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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30. 2020

<반도>-약해진 메시지 vs 화려해진 영상

실망했던 부분은 메시지가 약해진 것이지만, 영상은 기대를 넘어섰다.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이미 보신 분이

아니라면, 다른 곳으로 가 주십시오.


부산행이 엄청난 흥행을 평단과 일반인

모두로부터 거둘 수 있었던 것에 이어서,

그 이후, 더 커다란 물량과 함께

스펙터클함을 추가한 후속작인

"반도"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었다.


물론, 누구도 예상 못한 "코로나"는

극장으로 향했을 우리의 발길을

IPTV나 스마트폰, 컴퓨터의 다운로드 등의

언텍트 방식의 영상 구매를 위한 손길로

적잖이 바꿔 놓았고, 실제 천만 돌파 흥행

영화였던 전작 "부산행"에 비해서, "반도"의

국내 흥행은 개봉 후 이전만큼의 성적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조한 국내 흥행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 화한 화려한 "반도"는 한국을

제외한 185개국의 영화관에 개봉되면서

손익분기를 넘었다고 하며, 22개국에만

진출했었던 "부산행"에 비해서 글로벌

극장가에서는 훨씬 더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더 잘 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관객의 다양한 관점에 호응하는

대작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국내에서

천만 영화라는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영화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훨씬 더

중요한 일이며, 코로나의 한 복판에

한국 극장가에서 천만 돌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도 안 될 판이고.



"부산행"과의 접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

"반도"는 "부산행"에서 벌어진 일이

어떤 방식으로 "반도"에 연결되는지를

단지, 거의 완벽하게 "좀비"로 뒤덮인

상태의 "반도"가 기사화로 나타나고

돈을 가득 담고 있는 트럭을 찾아

"홍콩"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뒤에

황폐화된 거리와 이를 가득 메운

좀비들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구구절절이 보여주진 않았다.


"부산행"에서 절절히 드러났던 "부성"은

주인공인 "공유"가 냉혈한 경제 동물에서

부성을 드러내며, 더 넓게는 인류를 위해

좀비가 되기 전의 자신을 투신하는 장면과

그 순간의 음악을 통해 중국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의 관객의 심금을 울렸었다.


이 "부성"이 "이정현"이 연기한 두 아이의

어머니의 "모성"과 자신의 잘못으로

홍콩으로 도피하는 배 안에서 좀비가

되었던 자신의 가족에 대한 "속죄 의식"을

가진 "강동원"의 "가족애"로 대치되고, 이를

더 강조한 메시지를 전달코자 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진부해 보이는 신파로 흐른다.


결국 "공유"나 "마동석"이 자리 잡고 보여준

인간적인 깨달음과 각각의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사랑"과 "인류애"라는 감정과

메시지, 이와는 대극에서 더 확실하게

우리에게 그 사악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김의성"의 한국 꼰대형 이기주의의

극치를 통해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는

"반도" 안에서 그 누구에게로도 넘어가서

전달되지 않았고, 다른 메시지로 변했으나

그 전과 같은 감동은 만들지 못했다.


이 울림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관객 중에

적지 않은 이가 "부산행"보다는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또한 "희생"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관객이 제대로 "애착"을 갖게 된 배우가

희생하고 죽는 일이 "권해효"를 제외하곤

없다. 그 외의 주연 배우가 모두 살아서

"권해효"가 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던

미 여군이 헬기를 타고 와 일가족을

데려가는 장면에서 주연급은 모두

말끔하게 구출되며, 긴박감도 크지 않다.


이것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부산행"에서와 같은 느낌이 살아난다면

그건 이상한 "부산행의 관객"이 아닐까?

다른 나라의 관객은 어쩌면 이 무사하게

살아남은 "이정현"과 그의 두 딸,

"강동원"에게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산행"을 한국어로 느끼며

보았던 난 그런 느낌이 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나온 사회적 비판의 메시지는

본질적인 인간의 악덕인 "남의 고통"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살아남은 군인의 모습이자

자기 파괴적인 결론을 갖고 살다가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리드하던 모두를

버리고 도망치려 하는 리더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자신들이 포획한 일반인을 이제는 지켜주지 않고 좀비와 싸워서 즐거움을 선사하는 희생물로 삼고 있는 군인들이다.

악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그전에 비해

떨어졌단 식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

오히려 이것은 클리셰를 벗어났던 영화가

오랜 인류의 극화가 반복해온 진부함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선사했던 것 같다.

그 상황에 맞는 악역을 잘 형상화 했다. 나름 지능적이지만 도덕적인 성장이 멈춘 인물을 그려낸다.

따라서 그것은 "부산행"의 메시지를

같은 급의 가치와 감동으로 대체하지는

못했다. 그것이 아쉽고, 그 때문에

이전의 관객으로부터의 혹평이 생겼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족 영화로도 사회 비판 영화로도

"부산행"에 비하자면 훌륭하다고 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 흥행

전략의 방향을 바꿨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형이 되기보다는 글로벌 관객에게

통할 보편적인 인간의 악덕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 이 영화가 추구한 것이었으니까.



메시지가 약해진 것과는 별개로 "반도"는

"한국형 좀비물"이란 자신의 족쇄를

부수고 글로벌 화 된 좀비물의 걸작으로

재탄생했다고 생각한다.

분장과 연기로 할리우드 대비 모자란 물량을 적절히 커버하고 있다.

허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상이 나온 것을

그냥 모방으로만 받아들이면 그 가치가

떨어져 보이지만, 그 수준까지 근접하는데

모자란 예산과 인적자원,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면, 비용 효율적으로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낸 또 다른 쾌거로 보인다.

불빛을 비추자 나타나는 엄청난 좀비 떼의 영상은 임팩트가 있다.

스토리 자체도 이전의 그래픽 측면에서

많이 따라갔음에도 허점이 많은 여러

우리나라 작품에 비해서는 완결성 높게

잘 짜여 있었다.


액션의 측면에서 카 체이싱은 여러 면에서

"매드 맥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했다.

폐허가 된 도심가에서의 체이싱임에도

사막의 매드맥스급 씬이 나온 것은

신선했고, 그 씬의 사이사이에 나온 홍콩

영화 영웅본색 등의 전성기를 떠올려주는

총격씬은 향수와 함께 박진감을 주었다.

액션 씬의 중간 중간 시선을 더 끌어 당긴 배우는 이 새로운 여배우다. 침착함과 단호함을 이 연령대에 제대로 보여주는 배우를 오랜만에 본 것 같다.

홍콩을 영화 속 중요 국가 중에 하나로

넣은 이유가 이러한 씬과 홍콩의 이미지를

연결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좀비가 묶여서 지네와 흡사한 괴물 같은

존재로 나오면서 이를 피하며 필사의

싸움을 하는 장면이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좀비에 압도되어 가면서도, 그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용기를 잃진 않고,

떨치고 달려가 "이정현"과 그의 가족을

다시 구해온 "강동원"의 모습은 역경을

극복하면서 다시금 성장하는 드라마를

하나 보여주고 있다.

오랜만에 연기를 정말로 잘하는 권해효씨와 이정현씨를 화면에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강동원"이 마지막 장면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 역시 신파라고

불렸겠지만, 감동은 더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를 왜 살렸을지 그다음의

스토리를 위한 그림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이 중요할 것 같다.


"반도"에 이은 3편의 무대는 "홍콩"이나

"미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레지던트 이블"같은 영화처럼 좀비물의

프랜차이즈가 우리나라에서 하나

나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사회적 메시지란 미덕은

꼭 중요하진 않아진다. 더 큰 그림이

있기에 이 같은 모습으로 왔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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