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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13. 2017

<Ghost in the Shell>-아쉬운 리메이크

모든 것에 더 나은 자원을 투여했지만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달하다

이미 [공각기동대]라는 만화를 보셨거나, [Ghost in the Shell]을 보신 분들 외에는 읽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나와 있습니다.


왜 이 영화가 히트하지 못했을까? 이런 질문이 계속 뇌리에 남아 있었다. 마치 이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 중에 일원이라도 된 마냥. 사실은 조금 분하기까지 했다. 이 영화의 흥행에 장애를 낳은 것은 다름 아닌 "화이트 워싱"에 대한,  곧, 아시아 배우가 주연을 맡는 것이 맞는 영화를 할리우드가 만들면 오랜 옛날부터 어떻게든 백인 배우로 끼워 맞추는 것, 에 대한 반발이었기 때문이다.


"Ghost in The Shell"의 원작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질 때 참여했고, 영화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이전보다 훨씬 훌륭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인터뷰 내용을 남기기까지 했다. 이 원작의 감독이 이미 이전에 자신이 만든 "아바론"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백인인 폴란드 배우들로 전체 캐스팅을 진행했었다. 주연 배우가 일본인인지 백인인지의 문제가 오시이 감독에게는 큰 문제가 애초부터 아니었던 것이다.


영화 제작사나 원작자, 감독이 모두 동의한 상태로, 화이트 워싱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배역인 "쿠사나기 소령"이 "매이저"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스칼렛 요한슨"에게 주어진 것이며, 원작의 원화부터가 이 배역의 모습은 "백인"에 가깝지, 일본인 또는 아시아인의 외양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무슨 권리로 "화이트 워싱"을 했다는 이유로 영화를 보지 말자는 보이콧이 벌어질 수 있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액션 자체만으로는 화려함의 극치였다. 장면장면 스칼렛 요한슨이 배역에 적합하다는 것에는 크게 이의가 없다.

물론, "이끼"라는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적을 때, 나는 설사 만화 원작자인 윤태호 씨가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작화의 매력이 배신당한 실사 영화다라는 내용을 남겼던 바가 있었다. 이것은 일면 모순이다. 내가 지적하면 로맨스, 남이 지적하면 불륜인 것이다. 이제야 나도 모순에 빠진 영화 관객 중에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원작자마저 빠진 함정이 이 리메이크 실사화한 영화에서는 명확히 보였다. 그들은 그런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칼렛 요한슨"을 제외한 영화의 배경과 스토리가 "공각기동대"원작의 배경인 미래 "일본"의 도시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원작 "공각기동대"의 수많은 디테일과 일치하도록 만드는데 정말로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만약에, 전혀 가상의 도시에 정체불명의 국가를 가정하고, 차라리 "아발론"처럼, 전혀 다른 3국에서 벌어지는 일로 내용을 그려갔다면,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함정은 다름 아닌 자신의 진정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채로 안드로이드의 몸을 빌어 살아가고 있는 "매이저" 자신이 오리지널 일본인인 "쿠사나기"가 납치당하여, 강제로 로봇화 된 존재임을 밝혀내는, 후반부의 반전 스토리에 나온다. 여기서 납치당한 원본인 "(쿠사나기) 모모카"로 불리우는 일본 여배우와 "매이저"가 일치하는 존재라는 느낌이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는데, 이 자체가 엄청난 공백이자 함정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실체를 찾는 과정에서 딸이 납치된지 오래되었다는 말을 하는 여자를 만난다. 눈빛을 보고 낯익다고 하는데, 닮은 점이 없다.

그럼으로써, 이 첨단 기술의 산업화와 기업화를 통해서 벌어진 비극이 비극으로 인식이 되지 않고, 디스토피아로 절묘하게 그려지면서 새롭게 창출된 세계가 관객들의 인식 속에서 비참하리만치 헝클어지기 시작한다. 영화의 제작 이전의 앞 배경을 살펴서 화이트 워싱이라고 비판할 여지를 차단한 상태로 영화를 관람했던 나조차도, 이 헝클어진 인식의 부담감이 즉각적으로 느껴졌다.


이 인식이 망가지는 부담감을 낮추고자 했다면, 영화의 색상은 조금은 무거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고, 납치된 "쿠사나기"의 원본인 일본인은 혼혈이 되었든, 실제의 일본 거주의 백인이 되었든, 외양이 거의 흡사한 일본인이 되었던, 아니면,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을 CG로 입력을 해서 비슷하게 만들었던, 어떤 방식으로든 이물감이 없는 인물이 잠시 잠깐이지만, 연기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전반적으로 무겁기 그지없는 영화의 분위기를 쫓아 따라왔던 관객들이 결국에는 배신을 당한 기분을 갖고 의식이던 무의식이던 그다지 썩 좋은 감상을 남길 수 없는 상태로 영화관을 나서게 만든 함정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99% 더 나은 실사 영화를 만들었어도, 높은 수준의 좋은 반응과 이에 따르는 흥행을 낳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외의 요소들에 있어서도, 화려함과 높은 영상 기술 수준은 감탄을 낳았더라도, 아주 잘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곳곳에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그나마 평작의 수준은 면하게 해주었다. 아무래도 1995년과 2017년 간의 SF물의 감각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었던 듯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엄청난 기술과 물량의 투여, 우수한 배우들의 기용도 끝내 그것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일단, 오래된 오시이 마모루의 팬들과 스칼렛 요한슨의 팬, 제작에 참여한 모두가 이 함정 하나를 제대로 피하지 못해서 영화를 극찬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을 만들어냈다. 이 장벽은 실상 "화이트 워싱"이 아니라. "배역의 정체성에 대한 일관성 유지의 실패"로 인한 관객들의 "인지 부조화"다. 통상 이런 요소를 겪어도 우격다짐으로 넘어갈 수 있는 "나와 같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스칼렛 요한슨, 줄리엣 비노쉬의 팬"조차도 이를 넘어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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