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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Dec 24. 2019

<백두산>-수준급의 재난 영화

기대했던 것 이상의 품질의 작품이 나오다.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 스타일을 구현


할리우드에서 일했던 스태프를 각각의 부문마다 모셔와서 이 영화를 만들게 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병헌도 몇 편의 할리우드(터미네이터와 지아이 조, RED2 등) 영화에 출연하면서 그 스타일의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배우이고,


하정우도 센스 하나만큼은 관객의 시대에 맞게 맞추는데 능숙한 배우다.


이런 스타일에 맞게 찍어서, 이를 찾아보는 관객이 스피디한 진행을 그대로 쫓아가면서 물량 공세에 어느 정도 압도되는 느낌을 받게 하려 한 것이 의도였다면

일단, 이 의도는 크게 성공했다.


여기에 국민 첫사랑 배우라고 불릴만한 배수지가 곱디 고운 임산부의 역할로 등장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고,


근육과 완력과 더불은 연기로 호감을 쌓아오던 마동석이란 배우가 착실하게 안경을 쓰고선 미국 국적을 가진 박사 역할을 맡아서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캐스팅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아 심지어 이병헌의 배역인 "이준평"의 부인 역할로 잠시 카메오 성으로 나온 배우가 "전도연"이었다.


"밀정"이란 영화에서 "이병헌"이 카메오였음에도 매우 강렬한 인상을 전달하고 사라졌던 것처럼 "전도연"의 짧은 연기도 그 정도 이상의 강렬함을 남기고 사라졌고, "이준평"이 선택한 결정을 강력하게 합리화해 주었다.


캐스팅 보드 하나만으로도 감동이 적지 않게 생길 수 있었는데, 각각이 맡은 배역을 한 눈 팔지 않고 충실히 소화해주면서 여기에 담긴 의도도 그대로 성공으로 이어졌다.


스토리 라인도 크게 모자라지 않음


그 외의 나머지에서마저 모두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다들 그렇게 어려웠던 것인지, 이 만족스러운 오락 영화에 대해서 다들 스토리가 개연성이 부족하고,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있는데,


섬세함이 줄어든 시선으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스토리도 사실상 그렇게 개연성이 부족하고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난하게 잘 만들어진 스토리에 연출도 세련되고, 앞 뒤로 이상하거나 어색한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서두에서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확고한 계획이 있었고, 적지 않은 물량의 그래픽이 이 부분에서 쏟아졌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에서 나왔던 땅이 갈라지는 가운데 종횡무진 리무진을 "존 쿠삭"이 몰고 다니는 장면에 비해서 떨어지는 바 없는 자동차 도심 레이싱 장면이 나왔고,


건물이 무너지고 차가 서로 부딪치는 그 모든 장면의 품질이 할리우드 산 재난 영화 대비 크게 떨어지는 바가 없다는데 일면 압도당했다. 이 작품은 이미 이 도입 부분만으로도 성공을 거머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자유의 여신상이 없는 나라이므로 대신 북한 쪽에서 김일성 동상이 몇 개 넘어져 있기는 했었다.


일단, 재난 영화로서의 모자람이 없는 그래픽이 나오고, 적절한 스토리와 긴장감, 그리고 의도된 흥분감과 더불어 눈물이 찔끔 나오게끔 만드는 씬이 제대로 배치되었다.


배우 이미지 상향 위한 배역 추측


이병헌이란 배우의 이미지를 좀 바꿔주자는 뜻에서 비장한 역할을 맡게 한 바가 있어 보이는데, 실제 그 배우의 현실이 "도덕적이고 고상한 이미지라는 방향"에서는 그 어느 쪽(영화 속에서는 남한으로도 북한으로도 중국으로도 미국으로도)으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그렇게 결론이 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없었다. 살풀이라고 하면 그렇지만, 가정을 등한시하고 자신만 생각하던  삶을 살았던 "이준평"이라는 배역에 대한 그의 부인의 저주와 고발, 그리고 그의 희생이 신년에는 이 배우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중에 대한 표현, 모방 비난 우려


일면 논란이 될만한 부분은, 미국이나 중국이나 "한반도"에 위협이 되는 큰 재난이 "백두산"의 "화산 폭발"이 되어 이를 막아보고자 하는 "남한"의 독립적인 군사 활동에 제동을 걸고, 심지어는 방해를 하며, 한반도 전체가 황폐해지더라도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장면이다.


국내 흥행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서 넣은 장면 같기는 하지만, 이렇게 잘 만든 작품을 미국과 중국에 수출하는 데는 장애가 될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이 구도가 아니었다면, 마지막 파국에서의 최종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맥이 빠지게 될 것이므로, 완결성 있는 시나리오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설정이나 장면 등을 모방했다는 이유 등으로 욕하는 것이 사실 웹을 뒤져보면 적지 않게 나타나는 이 영화에 대한 평이다. 그러나 모방이라는 과정 없이는 만족스러운 창조가 나타나기 어려운 법이다. 이 정도 비슷해지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더불어 써왔던가?


"엑시트"가 다소 모자란 물량과 그래픽에 한국적인 대가족 드라마와 록 클라이밍을 잘 연결시킨 맛있는 요리를 하나 잘 만들어 냈다면, "백두산"은 "롤랜드 에머리히" 등의 재난 블록버스터 거장의 영화 속에 나타난 그래픽 기술과 스케일을 엇비슷하게 쫓아간 가운데, 민감한 미국/중국/북한/한국의 관계를 잘 비벼 넣고, 북핵 문제라는 국제적인 논란을 낳고 있는 사건을 큼직하게 배치하면서도 "4인 가정" 수준의 행복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거는 한국식 가장의 고군분투를 잘 그려내며, 큼직한 김치전 같은 맛을 가진 퓨전 피자 한판을 잘 구워냈다.


이 영화에 2편이 있을 리야 없겠지만, 타이틀롤이 올라가는 영화가 끝난 이후 불쑥 이병헌과 하정우의 케미가 오가는 장면이 마치 쿠키 영상처럼 잠깐 나타났다 지나갔다.


이 영화를 이렇게 잘 만들어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잠시라도 보고 지나가는 여유가 관객에게 있으면 좋겠다. 그래픽 등에 관련해서 거대한 인원이 투여되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과 스케일이 영화의 질로도 나타났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잘 안되었던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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