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타, 제5원소, 택시, 레옹, 루시 종합세트
스포일러 있습니다.
일단은 처음 본 순간의 느낌은
완벽한 니키타의 변주였으며,
제5원소의 변주는 브루스 윌리스의
늙은 연인의 반복이었으며
차량 체이싱 씬은 택시의 변주였고
레옹의 처량함, 루시의 초인적인 능력의
변주가 오케스트라처럼 연결되고 있었다.
물론, 메멘토의 기억의 역추적이라는
기술도 다시 쓰였고, “승자는 혼자다”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웹 소설도 떠올랐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이 5년 전, 육 개월 전 하는 방식으로
이미 오랜 시간 전에 결정되었던
숨은 스토리가 있다며 여러 번 반복된다.
그렇지만, 뤽 베송이 만들었던 예전의
작품들이 준 그만큼의 감동은
일어나질 않았다. 여성 스파이라는
소재에 대한 그렇게 오밀조밀한 변주가
너무도 치밀했기 때문에, 오히려
굉장히 잘 만들어 낸 파스타처럼
거칠지 않고 너무도 고와서 조금 심심했다.
남자다운 러시아 스파이
잘생긴 미국 스파이
어여쁜 러시아 스파이
환상적인 이중간첩
자기조차도 감잡기가 힘들어진 정체성.
뤽 베송이 만들었다면, 흥행 보증 수표였던
시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자본과
기획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많이
나왔지만, 이 영화는 그 이전의
영화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웠다.
뤽 베송이 레옹으로 상한가를 쳤을 때
레오 까락스는 “퐁네프의 연인들”이란
영화를 찍고 있었다. 프랑스 영화에도
전성기가 있던 시절 얘기다.
그 타이밍의 프랑스 영화는 미국 영화를
비용 대비 효과성이라는 문화적 소프트의
파워를 이용한 가성비 높은 영화로
발라버리고 있었다.
그만큼 한국가가 가진 긴 역사라는 무기는
사용만 잘 되면 대단한 문화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런식으로 감독의 일대기를 영화로
써낼 수 있는 작품 목록을 가지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감독.
그분이 “뤽 베송”이다.
다만 ANNA는 아쉽게도 그 명성에
걸맞은 작품이 되지 못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