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진화된 신인류에 대한 내용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서 보고 그들 중에 머리숱이 다소 부족한 남자와 텔레파시 대화를 마친 뒤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진에게 이 홀로그램 영상이 나타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음성이 나오는 홀로그램이었고, 사뭇 커보키언이나 대머리 아저씨와는 다른 느낌의 외양을 가진 자가 나타나 길거리에서 오랜 옛날 사이비 종교를 설파하던 사람처럼 다가와 말을 걸었기 때문에 일단 피하려고 했지만 그 홀로그램은 공중을 부양해서 고집스럽게 따라붙어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인류가 자기들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나면 자기편에 붙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틀리자 다른 방법으로 회유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단 진은 그들의 의도를 좀 더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냥 의식으로 들어올 수 있는 그들이 이런 홀로그램같은 도구를 굳이 사용할 필욘 없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앞 서의 내용에 이어서 그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진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다양한 종 분화라니요? 신인류 말고 뭔가 다른 게 또 있단 말인가요? 이거 정신없네.”
‘내 의식 속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척하는 건가? 홀로그램이라 먼 거리에 있어 현장감이 없나?’
“그 질문을 하면 아마 진화된 자들은 우리의 존재까지 당신에게 설명할 것이요. 그들의 최근 연구 중에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당신은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구인류에게도 중요하고 특별한 존재가 되었소. 당신과 많은 시간 대화하려 할 것이오.”
“왜죠? 이 말은 진화된 자들 앞에서도 물어봤지만 왠지 그들과는 다른 대답을 해줄 것만 같군요. 저는 그냥 메인프레임 핸들러라면 누구나 치르는 테스트를 통과한 것뿐인데요? 왜 제가 그렇게나 중요한 인물이 되어 버린 거죠?”
“당신은 혹시 진화된 자들이 만들어 놓은 그 평가 프로그램이 왜 만들어졌는지 아시오?”
“알죠. 당연히 메인프레임에 입출력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니까 그만큼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거죠.”
“아니오. 사실 그런 목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된 목적은 그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오. 만약 인재양성이 목적이라면 진처럼 특정 수준 이상의 핸들러들에게는 시험을 면제해 주는 게 마땅하지 않겠소. 특별한 잘못을 하거나 이상한 징후를 보이지 않는 한은 말이오.”
“그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규정상 모두가 참여하게 되어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죠. 세상 어딜 가도 관료주의가 심화된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죠.”
(출처: unsplash.com)
“아니오. 그런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오. 진이 마지막으로 통과한 테스트는 구인류로서는 절대 통과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아예 이 테스트에 응시할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조차 구인류 중에서는 없을 것이다는 자신감으로 진화된 자들이 만들어낸 것이오.”
‘곳곳에 퍼져 있겠지 어디든.’
“그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사전평가에서 통찰력, 수리력, 프로그래밍 능력 각각이 구인류 최대치보다 두 배로 높아야 하며, 그를 통과한다손 치더라도 둘째로 실전 테스트에서 테스트 참가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물리적인 함정을 설치했소.”
‘나를 죽여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듣는군’
“사실 우리는 당신의 세 번째 도전에서 당신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소. 아마 진화된 자들 또한 당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당신은 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테스트의 마지막 문제마저 풀어내었소. 그 문제는 진화된 자들 또한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문제였지. 가사 수면 호흡이 아니라 다른 것 하나.”
“운이 좋았죠. 네? 다른 하나라니요?”
“그 운이라는 것마저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필연적으로 그 테스트를 통과하여 진화된 자들과 구인류와의 대화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지금쯤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거요. 인류의 조용한 종말이 다가오는 시기에 맞춰서 말이오. 당신은 그런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신호를 그들에게 보냈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그 신호가 대단한 답이라고 생각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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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종말이라뇨? 인류는 점차 안정되어가고 있는데 무슨 말이죠? 먹고사는 일은 계속 어려워지곤 있지만, 인구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식량 대책도 완벽하고, 각종 질병은 극복되어가고 있는 데 무슨 종말이 온다는 거예요? 운석이 날아와서 지구가 쪼개지기라도 하나요?”
“우리는 물리적인 위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오. 핵전쟁이나 운석이 날아오는 거나, 질병에 식량부족 등은, 당신들이 만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지. 그렇게 확률이 놓은 이야기는 아니오. 당신들은 그 정도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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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이 많군 그래. 더 들어야 하나?’
“그로 인해 인간성은 점차 상실하고 있지만 말이오. 한 가지 물어봅시다. 당신들이 수 천년 동안 유지해온 인간성이라는 특유의 정서가 깨어진다면 과연 그런 상태를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거요? 아니면 뭔가 다른 것이라 불러야 하는 거요? 진화된 자들이 긍정적인 방향의 임계점을 넘었다면 그렇지 못한 구인류는 점점 부정적인 방향의 임계점으로 다가가고 있소. “
‘음, 이건 좀 설득력이 있군. 나날이 멍청해지는 것은 맞는 것 같거든, 근데 신인류가 더 긍정적 일지는 잘 모르겠네. 힘든 시험을 마친 자기들에게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 나를 죽이려던 게 긍정적인 집단의 행동양식인가?’
“이 현상이 계속 진행된다면 구인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멸망하게 될 것이오. 비인간적인 사고방식으로 인류 역사 동안 지켜온 행동양식을 전혀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게 되고 지금껏 인간으로서 자유로운 양심에 따라 만들어 온 것들을 단지 파괴해 나갈 것이오.”
“꿈같은 이야기군요. 구인류 전부가 악마로 진화하기라도 한단 말인가요?”
“인간의 언어로 적당한 것이 없으니 그냥 퇴화라고 해두죠. 우리의 판단으로 단계를 나누자면 대부분의 구인류는 퇴화로의 진행에 벌써 초입은 지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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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이야기네. 그런데 왜? 퇴화라는 건가?’
“인류의 진화과정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멸망에 최소 개입 원칙에도 불구하고 개입하게 되었소.”
"퇴화라...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 수명을 비롯해서 각종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인류의 능력이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다는 통계가 수두룩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