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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r 21. 2021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잭이 돌아오다

심미적일 뿐만 아니라 통합적인 관점도 가진 예술가임을 증명하다.

스포일러가 나오지만 전체를 다 설명할 수준은

되지 않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4시간짜리 영화를 봤던 기억이 언제였던가?

30여 년도 더 된 중고등학생 때였을까? 아니면

40여 년도 더 된 국민학생 때였을까?


불명의 유럽 국가가 만든 “전쟁과 평화"를

학생 단체 관람으로 보러 간 다음, 2시간이 지나

화장실에 갈 1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던

오래 전의 기억이 가물거리며 떠올랐다.

그때 모두가 화장실로 뛰어갔었던 것까지.

그후의 2시간 동안 무엇을 봤었는지는

도저히 떠오르질 않는 4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화였다.


"잭 스나이더"의 덕후 노릇을 자처해오다가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본 이후에도 그를

옹호하는 이 중에 하나였지만, 결국 그가

중간에 비극적인 가정사로 인해 자리를

뜬 이후에 완결된 "저스티스 리그"가


 "잭 스나이더"+"조스 웨던", 즉,

"워너 브로스+디씨의 영상 미학 전문가"와

"디즈니+마블의 갈등 극화 전문가"의 공조로도

"워너 브로스+디씨"의 조급함으로 만들어진

저주받은 "저스티스 리그"라 망했기에

누가 손을 대어도 살아남기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정도는 넘어선 진정한 경의를

가진 그의 팬들이 "조스 웨던"이 만든 "저스티스

리그"가 악평 속에서 무너져 갔던 것을 아쉬워

하며, 극렬하게 요청해서 다시 세상에 나온

"잭 스나이더"가 온전히 다 만든 이 작품은

극장판의 수준을 여러 측면에서 넘어섰다.


단지, "디씨 히어로 코믹스와 영화의 팬" 중에

"잭 스나이더의 팬"으로 범위를 좁히고, 그중에서

극장판으로 편집된 "조스 웨던의 작품"을 보고서

실망한 팬의 입장에서 4시간은 충분히 영화를

보면서 감동하고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시간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외의

관객에겐 과연 그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4시간이란 길고도 긴 시간은 HBO 같은 스트리밍

채널에서 볼 수 있을 땐 알아서 이미 본

부분이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넘겨서

보거나 끊어서 보는 "관객의 자율적 시청"이

가능하지만, 극장에서는 그럴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체력이 넘치는 유년기와 청년기 때

조차 그 시간은 중간에 10분가량의 화장실

다녀올 시간 없이 버티기 쉬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점프를 해서

십 수분 가량은 넘어갔지만, 보는 내내 이전의

"극장판"이 주지 못하는 여러 가지 감동이

말 그대로 몰아닥쳤고, 화장실 갈 생각 같은 건

전혀 들지 않았다.


1. 이전의 "배트맨 대 슈퍼맨"의 연장 선상에서

진지하게 정의 문제부터 캐릭터 모두가 저스티스

리그에 모이게 되는 이유까지 충실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2. "맨 인 스틸"로부터의 DCEU의 세계관에

관객이 빠져들어갈 수 있도록, 충분히 배트맨과

원더우먼, 아쿠아맨, 사이보그, 플래시 각각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한 독립적인 작품이

없었어도, "저스티스 리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모두의 존재감을 납득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세계관의 확장을 기대하도록 잘 만든 작품이었다.


3. 따라서 "조스 웨던"의 "극장판"에서 생략된

수많은 디테일이 얼마나 더 흥행을 위해 중요한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했다. 곧, “잭 스나이더"가

완전한 "극장판"을 완결했다면 전편보단 훨씬

더 흥행에 성공했으리란 결론을 갖게 된다.

배우들 모두의 존재감이 부활했다.


4. "극장판"에서 왜소해지고 변두리의 캐릭터화

되었던 "아쿠아맨"과 "사이보그", "플래시"의

존재감이 엄청나게 상승하며, "슈퍼맨" 비해

지나치게 약해 보였던 "배트맨"과 "원더우먼"

까지 포함한 "저스티스 리그"의 나머지 히어로의

진정한 파워가 읽히며, 그 각각의 히어로가

밀도 있게 협력하여  "스테판 울프"를 간신히

물리치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나왔다.

양념 수준에서 메인 디쉬로 승격되었다.

5. 평면화 되고 경박해 보였던 "스테판 울프"의

뒷 배경으로 마치 "타노스"처럼 100,000개의

세계를 무너뜨리며,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다크사이드"와 그의 무시무시한 군대의 힘을

보여주면서, 가진 모든 힘을 다해서 싸워도

결국 이길 수 있을 것인지를 알 수 없는

악과 싸워야 하는 것이 "저스티스 리그"의

사명이며, 모여야만 할 필연성이 납득된다.

훨씬 더 강력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했다. 깊이도 있다.
지구를 정복해야할 이유를 충분히 갖고 있다.


6. 이 과정에서 부활한 "슈퍼맨"이 "로이스"에

의해서 다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같은 편이

되지만, 오히려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배트맨"의 꿈속 "복선"을

깔아서, 심지어 지구의 "빌런" 모두와도 협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진지한

상상을 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여기에는 앞 선

장면의 "사이보그"가 "슈퍼맨"을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본 불길한 영상이 한번 더 겹치면서

여러 난관을 거쳐가며 위태위태한 승리를

추구해 나아갈 "리그"의 앞 날을 궁금해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여기에 이어진 후속작은 없다.

스테판 울프 뒤의 더 강력한 적이 이미 나타나 있다.

7. 다만, 충분한 개연성이 없이 등장하는

"마샨 맨헌터"의 두어 번 나타나는 모습이나

"플래시"의 연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여배우가 단지 "플래시"의 능력을 잠시 보여주는

수준에서만 소비되고 사라진 것 등은 무언가

주도면밀한 스토리가 기획되었다는 정황보다

아직도 검토 단계에서 확장성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채로 제작이 되고 있었다는

혐의를 떠올리게 만든다.


* "데스 스트로크"와 "조커" 등의 빌런이 가진

존재감도 드러나고, 그 외에도 이른바 "떡밥"이

에필로그 속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런 형태의

극장판이 '17년도에 나왔다면 아마도 더 나은

전망을 기대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고, 활을 떠난 화살은

한참을 날아가 버렸단 아쉬움만 진해진다.

조커는 배트맨의 꿈에서 나타나지만 매우 구체적인 대사를 전달한다.

마블 시리즈보다 더 다크 하고도 우울하고

비극적이며, 동시에 더 잔인하고 치밀한

갈등과 교차되는 스토리 라인이 나타났다.

이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러나 이미 앞 서의 "극장판"의 스토리에

바탕을 두고 "원더우먼"과 "아쿠아맨" 영화가

만들어졌기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에 대한 구상과 연결된 후속작은 나타나기 어렵다.


일종의 평행 세계 형식의 다른 작품 세계로

이어지거나 이 작품만으로 사라지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잭 스나이더"란 감독이

가진 재능과 역량에 대한 오해는 벗어던질 수

있었기에 그것만큼은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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