 대전 말기에 출격했던

야마토 전함처럼 우주전함

야마토도 같은 운명을 가지고

희망을 향해 나가야 한다는......'

오오, 약간 허파가 가려운 대사.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숭고하게 표현하며,

리더가 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동료와 부하들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

일말의 희망에라도

목숨을 걸어보는 모험정신

등의 메시지는 온전히

일본인들만의 것들이

되어버린다.


범인류적이고도

영웅적이어야 했을

야마토의 활동이

영화 속에서는 그만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미화와 자기중심적인

위안으로 끝나버리고 있다.

기무라 타쿠야가

마지막에 전함을 타고

충돌하는 가미라스가 발사한

방사능 폭탄의 모습은

다름 아닌 미국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핵폭탄 두발을

상상 속에서나마

막아보고자 하는 시도로

보일 뿐이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일본은 쓰나미와 지진에

이은 원전의 붕괴로

또다시 방사능 피폭의

고통과 공포에

휩싸인 나라가 되었다.


이 영화가 주는 씁쓸함은

이제 우리 같은

피해 국가들의 관객들을

포함한 다수의

일본 관객들에게도

전이가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왠지

미안해지까지 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만든

극화들 중에도 타국에서

이와 같은 비난을 받을만한

영화들이나 허파에 바람을

불어넣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기 중심주의로 똘똘 뭉쳐

만든 영화는 그냥

국내용으로만 끝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러나 나는 왜 솔트나, 007,

아이언맨, 슈퍼맨 등등의

미국 영웅 제일주의를

외치는 미국 블록버스터에는

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일까?)


우주전함 V호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렸을 적

방영되었던 이 만화 원본은

한국어 이름으로

인물들 이름들을

교묘히 바꾸어,

이러한 모순이

설명되지 않았던 탓에

매번 즐겁게 볼 수 있었기에,

모종의 향수에 취해 보았던

"우주전함 야마토"는

이 안에서 일본색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빼고,

우주전함답지 않은

촌스러운 세트들과

경우에 맞지 않는

대사들을 제한다면 수작이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다는

소문이 있어 기대 중이다.

트랜스포머 같은 걸작이

나오지 않으란 법은

또한 없으니까.


다만 이름은 이 또한

미국에서 만화로 상영되었던

제목인 "스타 블레이저"이다.

아마도 '방사능 트라우마'는

거론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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