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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Dec 23. 201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강력한 전형성

사랑과 부, 명예, 권력 앞에 비겁해지지 말라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이 글을

나중에 봐주세요.


영화, 아니, 이 이전의
원작 자체가 선택한 답변은
전형성의 강화다.


이 영화는 홍콩편 아침 비행기에서

전반부를, 다음날 돌아오는

새벽 편에서도 후반부를 보게끔

만들 정도로 재밌었다.


현대에 이르러 이전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강력해진 아시아의 부를

느끼도록 해주면서, 단 한 명의 백인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를 결국에는 이렇게 보게

된 것이다. 보고 나니 기대 이상이었다.


중화권의 자금이 대거 투여되고,

동/남 아시아의 화려하고도

다양한 배우가 투입된 이 작품은

이른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경제의 70% 이상을 화교자본이 잠식한 싱가폴의 스카이 라인이 제대로 나온 첫 영화였다.

영화 산업은 또 다른 연관된 산업과

다름없이, 소비자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한다. 세계의 돈이 아시아로

유입되고, 머리 수만 따져도 이미

어느 지역의 관객을 최대한

고려해서 만들어져야 할지는

산수의 문제다.


여기에는 공학적인 계산까지

갈 이유도 없는 결론이 있다.


영화 산업을 지배하는 할리우드는

압도적인 산업 경쟁력을 앞세워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여성 관객을 불러들이기 위해서

여성이 주도적인 주인공이

되는 시대상을 보여줬고,


황인종 관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아시아인이 주도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간과 국경을 넘어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머릿속에 가득히

들어찬 과잉 정보의 세상에서

시선을 돌려 보게끔 만드는

영화는 무엇이어야 할까?


영화, 아니, 이 이전의 원작 자체가

선택한 답변은 전형성의 강화다.

이미 원형이 정해져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아시아권의 드라마 속

전형적인 러브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할리우드 영화처럼 배우의 외모와 몸매,

매력, 지성, 화려함과 더불은 통속성을

강조한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컨테이너선 위에서 벌어지는 총각 파티 장면을 위해 말레이시아의 한 주차장에 세트를 세웠다..

결론은 여주인공이 보여준
끝까지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상대의 "자존감"도 망치지 않는
상호 인정의 "수"가 만든다.


영화는 판타지에 가까운

순수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변주한다. 남자가 어마어마한

부자 집안의 황태자와도 같은

사람이란 것을 주변의 모든

사람은 알아도 사랑하는 여자가

모른다라는 것 자체가 이미

초반에서 이 스토리가 판타지란

것을 드러낸다.


그래서 결론부로 갈수록 더 용기를

내고, 더 강력한 치킨 게임을 하면서

시어머니가 될 사람과 대결을 하는

예비 신부의 모습이 더 현실에 가깝게

보인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던

비슷한 상황의 시어머니가 자신의 권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반지가 아닌 남편이

준 반지, 자기 자신이 가진 이 집안 내의

최대 권한)으로 결혼을 인정하도록

만들게 된 결론은 여주인공이 보여준

끝까지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상대의 "자존감"도

망치지 않는 상호 인정의 "수"가 만든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배우지 않은 말레이 계열의 양자경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우아해지고 노련미가 돋보인다.

그런 "수"를 상대방에게 내놓아도

별생각 없는 이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거부하겠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어머니의 선택은 그 자체로 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또 다른 행위다.

내면 상대방이 이기는 패지만 이를 낸다. 내지 않았다면 이길 수 있는 세트를 갖고 있었음에도. 이런 장면이 멋진 장면인 영화다.


이 작품의 주제는 배우의 대사로

이미 명확하게 전달된다. 덜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 반대를 하고, 갖지도

않은 세속적인 탐욕을 자기 자신의

지저분한 동기에 비춰보고, 상처를

준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마주하고,

절대로 그냥 도망치지 말고

서로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협상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주제는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된 현재의 미국식 베스트셀러

극화의 주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보편적이고도 자연스럽다.


이안 감독이 수십 년 전에 만들어서

히트시켰던 "결혼 피로연"과는 다르게

또 한 번의 아시아인 취향 중심으로

이뤄진 영화로써 중화권의 문화가

다시금 전 세계적으로 조명되었다.

부모를 만족시키기 위해 가짜 결혼식을 치루지만, 신랑의 실제 애인은 백인 남자였던 이안 감독의 "결혼피로연"의 한장면

"결혼 피로연"이 "중화권의 문화"와

서구권의 "동성애"를 잘 버무린

중국 음식에 비유하면서 화목한 결론으로

가져간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은 "중화권의

부잣집+유교적 문화"를 서구의 "여성인권

향상"과 화려한 파티 속에 잘 버무려 낸

작품으로 서로 대칭이 되어 있다.

영화 "결혼피로연"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의 결혼피로연의 규모 차이는 엄청나다.  그 20여년 가량의 시간 동안 아시아는 도대체 얼마나 달려온 것인가?


곳곳에 상징적인 동-서, 전통 화교와

미국/유럽계 중국인 간의 융합을

보여주는데, 순수한 전통 화교 집안

태생을 중시하는 역할을 하는 시어머니

배역의 "양자경"이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배우라는 점이

노출된 일종의 스포일러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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