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Apr 15. 2018

<아토믹 블론드>-냉전과 배신 사이

냉전에 대한 기억과 첩보물의 또 다른 차원, 상승된 우먼 파워를 결합하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으신 분께는 보기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배신과 반전의 연속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루면서도 스타일리쉬하고,

잔인하면서도 난잡하지 않은

깔끔한 영화다.


여성 인권의 향상이라는 주제는

하나의 트렌드화가 되어 있다.

"아토믹 블론드" 원작은 물론,

지금의 트렌드가 만연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작품이 코믹스로

판매될 때 엄청난 인기와 판매량을

갖고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2012년에 만들어진 "The Coldest

City"라는 그래픽 노블이다.

이 작품 속의 주인공 여 스파이는 사실 보다 수수한 비쥬얼을 갖고 있다. 스토리도 캐쥬얼 하기 이를데 없는 작품이었다고 하니, 영화가 더 앞선 사례같다.

그러나 영화는 이 시대의 트렌드에

부합하고 있다. 적어도 007에서

다시 "제임스 본드"에 의존하고

그를 이용하는 "팜므파탈"같은 캐릭터로

회귀한 본드걸과는 다르다.

모든 상황이 거의 완료되고 복귀한 그와 기관의 중역은 보고를 받는 자리라기 보다는 심문하는 자리에서 상담한다.

흠씬 두드려 맞은 초췌한 차림새로

미국으로 복귀하여, 고위 간부와

은밀한 공간에서 만나 베를린에서

벌어진 "공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샤를리즈 테론"은

"매드 맥스"에서 보여주었던

여전사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강인한 여자"의 이미지를

뿜어낸다.

제임스 맥어보이와의 두뇌싸움은 이미 비주얼에서 승부가 결론이 난 것 같을 정도다
그는 초지일관 마초 이중 스파이로 나온다. CIA의 중역은 그를 믿지만, 그는 철저히 소련의 편이다.

그리고 이 강인함은 화려하고도 감각적인

주인공의 외모와 완력에만 있지 않았고,

심리적이고도 이성적인 수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말 그대로

핵폭탄 같은 금발 미녀 캐릭터가

제대로 형상화되었다.


그가 이 과정에서 회상처럼 시작하는

이야기는 매우 감각적인 장면으로

편집되어 나타나는데, 보는 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여유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하나하나

밀도가 있었다.


강한 여자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설정이 이뤄졌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레즈비언"으로 나온다.

때문에, 최소한 이성에게 배신당하거나

유혹당하지 않는 비 전형적인 캐릭터다.

이 장르 속에서 색다르게 나타난 유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블록버스터 첩보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주인공 유형이랄 수 있다.


앞 서 이야기했던 다른 첩보물

"인랑"을 포함한 수많은 "배신물"에서

배신을 당하는 캐릭터의 약점은

어디까지나 이성에 대한 사랑임에

반해, 이 "아토믹 블론드"의

주인공은 적어도 그런 면에서는

자유롭다. 전형적인 배신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정이기

때문이다.

 

"샤를리즈 테론"과 영화 속에서

자극적인 로맨스를 보여주는 상대역은

"소피아 부텔라"가 맡았다. 유사한

개봉 시점에서의 작품인 "미이라",

그리고 그 이전의 "킹스맨"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욕망의 화신으로 강력한

이미지를 살포했던 그가 이 영화 속에서는

가장 순수하고, 약하고, 인간성이 넘치는

캐릭터로 나왔고, 그 배역에 대해서

모자람도 넘침도 없었기에, 하나의

전형으로 흐르는 배우는 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배우는 알게 모르게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경합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샤를리즈 테론" 앞에서는

강력한 이미지의 여성 캐릭터로서 그와

대등한 수준의 에너지를 유지할만한

배우가 되기에는 "소피아 부텔라"마저도

모자라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염을 혼자 있어도 넘치도록 뿜어내는 두 배우가 만났을 때, 스크린은 압도적인 에너지를 내보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에

숨 가쁘게 벌어진 동독 내에서 활동한

스파이의 정보가 들어 있는 마이크로

필름을 미국이 갖는가 아니면 소련이

갖게 되는가라는 냉전을 다룬 전형적인

스토리다.


하지만 각각의 역할을 소화한

배우의 카리스마와 롱 테이크로

편집해서 길고도 긴박하게 벌어지는

액션, 속고 속이는 과정이 아무리

뻔하게 예측이 되더라도, 의외의

반전인 것처럼 인정하게 되는 장면의

전환, 감각적인 스토리의 연결이 있다.

7분여 가량의 롱테이크로 이어진 격투씬이 압권일 뿐만 아니라 무리하지 않아 보이게 잘 만들어졌다. 스턴트보다 배우의 연기가 많아 보였다.


냉전 속에 빠져 있다는 의미에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샤를리즈 테론"이 숙소의 욕조에

얼음을 잔뜩 넣어놓고 냉욕을 하면서

몸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온다.

말로 이와 같은 씬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를 직접 찍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고, 이를 편집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을 것 같다.

관능적인 여체를 강조하는 것보다는

강인하고 샤프한 이미지를 더 드러내는

동시에 그만큼 그가 차갑고도 험한

첩보의 세계 속에서 날카로운 정신과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드러냈다.


동시에 "냉전"상황에 "아토믹 블론드"로

불리는 그가 빠져 있는, "핵(Atom)"이

"냉전"의 배경으로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이미지로 등장하는 면도 있었다.

이 영화는 대부분 어두운 배경으로 화면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금발의

이미지는 강렬하게 어필되고 있다.


거의 슈퍼 히로인 급의 격투 능력과

회복 능력, 그리고 술수 면에서 가장 높은

고단수의 모습은 그저 그런 여배우가

금발에 몸매가 된다고 해서 설득력 있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샤를리즈 테론"의

높은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었다.

심지어 이 노장 배우를 신예인 갤 가돗과 액션 배우로서 쌍벽을 이루는 논조로 기사를 쓴 내용이 있을 정도이다.

물론 감독인 "David Leitch"의 계속적인

성공작 중에 하나라는 것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액션 비주얼을 "존 윅 2"에서도

감독 데뷔작으로 연출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데드풀 2"에서도 감독을 맡고 있다.

히트작 퍼레이드의 중간에서 이 작품을

만난 셈이다.


감독의 약력을 보다 보면, 왜 이렇게

잘 만들어졌는지를 납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밀도 높은 경력이 나온다.

1997년부터 스턴트맨의 경력을 시작했던

그는 "파이트 클럽"이나, "데어데블",

"매트릭스 레볼루션", "반헬싱",

"콘스탄틴", "언더월드", "엑스맨" 등에서

스턴트와 배우, 조감독, 감독을 수없이

수행해왔다. 밑바닥부터 쌓은 경력이다.


"샤를리즈 테론"과 이 감독의 밀도 높은

경력에서 나오는 탄탄한 화면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아쉽지 않은 작품이다.


이것으로 하나 더 깨닫는다.

액션 영화 보기 전에는 감독과

스태프의 약력도 시간나면 한 번

돌아볼 필요도 있다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혹성탈출_종의 전쟁>-인격의 승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