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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y 06. 2020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가다"

하나씩의 글이 모두 새로운 시작이고 도전이며 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근래에 "나도 작가다"라는 공모전 이벤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또는 "도전"이란 주제로 글을 쓰고, 만약 선정된다면 이 내용을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고 하니, 더더욱 많은 관심과 동기를 부여하고 글을 쓰게 되네요. 이미 선정이라도 된 것 같은 예감에 휩싸여, 작성한 글을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상상부터 하고 있는 제 모습은 어쩌면 그 어떤 도전이라도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란 깨달음마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이벤트에 모두 참여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응모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영화 감상문에 대한 나름의 문예를 인정받고 5번째의 "브런치 무비 패스"를 받아 6개월간 몇 편의 시사회에 참석하고 매번 감상문을 올렸습니다. "브런치 작가" 이벤트에 제대로 선정된 작가로 불리는 분과 비교하자면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저에겐 계속 글을 써갈 수 있는 동력이 된 일입니다. 그만큼 글을 쓰고 이를 공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요. 그러나 이렇게 선정되어 상을 받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저라면 그것은 제대로 된 "작가"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을 받든 받지 않든 자신의 내부에 충분히 글을 써나갈 동기나 힘이 있고, 그것이 어떤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그 사람을 "작가"라고 부르는 것이 더더욱 맞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직장 동료나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라도 하면, 정말 아주 친하지 않은 이상 이런 소식에 대해서 제대로 된 반응을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들어와서 보는 친구는 하나 둘 정도입니다. 마케팅이나 영업, 섬유 등 제 일에 관련된 글을 쓴다면 어쩌면 더 좋은 반응을 얻고 더 많은 주변의 지인을 이곳에 모았을지도 모르지요.


다만, 영화와 에세이, 서적에 관련된 제 브런치에 조용히 들어와 글을 읽었다는 표시를 남기거나 댓글을 달아주는 소중한 독자님이 계십니다. 때로 오래 쓰지 않고 살다가도 그분의 존재감을 느끼면, 홀연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요. 그러나 그것만이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보다 통합된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여러분이라면, 운이 좋은 분의 경우엔 좋아하는 일을 잘해서 이를 인정받고 아니라면 지금 할 수 있게 된 일을 좋아하고 잘해 내서 이를 인정받고 그 댓가를 받으며 살아가는 삶의 단계적 과업인 직업적인 성취를 달성 해야 합니다.


저는 후자의 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글쓰기,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종종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작가 기질"을 잃지 않고 그것이 진정 누려야 하는 저의 자유라고 생각하면서 이곳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있어요.


때로 생활과 꿈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이 모양새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에 투여해야 하는 시간과 열정을 다 쓰고, 육아와 가정을 위한 또 그만큼의 에너지를 쓴 뒤에도 아직 글을 쓸 수 있는 이 중년의 시간과 기회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직 예상되는 수명의 반도 살지 않았고 계속 성숙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신통한 반응이 없다고 해도 매번 다시 도전하는 것이고요.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나도 작가다"라고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작가다"라고 알리기 위해서이며,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얼마나 나이를 먹게 되든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인정받거나 받지 않거나 상관없이 그것이 저의 "정체성"인 것입니다. 이것을 아주 오래 전도 아니고, 태어난 지 45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에야 깨닫고도 그것을 늦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마치 무슨 "작가 신분 증명 글"이라도 쓰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보다 더 보편적인 삶의 깨달음입니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변화합니다. 75여 년 이상 수백 명의 삶을 끝까지 추적한 종단 연구를 다룬 책인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비밀"이란 책에는 8~90대 이르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조차 사람은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변화해 간다는 사실이 증명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인생 단계에서 더 이상의 변화가 없으리라 생각하며 고작 20~60대의 젊은 나이에 단단한 껍질을 둘러쓰고, 이미 머릿속에 그려둔 자기 모습에서 더 이상 한 발자국도 걸어가지 않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요?


미친 척 자기 자신의 테두리를 벗어난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지혜로운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저와 같이 "생활인"과 "작가"의 경계를 오가는 분이 제 말을 듣는 분 중에 계신다면 "나도 작가다"와 같은 이벤트에 "나는 작가다"라는 구호 같은 것을 외치면서 도전해 보시길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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