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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28. 2019

*무비 패스 <누구나 아는 비밀>-그래서 위험한

가족과 연인, 친구라는 관계의 취약함과 그로 인한 위험성을 드러내다

스포일러 없이 써지지 않더군요.



아스가르 파르하디(Asghar Farhadi)라는

영화의 감독이 이란계 감독인지도 몰랐고,

그런 그의 영화가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도 모른 체,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에 참석해서

이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였을까? 아직 보진 못했지만

다른 로맨스 영화에서 케미를 적절히 잘

맞추어낸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 이 두 배우가

다시 나오는 영화인만큼, 로맨틱한

내용이 다소 열정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 정도 외엔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갈까에 대해선 감이

서질 않았다.

그들은 사랑의 열정이 쓸고 갔던 과거는 회상하지만, 영화속 현재의 현실에서 불타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는

결론이 영화가 끝난 뒤에 30분간

있었던 Guest Visit 시간에 "기생충"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던 "김대환"이란

분께서 영화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준 이후에 갖게 된 확신이었다.


이후에 알게 된 내용이 신선한 충격을

더 강화해 주었지만, 감독이 누군지

알았다면, 영화는 초반부에 몰입을

낳기 어려웠을 것 같다.


초반부의 30여 분간 이 영화의 정체성을

감잡기가 어려웠다. 마치 "인터스텔라"

처럼, 스릴러를 갈구하고 왔을 관객에게

치밀한 연출력과 더불어 가족 드라마

장르가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이 샷 안에 다 나와 있다.


그게 잘못이란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란 감독이 만든 스페인

영화란 것을 알고 있었다면, 머릿속에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을 선입견에 의한

비평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스페인의

유명한 가족 영화감독이 하나 열심히

토착화된 스페인 가족 드라마를

섬세한 스페인계 배우의 경험을 살려

잘 만들었구나라고 느꼈다는 얘기다.


그만큼 이 감독은 자신의 다른 국적 색이

영화에 나타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반대로는 인간성의 보편적인 영역에

최대한 집중했다. 때문에, 그것이 어느

나라 어느 동네에서 만들어진 스토리라

해도 크게 다른 느낌을 가져오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친척의 결혼식을 축하하려 여러 곳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과 얽혀 보이는

대가족의 끈끈해 보이는 유대감과

그저 오랜 친구인 것으로만 나타나는

"파코"(하비에르 바르뎀)와 "라우라"

(페넬로페 크루즈)의 명랑해 보이는

관계에는 그 어떤 불길함도 보이지

않는다. 전조나 복선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어언 30분여의 시간이

지났다.


이후에 찾아온 파국이 그 30분 간의

영문 몰랐던 가족 드라마를 어떻게

관객이 다시 복기하도록 만드는지는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이미 영화는

관객에게 도전장을 제목으로 내밀었다.

"누구나 아는 비밀(Everybody Knows)"

이라고 말이다.


제목을 떠올린 순간 '그렇지 내가 놓쳐서는

안될 것을 놓쳐버린 것은 아니겠지'라는

맹렬한 자존심과 결부된 두뇌회전이

이뤄지게 된다.


영화 속 인물과 관객 중에 나만 뭔가를

모르는 존재가 되는 낭패는 최소한 겪고

싶지 않은 관객은 저마다 이 스토리 속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군데군데, 가족이라는 관계와 친구와

연인이라는 관계가 갖고 있었던 취약한

부분과 미움과 오해, 서로 간의 불신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와 관계에 얽혀있는 갈등이 계속

등장하면서 점차적으로 영화는 파국을

뛰어넘는 반전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관객의 관심이란 끈을 놓지 않는다.


영화 속의 결론은 긍정적인 "인간성"의

화신인 것처럼 그려지는 약간 덜 진화된

바보스러움과 우정, 사랑, 부성애를

성공적으로 모두 연기해낸 "파코"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이 마치 성인이라도

된 것처럼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자신만이 잘 몰랐던 모두가 알고

있었던 "비밀" 때문에 말이다.

그는 배우자 비아에게 자신이 알게 된 비밀을 털어놓고, 가장 큰 파국을 향해 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는 그런 어리숙한

사람을 같이 비웃으며 끝을 마무리하며

메마른 반전극으로 정체성을 갖고자 하진

않았다. 오히려 오마쥬처럼 갖고 온 마지막

씬은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처럼

결국 밝은 천하에 악행을 저지른 사람의

죄과가 밝혀진다는 방향으로의 열린

결말을 남겨 둔다.


초반의 30분 동안 집중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스릴러가 아닌 가족드라마라고

장르를 이해하고 보면, 오히려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30분간의 느린

호흡은 "인터스텔라"처럼 관객을

제대로 중반부의 리드미컬한 게임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정말 중요한 호흡이다.

같이 쉬어 주어야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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