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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11. 2019

<로켓맨: Rocketman>-애정 결핍의 스타

엘튼 존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의 전반부를 그리다

스포일러가 있군요......

그렇다고요.


엘튼 존이란 팝 가수가

나의 어린 시절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어떤 영향력을 가진 존재였는지

지금 세대의 젊은이들은 알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상 야릇한 옷을 입고 노랠 불러도 감동적이었다.

지금은 그저 나이 들어서도 울긋불긋한

의상을 입고 피아노를 치며 노랠 부르는

원로 가수의 한 분이자, “킹스맨 2”에

깜짝 출연해서 우스꽝스러운 본인

역할을 본인이 연기한 괴짜로는

인식되어도, 한 때 팝계를 지배했던

초절정의 인기 가수였다는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내 연배,

또는 그 이상의 연배를 빼놓곤 없다.

가수던 배우던 소화 가능한 엔터테이너다

Rocketman은 대표적인 성공작이며,

동시에 그란 사람의 성격을 드러내준다.


아직 무덤에 들어가지도 않은

그의 전기 성격을 지닌 자전적

스토리의 영화가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실험극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통상은 한 사람이 죽은 뒤에야

그에 대한 자문과 탐방이 이뤄져

만들어질 스토리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스토리이므로, 그 내용에

넘치는 것은 사실과 유사할거란

추측이 생긴다. 기억의 왜곡은 별개로.


그가 그렇게나 사랑을 받으려고

요란한 복장을 하고, 몸을 흔들며

피아노를 친 것이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냉담함과 그 시절이나

그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크게

다름없는 어머니의 냉담함과

무신경함에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 있다 보니, 점차적으로

이 인생사의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 그의 스타로서의 인생의

어두운 뒷면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지면서 동정심이 생겼다.

다양한 그 시대의 인물이 잘 그려졌다. 냉정함과 비정함, 무신경함 모두가 그려지지만 분노로만 끝나진 않는다.

그렇다고 동성연애자로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감정적으로

버림받은 인생과, 이로 인해 발생한

애정 결핍에 따른 이상 과다 행동,

그리고 코카인 등의 마약 중독을

고백하는 그 모든 노출증 섞인 스토리가

끔찍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슬퍼도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기. 어렵지만 필수적이다.

상황 상황에 절묘하게 맞게끔

그의 노래가 뮤지컬처럼 펼쳐지면서

결국, 그의 슬픔이, 아픔이, 고독이

승화된 작품으로 만들어졌음을

깨달으며, 그러한 인생사의 고통을

극복하고 당당히 일어선 일례를

통해서 나의 한 부분이 약간은

치유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

가사에 녹아 있고, 장면 장면을 잘

설명하는 듯한 노래와 춤, 환상적인

씬의 연결은 영화를 끝까지 보게끔

이끌어주는 충분한 역할을 한다.


내가 옛사람이라기보다는

이 시대에도 통할만큼의 보편적인

즐거움과 애닲음의 정서를 담은

그의 노래의 생명력을 느끼고 깨달았다.


그것은 우리의 아픔과 슬픔은 그대로

묻어버리거나 그대로 주저 앉는다면

우리에게 하나의 해악 밖에 되지

않을 뿐이지만, 보다 완전한 작업이나

작품, 일, 사랑, 육아, 건축, 예술 등으로

승화시킨다면, 결국에는 생산적인

결과로 남을 수 있다는 절망 속에서

건진 희망의 방향을 보여준다.


물론, 이래저래 글을 쓰면서도

썩 괜찮고 훌륭하며, 승화된 것이

맞다 싶은 작품은 아직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어제 겪은 슬픔과 분노에

빠져 오늘 하루를 자기 파괴적으로

살아가기 보단, 오늘 글을 하나 쓰기

위해 이렇게 카페 안에서 아이폰에

연결된 블루투스 키보드를 두드리며,

분노와 슬픔보다는 나은 것을 남기려 한다.


그가 겪은 것 같은 수준의 낭떠러지는

적어도 나는 겪지 않았다고 나를

위로하기 보단, 그럼에도 노랠 불렀듯이,

더 생산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려 한다.

그게 “Rocketman”은 아니지만,

“Roman”인 나에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는 절망 속에서 떨어져 내리기 보단

로켓처럼 하늘을 향해 비상했다.


이 영화는 실존하는 인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교훈을 실시간적으로

줄 수 있다. 유용한 영화다. 추천드리고

싶은 분은, 어제 오늘 억울하고 안타까운

아픔을 겪은 분 모두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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