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는 스토리에 있어서 써커였다. 그리고 펀치도 그러했다.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에밀리 브라우닝, 애비 코니쉬, 지나 말론, 바네사 허진스, 제이미 정
정보 액션 | 미국 | 110 분 | 2011-04-07
개봉 당시인 2011년 4월,
이 영화를 보고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사실을 이곳저곳에서 안 것은
와이프와 보고 나서
꽤 재미있지 않은가라는
나름의 합리화를 하고 난
그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미국에서의 흥행성적도
안 좋았고, 한국에서의
예매율도 2위였으나
한 자릿수였다.
내게 중요했던 것은
스타일리스트로
불릴 수 있는
잭 스나이더 감독에 대한
나의 영문모를 애착이었다.
팀 버튼 이후 할리우드에
살아 있는 유일무이한
진짜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릴 수 있는 유명 감독은
그 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300, 왓치맨, 그리고 이 영화까지.
기억나지 않는
몇편의 영화를 빼놓고,
애니메이션을 영화 속으로
옮기는 데 있어서 그 이상의
재능 있는 감독은 당시에
세상에는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원작 만화를 보다 더
재미있는 실사 영화로
만드는 것에 할리우드가
어느 정도 성공해왔다면
이 감독은 그 만화 속의
세계를 만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만화 그 자체와
거의 같은 분위기를
갖도록 만드는 데 있어서
놀라울 만큼의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마치 '마르셀 푸르스트'라는
작가가 시간의 미분화된 차원들을
지나서 선명한 기억 속의 영상을
회화적으로 되살리는 데에는
재능이 있었음에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재능은
떨어졌던 것처럼,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성공한 듯
보였지만, 만화 원작을 토대로
하지 않은 그만이 만든
독창적인 스토리는
전혀 독창적이지가 않았고,
몇 가지의 이야기 속의
점점으로 분포된
자극만을 전달해왔다.
그는 자신의 재능의 영역을
떠나서 너무 먼 곳에서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이 영화 속의 이야기가
갖고 있는 자극 점들을
모아 보면 아래와 같다.
1. 비극적인 가정사 속에
빠진 어린 소녀(소공자와
소공녀 스토리)
2. 정신 병원에 끌려와서
정신 병원 속의 환경을
상상 속 환경으로 대치하는
혼동, 현실과 환상 간의
경계의 무너짐(아이덴티티와
셔터 아일랜드가 다룬 소재)
3. 롤리타 증후군을 노린 것 같은
다소 헐벗은 소녀의 노출 반복
(영화 롤리타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자극 점).
4. 글래머러스한 몇 명의
젊은 소녀들을 배치한 눈요기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배우들의 공연에서는
보다 이런 점들이 명확해진다.
이건 시카고가 훨씬 낫다.
미안하지만)
5. 게임 동영상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위한 미션 클리어
과정과도 같은 몇 단계의 격투,
전쟁 씬들(스타 크래프트,
리니지 등등의 게임이
갖고 있는 장대한 스토리와
비주얼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6.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스토리
(자기희생의 숭고함을 자극한다.
포세이돈 어드벤처와
라이온 일병 구하기와
300의 스토리의 한편들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7. 자기 인생의 선택권,
자기 행동의 시작점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으라는 주문(아마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만화 원작이라는
의존해왔던 대상물을 벗어나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온전한 재능으로 영화 전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싶어
자기 자신에게 했던
주문이었던 것만 같다).
그렇다면 계속 더 실패하던지
아니면 다시 만화 속의 세계를
놀랍도록 세밀하게 재현하는
그의 능력의 범위 안으로
창작의 영역을
다시 만들어 나가야만 할 것이다.
그는 어쩌면 온전한
자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기 위한 첫 번째의 장대한
실험을 했고 이제 조금 상처를
입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숙명과도 같은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
그는 자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감각적인 비주얼과 음향,
영화관에 왔다는 것이
아깝지 않았음에도
관객들이 실망한 부분은
다름 아닌 자극 점뿐인
빈곤한 스토리 라인이다.
스토리는 아직 당신의
강점이 되질 못했다.
영화 이름대로
젖먹이의 주먹질.....
정말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