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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11. 2016

<엑스맨_아포칼립스>-Too Much

아포칼립스의 마성과 매그니토의 분노가 잘 드러나지 않다.

3년 만에 베트남에 갈 일이 생겼다.

한국 섬유 봉제 업체들이 이전부터

동남아시아의 최대 거점으로 삼은

이 나라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면도

화려한 면도, 후덥지근한 더위에

짜증 나는 면도 다 같이 갖고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거리를

가득 매운 "Too Much"한 일면도

갖고 있다.

근래 들려본 거리는 이 수년 전의 사진과도 많이 달라졌다. 모두가 헬멧을 썼고, 오토바이 기종도 더 세련되어 졌다. 혼다와 스즈키, 카와사키가 지배한다.


어쩌면 아포칼립스, Apocalypse

이 단어의 뜻인 "묵시록"의 의미가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이듯

베트남의 자본주의 정권은 사실

1970년대 베트남 전의 결과로

붕괴했다. 경제 개방을 함과 동시에

자본유입이 대량으로 일어나는

엄청난 경제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는

국가이지만, 실상 이곳은 공산주의

국가로 바뀐 나라다.


한국가의 정체성이 붕괴된 이후에

다시금 다른 정체성으로 변화해서

살아남아 있고, 공산주의 이념은

별개인 채로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가듯이 나아가고 있다.


가야 할 베트남의 이미지가

이렇게 떠오르면서 그곳까지의

4시간여의 비행시간 동안 볼

영화 2편 중에 하나로

이 영화를 고르게 되었다.


만약 베트남이 아니었다면

내가 고른 것은 어쩌면

이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우연과 이런저런 상황.

서비스나 상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고객에겐 복잡 미묘한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다.


베트남 시가지의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만큼이나 얼핏 많아보이는 이 캐릭터들은 좀 너무 많다라는 느낌을 들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사실 욕을 먹은 것보다는

훨씬 잘 만들어져 있다. 다만, 마치

베트남 거리의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자동차들과

도로 차선을 다투며 운행하는 양,

덩치가 다른 차들이 자기들만이

오랜 세월 동안 터득한 신호들에

의해서 운행하는 것처럼, 관객들의

시선을 떠나서 위태위태하면서도

복잡하게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브라이언 싱어는 이러한 복잡

다단한 혼전의 전문가이고

성공적인 리부트인 매튜 본의

"퍼스트 클래스"와 자신의

재기작인 "데이즈 오프 퓨쳐

패스트"까지 성공작으로

만들어 내는 릴레이를 아주

잘 진행해왔었다. 하지만,

흥행의 측면에서 이 리부트

세 번째 편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일단, 오랜 고대로부터 뮤턴트

능력자들의 한 가지씩의 능력을

빨아들여서 점점 더 완전체가

되어가는 최강의 적 아포칼립스는

인간을 등지고 세계의 종말을

가져오려 하는 압도적인 존재로

정말로 결점 없는 강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잔인함만이 그가 가진

유일한 악덕인 것처럼 나온다.


이 과정에서 그가 하나씩

포섭하는 포 호스맨 들은

화면 상 너무 많은 매력적인

배우들과 압도적인 화면

비중을 차지하는 몇 캐릭터들

때문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따로 검색을 해보면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배우들이다.

이 배우들의 매력이 스크린

안에서 잘 안보인 것은 뭔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이 회화적인 그래픽만큼이라도 그 매력이 도드라지게 잘 나왔더라면이란 아쉬움이 있다. 스톰은 미스틱을 영웅으로 믿는 캐릭터로 등장해서 "의외감"도 선사했다.

마치 압도적인 강함에 그저

넋 나간 듯 매료되는 것처럼

그려지기에 마성의 매력이랄까

하는 것이 배우로부터 느껴지질

않았다. 단지 아주 잔혹하면서도

신중하게 사람의 마음과 목숨을

빼앗는 "설정"만이 느껴진다.

압도적으로 강하고 리더로서의 매력도 있다. 그런데, 외곬수로 싸우려고 하니까 문제다라는 결론을 낳으며 사라진다.


마그네토는 숨어서 살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저 가난한 철공소 직원으로

그렇게 살아가려 하다가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자들과의

혼전 중에 아내와 딸을 잃는다.

그런데 그 장면이 그냥

클리셰로만 느껴질 뿐

거대한 분노와 인간에 대한

또 한 번의 배신감을 필연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렬하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분노하고 있다기 보다는 뮤지컬 배우가 노래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두 명의 "인간"을

그 처음부터 증오할 수밖에 없는

설정을 가진 존재들이 "설정"에

목맨 캐릭터가 되다 보니 뒤로

갈수록 Xmen들과의 대결구도가

싱거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정말로 지구 상에서 가장 강한

두 명의 뮤턴트 + 4명의 A급

뮤턴트들이 뭉쳐 있는데, 그

균열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방식으로 결말이 날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의도했던 만큼 나지 않았기도

했다.


이구동성으로 이번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활동과 능력,

흥미로움을 전달한 캐릭터는

이전과도 같이 퀵실버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Xmen의 홍길동이다.

캐릭터의 측면에서는 "혼동"과

"설정"이 이전의 브라이언이

손을 댔던 Xmen 시리즈에

비해서는 확실히 아기자기함과

설득력이 좀 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배트맨 대 슈퍼맨"의

잭 스나이더를 옹호하는 방식으로

브라이언 싱어를 옹호하게 되리라곤

기대했던 적이 없었지만, 그런

방식으로 이 영화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많은 장관을 연출했고,

기대하거나 상상조차 어려운

씬들이 많이 나왔다. 종말을

이처럼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낸

영화도 드믈 것 같았다.


세이브로에 침투해온 바이러스와 같은 아포칼립스를 차단하기 위해 레이저를 발사해서 세이브로를 파괴한다.
세계를 파괴하는 것은 그에게는 정말 시간 문제일 뿐이다. 아이가 블록을 분리하듯이 말끔하게 가루로 날려버린다.
도시를 향해서 파괴해 들어가는 과정에 다리가 끊어지는 씬들도 실감나기 그지 없다.
프로페서X의 머리 속으로 들어와 거대화되어 정신의 공간의 주인인 프로페서X를 역으로 누른다. 엄청난 정신력을 갖고 있음을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나 관객들이

이 시대에 이르러 정말

기대하는 것은 이미 자본을

처바르면 어느 정도는 확보되는

그래픽의 승부만이 아니다.

두말할 것 없이 마음을 휘어잡는

스토리, 드라마인 것이다.


비주얼은 이미 이 시대에

이르러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고급화되어 버렸다.

이 측면에서의 승부는 결국

새로운 경험을 창출해주는

화면이 되어야겠지만, 더 이상

양적 승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좁은 비행기내 스크린으로

본 아포칼립스는 극장에서 돈을

내고 보았다면...... 조금 아쉬웠겠다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시청한 영화

"나우 유 씨미2"와 비교했을 때

이 두 영화는 거의 동급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 영화 이야기는 그럼 나중에

세상에 종말이 오기 전에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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