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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pr 15. 2020

<터미네이터_다크 페이트>-다시 돌아가기 어려움

이미 너무 많은 길을 돌아 멀리 온 시리즈의 어두운 운명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제임스 카메룬은 말 그대로 전설이다.

그가 만들거나 손댄 작품은 최소한

평타 이상을 치거나 이전의 최고

흥행 기록을 경신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베틀 엔젤_알리타"는

감독인 "로드리게즈"의 역량의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의 오랜 기획이 실현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타이타닉"의 대성공은 그 시대에

파란을 일으켰고, 이만큼의 작품을

다시 그가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긴 지 꽤 오래된 뒤에 "아바타"가

불러일으킨 더 큰 성공은 '역시, 그러면"

이란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이야기를 짧게 간추리자면 이 환상에

부합되지는 못한 또 하나의 작품이었다.


3,4,5라는 각각 시리즈의 리부트 성격을

갖고 개봉된 영화들이 "제임스 카메룬"을 

벗어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점차적으로 희미한 이미지로

변하도록 망가뜨려왔다면,

여기에 한 계단 정도 높은 수준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아류"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만들어졌기에 아쉬운 작품이

되었다. 제목처럼 "다크 페이트"가

된 작품이 이것이었다.

더 새롭게 터미네이터를 만든다고 해서 성공적인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 것 같다.

일단, 이 영화는 성공하기 위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더 뛰어난 능력의

"터미네이터"가 제대로 등장했다.


그러나 액체 터미네이터와

고체 터미네이터가 한 몸이 되어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는 설정은

안타깝게도 이전 시리즈나 아류를

살짝 비껴서 올린 듯한 느낌을

벗어나질 못했다.

제대로 과거와 미래에서 옛 것과 새 것을 불러들였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생기지 않았다.

역변으로 인해 "존 코너"로 3~5 내내

출연하지 못했던 "에드워드 펄롱"의

미소년 시절을 CG로 구현해서

되살려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선지

아니면, 극 후반에 밝혀지는

"여권 신장", "인종간 평등 추구",

"운명이란 없다"를 더 강조하려 했는지

그를 또 다른 T800이 와서 암살에

성공한 것으로 그려서 극에서 완전히

배제해 버렸다.

실용주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고려한 결정일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야 환영할 결정이다.

이전의 성공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단호하고도 시대에 맞는

선택이었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했었던 다른 내용과 충돌을 일으키며

기대했던 효과는 반감시켰던 것 같다.


"존 코너"의 어머니, "린다 해밀턴"이

여전사로 열연했던 "사라 코너"를

다시 불러들여, 1,2편보다 한 수 위의

기량과 터프함을 연기하도록 했던

것은 명백하게 기존 팬심을 극대화

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모성"을

제외한 채로의 그의 능력은

유감스럽게도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절망과 고통,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서두는 그의 모습은 고집불통의

불평불만자처럼 보였다. "존 코너"가

살아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면,

비중과 무게감은 더 올라갔겠지만,

영화 속의 배역의 영향력은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미 "아류"여서 재미없었다란

평가를 받은 "제네시스"의 설정을

어느 정도 그대로 가져와서 나이를

먹고 늙은이가 되어 있는 T800이

인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존재로

바뀌어 있는 상황을 보여주었는데,

이렇게 되니 "카메론"이 참여하면

"다르다"란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뭉게 주었다.

제네시스(아래)와 다크 페이트(위)에 반복적으로 나이 든 T800 이 사람 좋은 할아버지로 등장한다. 다크 페이트의 다른 점 중에 하나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 것 정도다.

물론, "제네시스"보다 더 그럼직한

설정의 보완이 있었다. T800이

"존 코너" 암살에 성공한 뒤에

"목적"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다

"미혼모" 가정의 가장이 되고,

대안 가족처럼, "아이를 같이

키우는 공동 양육자 역할"을

하면서 "아이"의 성장을 도왔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꽤 세련된 설정의 보완이었지만,

T800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며

가족을 떠나는 장면에서 그 대안 가족의

결속력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이 설정을 지탱하는 힘을 떨구었다.

"제네시스"의 설정과 차이를 느끼기가

어려웠고. 그의 희생도 기시감 이상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웠다.


"그가 와도 별 수 없다." 비용과

분장, 그래픽 작업의 어려움 등을

회피하기 위한 설정을 그대로

사용한 작품이 그 전 작품과

도대체 뭐가 다른가란 무의식적인

비아냥이 이 시점에서 솟아오르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이 전의

시리즈의 이야기를 삭제하면서

등장한 또 다른 스토리가 되어야

했지만, 오히려 답습하는 면모가

드러나니, 관객이 힘이 빠지게 된다.


물론, "멕킨지 데이비스"가 연기한

"그레이스"의 중성적인 이미지와

강화된 인간 육체의 강력한 힘 등은

극을 주의 깊게 끌고 간 중요한

동력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밝혀지는

"나탈리아 레예스"가 연기한

"다니 라모스"의 "여성 반군 지도자"

역할은 나름 신선한 극화의 전개였다.


이 시대에 맞는 "여권 신장 스토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도 좋았고, "백인

우월주의"를 벗어난 설정으로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오래전 팬심을 극대화하기에는

이율배반적인 효과가 있었다.  


극화가 끝나고, 이제 "제임스 카메론"이

참견했음에도 더 이상 예전의 전설과도

같은 휘광을 나타내지 못한 이 시리즈는

정말로 "구제불능"의 딱지 밖에는

붙일 것이 없어 보였다.


아마도 "존 코너"의 "정변"을 가정한

그래픽이나 좀 더 사실 임직 한 배역을

연기할 배우를 구할 수 없다면,

그리고, "사라 코너"라는 아직 살아남아

있는 영화 속의 배역에 다시 매력을

부여할 수 있는 설정이 덧붙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시리즈는

만들어질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보기가 꺼려졌던 이유가 이젠

무엇인지 알아버렸고, 안 본 눈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살짝 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저질러진

것으로 바뀐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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