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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10. 2015

<스티브 카렐의 매력>-거부하기 어려움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와 겟 스마트, Seeking a friend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


Crazy, Stupid, Love.
감독: 글렌 피카라, 존 레쿼
출연: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줄리안 무어, 엠마 스톤, 마리사 토메이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 118 분 | -

 이 영화는 일면 불륜을 다룬 영화 같으면서도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서양 역사 속에서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는 희극의 유형 중에 재미있는 양태는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꼼꼼하고도 주도면밀하게 시도해보고 잘 만들어 성공시킨 작품이다.

일단 재미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선을 화면으로부터 돌릴 틈이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아내밖에 모르고 살았던 촌스러운 남편이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사를 벌였다고 고백하고 떠나간 뒤에 바람둥이 멘토를 만나 바람둥이로 변화한다는 아주 전형적인 스토리이긴 하지만 스티브의 연기력은 이 영화를 매우 설득력 있게 잘 끌어간다.

라이언 고슬링의 멘토 연기는 스티브 카렐의 리시브가 살려준다.



라이언 고슬링이나 줄리언 무어의 검증받아온 연기력이나 엠마 스톤, 케빈 베이컨, 아역 등의 배우들의 팀웍이 잘 어우러진 맛갈진 조연 연기의 조합은 이 영화가 마치 연극을 상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복잡 다단한 콩가루 집안의 모습을 극단의 희극적 난장판까지 무리 없이 잘 끌어간다.

파국의 막장에 모두 엉망진창에 빠지게 된다.


엉뚱하기 이를데 없는 상황이지만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나름 해피엔딩을 향해 간다. 자기 파괴적인 가장이 자신감 넘치는 가장으로 회복되는 과정은 오늘날의 40대 아저씨들에게 나름 행복한 환상을 선사해주고 있다. 물론 주 관객은 40대의 아주머니 분들이 될 영화이긴 해도.

스티브 카렐의 연기력은 내가 그를 보았던 최초의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도 나름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 속에서 짐 캐리의 폭소연기 카리스마와 대결해서 망가지는 역할이었음에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할만큼 떨어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브루스 올마이티 (2003)


Bruce Almighty

감독: 톰 새디악
출연: 짐 캐리, 모건 프리먼, 제니퍼 애니스턴, 필립 베이커 홀, 캐서린 벨
정보: 판타지, 코미디 | 미국 | 100 분 | 2003-07-11


 주인공 짐 캐리보다 항상 잘 더 나가는 약삭빠른 직장 동료의 역할이었는데 서로 상호 빙의라도 된 것처럼 연기하는 장면은 백미였다.


둘 중에 하나라도 연기력이 떨어지면 할 수 없는 아바타 연기는 이후의 영화 속에서 스티브의 연기력이 어떻게 더 폭발적으로 나타날지를 예시해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이후에 짐 캐리보다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는 스티브의 모습이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겟 스마트 (2008)


Get Smart
감독: 피터 시걸
출연: 스티브 카렐, 앤 해서웨이, 드웨인 존슨, 알란 아킨, 테렌스 스탬프
정보: 코미디, 액션 | 미국 | 110 분 | 2008-06-19

 그리고 보기 싫은 느낌이 들었던 전형적인 미국식 패러디 첩보물일거라 예상했던 겟 스마트를 보게 되었는데 이제와서 그 연기력을 인정받은 앤 해서웨이와 스티브의 공연은 사실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 이상의 쏠쏠한 재미를 영화를 보는 내내 잘 선사해준다.


쟈니 잉글리쉬와 미스터 빈이 영국에 있다면 겟 스마트와 스티브 카렐이 미국에 있다. 이런 등식을 만들어 주었을 정도라고 할까? 정신없는 실수 투성이의 첩보원 역할을 닭살 돋지 않게 잘 해주었다.


시킹 어 프렌드 포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감독: 로린 스카파리아
출연: 스티브 카렐, 키이라 나이틀리, 코니 브리튼, 아담 브로디, 패튼 오스왈트
정보: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94 분 | -

국내에 왜 개봉을 안했던 것일까 아쉬운 영화가 바로 다름아닌 이 영화이다. 스티브가 나왔다고 바로 코메디물로 생각하고 보는 관객들이 실망할까봐 개봉을 안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보고나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인류의 종말 앞에서 함께 하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설득력있게 관객들에게 다가가는지 나름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약간의 코미디적인 내용들이 군데 군데 있지만 이 영화는 인류가 종말을 앞 둔 순간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게 될 것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너무 웃기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이 없어지지는 않도록 적정 수준의 무거움을 가지고 다룬 것처럼 보인다.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가 상호간의 매력을 다시 발견해나아가는 불륜과 다시 이어지는 관계의 회복과 유쾌한 가정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끊임없이 웃기면서 끌고 갔다면 이 영화는 일단 종말을 맞아 부인이 도망가버리는 상황부터 시작하며, 이 순간 첫사랑을 찾아가는 도정 중에 최후의 순간 같이 있고 싶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스토리로 인도하는 잔잔한 로드 무비를 제시하고 있다.



이 세영화를 스티브와 더불어 전부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시킹 ==> 크레이지 ==> 겟스마트 순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킬링 타임용의 액션 무비를 줄기장창 선택하다가 지겨워지고 지금 살고 있는 삶을 무겁지 않게 잠깐 반추하고 싶은 기혼자들에게 나는 이 영화들을 추천한다.


물론, 겟 스마트는 쟈니 잉글리쉬같은 패러디 첩보물을 나름 즐기는 분들을 위한 작품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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