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한 미디어가 만들어 낸 초능력자의 환상을 보여주다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
출연: 로버트 드 니로, 킬리언 머피, 시고니 위버, 엘리자베스 올슨, 토비 존스
정보: 스릴러 | 스페인, 미국 | 113 분 | 2012-08-23
영화를 보면서 유리겔라가 떠올랐다면
최소한 나와 같은 세대 분들이 맞을 것이다.
국민학교 시절 한국 TV에도 출연해서
초능력자로 나타나 문지르는 것만으로
숟가락을 구부리고 상대방이 무작위로
그린 그림을 안보고도 알아 맞췄다.
워낙 쇼맨십이 좋은터라
눈속임 마술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초능력이 아닐까라고
애어른 할 것 없이 믿어버렸었다.
순진무구하게 고장난 시계나
전자제품을 유리겔라의 말대로
TV 앞에 가져가 "움직여!"라고
애타게 애걸 복걸했던 사람들이
기억난다면 이 영화는 그러한
경험을 했던 우리나라의
여러 세대를 전부 아우르고 있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유리겔라의 사기 행각이 드러난 것은
그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열광이
꽤 오래 지속되고도 난 뒤였다.
사람들이 얼마나 미디어에 나타난
왜곡된 환상에 의해 쉽게 현혹당하고
초능력자로 포장이 된 유리겔라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곳에서
그 몇 개 안 되는 트릭을 가지고
많은 부와 높은 명예와
미디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를
떠올려보자면 대중을 조종하는 것은
카리스마 있고 대중의 심리를
철저히 잘 읽는 인물이 하나
미디어와 잘 협력한다면
크게 어려운 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유리겔라와도 같은
강력한 초능력자(를 연기하는 사기꾼)의
사기를 밝혀내기 위해, 시고니 위버와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초능력자 사냥꾼
랜디"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배역들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랜디는 자기 앞에서 초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사람에게 백만불을 주겠다고 오래전부터 미디어 등에
나와 십수년 이상 도전자들을 만났지만 누구도 제대로 보여주고 돈을 받아간 사람은 없다.)
반전에서 분노하는 킬리언 머피가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같이 초능력을 연기하는 사람들의
속임수를 밝히는데 그가 왜 집착했는지
잘 설명되기 때문에, 이 영화의
나름 백미를 장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바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아직 미디어가 주는 환상은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 미디어와 궁합이 잘 맞아
포장되버린 권력자에게 도전하는 것은
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로 무섭고도
어려운 일이다.
아직 이 시대는 저 머나먼 중세 시대의
미신에 빠져 살았던 무지몽매함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초자연적인 힘과 더불어
미화된 존재를 찬양하고
이들은 그들을 따르는 자들로부터
부와 관심을 부당하게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무수한 군중에
휩싸여서 말이다.
다행히, 유리겔라 같은 사람들은
인터넷 문명 안에서 정체가
까발겨지고 더이상 해를 끼칠
힘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미디어는 유사한 환상을 주조한다.
언제쯤 이런 환상들을 벗어나
모두가 명철하게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그리고 비전다운 비전과 더불어
전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