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복잡하지 않은 대답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나의 부모는 오래전에 미국에서 기반을
잡고 살고 있다. 이미 30년이 넘어갔다.
8~9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살고
있는 그분들의 모습이 이 영화와 일부
겹쳤다. 아직도 잘 살고 계시지만,
그곳에서 자리 잡기 위해 겪었을
시대상의 일부가 좀 더 뚜렷이 느껴졌다.
이 영화의 감독인 "정이삭"씨는 이민자인
자신의 가정사의 일부를 담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시대의 한국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에서
감독은 몇 가지 의미 있게 관객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주제를 잘 형상화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플롯이 교차되어 있는
영화는 아니어서, 이 극화는 이해하기
쉽게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능력 있는
성공적인 "가장"이 되어야만 하며,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부양의
의무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한국인 남편"의 모습을 그리면서,
한국색이 드러나고, 재미 교포 사회에 대한
과거사가 언급되며, "한국 교회 공동체"에
대한 비판도 언급된다.
그런 이유에서 종종 싸우는 두 부모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내 나이 또래의 그다지 유복하지
못한 가정에 있었던 사람들에겐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남편은 가정을 위해서라며, 자신의
위험하고도 과도한 노동과 시도를 옹호하면서
가정의 진정한 행복과는 거리가 있는 횡보를
하며, 아내는 그런 그의 이탈을 잘 알고
있기에 벌어지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돈을 잘 벌면 가정이 무조건 행복해지리라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지되지 않았던
행복이 돈만으로 100% 복구되리란 기대는
함정이다. 아이의 심장병에 관련해서 진단을
받으러온 그의 머리 속에는 돈벌 생각밖에
없었고, 가족과 헤어진다고 해도 이것만은
성취하겠다는 야심은 날카롭게 가족을
상처 내고 있지만 그것을 그만 잘 모른다.
미국에 와서 딸과 아들을 낳고,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면서 수컷인지
암컷인지를 감별하여 "쓸모없는 수컷"을
골라내어 태워 버리는 굴뚝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국인 가장"이 갖고 있는,
"가족을 부양할 만큼의 능력"이 없다면
용도 폐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을 비유적으로도 드러내고 있다.
그가 농장(Farm)을 짓기 위해 은행의 빚을
내서 산 땅에서, 컨테이너로 만든 집에
기거하며, 토네이도 한 번만 닥쳐도 날아갈
불안한 주거 상태를 견디면서 심장이 약한
아들과 함께, 도심과 동떨어진 지역에서
사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는 "가정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아내에게, 이 꿈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이들과 함께 자신을 떠나서
따로 살면 된다는 이야기를 무심결에
계속 던진다. 그 과정에서 그가 잃은
것은 정말 그의 중요한 꿈인 "가정의
행복"이다. 이것은 아내와 두 자녀를 위한
공간에서 함께 하는 삶이 만드는 것이지,
그가 고군분투하며 팔고자 하는 한국에서 온
이민자에게 팔, 미국에서 경작한 한국산
농작물만이 만들어 주는게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극의 후반부까지 행복과 돈의 선후
관계에 대한 혼동을 계속 겪는다.
이 심플한 주제보다 더 관객의 눈길을
끌만한 요소는 아들 역할을 정말로
귀엽게 만들어낸 아역 배우와 배우
"윤여정"씨의 다소 전형적이지 않은
"외할머니 연기"이다.
음식도 못하고, 쿠키를 만들 줄도
모르고, 아이들에게 본이 될만한
특별한 현명함을 보여주지 않고,
아이들에게 "화토판"을 벌리고 나서
걸걸한 입담을 들려주는 "괴짜"처럼
그려지지만, 호수가 주변에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를 심으며, 이후에
파국이 다가와 무너졌을 수도
있었을 가정이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단서를 남기는 연기를 마치
자신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가 자신의 실수로 농작물이
불탄 것을 자책하며 정처 없이
걸어갈 때, 그를 붙잡는 손녀와
손자의 모습이야말로 "가족의 존재
의미"를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영화 속 메시지를 드러낸다.
성공을 했던 하지 못했던,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못했던, 큰 실수를 했던간에
그것을 품어주고, 같이 삶을 지탱해
가는 "가족"만큼, 이 코로나의
한복판, 더더욱 사람 살기 힘들어져
가는 냉정하고 프로그램화되어가는
세계에서 지상의 구원이 될만한
사회가 개인에게 어디 또 있는가?
그런데 그 감동적인 메시지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스티브 연"과
"한예리” 둘만의 다소 직선적인
연기만으로는 모자람이 있었고,
아역의 "귀여움"도 도드라지게 해 줄
역할을 제대로 해줄 "윤여정"씨의
연기가 꼭 있어야만 했다.
이 영화 자체의 모든 구성 요소가
마치 하나의 이민자 가정이라도 된 양
따로 움직이지 않았고, 밀접하게 잘
결합되어 있었다.
영화 속에서 중고 트랙터를 팔러 왔다가
일을 돕는 일군이 되어, 한국인 가족에게
자기만의 방식의 기독교 신앙으로
힘을 주고, 축복하며, 일요일만 되면
자신의 교회라고 이야기하면서 십자가를
지고 거리를 정처 없이 걷는 백인 배우
역시, 미국 주류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가족과 미국 백인 사회 간의 독특한
연결 고리 역할을 내내 해주었다.
그의 신앙은 "사교적인 목적"에서
가족들이 형식적으로 들리는 "교회"와
순수한 신앙인의 관계를 은연중에
돌아볼 기회를 제공했다.
그 모든 요소를 돌아보았을 때,
백인과 흑인, 남미, 중국 등의 이민자
가정에는 몇 번 포커스를 맞춰서 나왔던
할리우드 주류 영화의 뒤편에서 나타난,
이 영화는 전통적인 "아메리칸드림"을
미국 내의 주류의 개척 역사와도
어찌 보면 크게 다를 바 없게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벌어진 실패를 견디고
가정 내의 어려움을 다르게 극복해 가는
이 "한국인 가족"의 모습이 나오는
마지막 장면으로 "할리우드 영화"와는
분명히 다른 신선한 결말을 제공했다.
좋은 평가의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
가족이 같이 "미나리"를 따는 끝 장면이다.
나의 부모님도 그 같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계속 가정을 잘 지켜가고
있기에 이른바 리얼리티가 느껴진다.
영화처럼 현실은 극적이지 않기에,
이렇게 일상적으로 가족의 난관을
넘어서는 강력한 내공으로
계속 반복해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란 메시지를 뒤로 깔고 있는
것 같아, 이 영화의 결말이 더
든든하고도 긍정적인 것이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