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의 영웅 하나를 사후에 기리다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어벤저스 시리즈 모두와
루시, 공각 기동대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넘어가 주세요.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이 극대화되어 만들어진
캐릭터인 "블랙 위도우”는 그 이미지에 기대어
만들어진 다른 작품까지는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루시"정도가 여전사로서의 스칼렛이 제대로
형상화된 작품이었다고 평가는 할 수 있어도
흥행의 측면에서 "공각 기동대"는 그만큼의
매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세 가지의 영화의 공통점은 불우한 과거사가
연결되어 있다. 그다지 멀쩡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는 것까지는
거의 전형성을 가지고 계속 반복되는 패턴이나
그 이후의 능력을 발휘하고, 극에서 영웅적인
활동을 하는 부분에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루시"는 그저 밑바닥의 인생을 줄기차게
살아가다가 조직의 마약을 몸에 넣고
이동하는 인간 캐리어 역할을 하던 그가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조제의
마약 같은 물질이 몸에서 터져 나와 결합되면서
초인적인 힘과 두뇌, 세상과 전자기적으로
연결되는 존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량급 배우 최민식 씨가
뤽 배송 감독의 영화에서 종종 악당 쪽의
페르소나를 맡아하던 게리 올드만급의
연기를 한국어 대사로 선보이며 출연하여
극의 긴장감을 높인 부분도 있고, 한국인
폭력 조직의 밀도 높은 악역 및 액션 연기가
잘 통했던 데에도 영화의 완전성을 높인
바가 있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극적인 반전에 대해
스칼렛이 펼친 연기가 뛰어났다는데
이의가 없을 정도의 영화였다.
그러나 "공각 기동대"는 스칼렛의 연기에서
하자를 잡을만한 부분이 없었고, 조연인
키타노 타케시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으며,
전반적인 미장센과 영화의 구성, 액션씬의
배치 모두 원작의 모습을 제대로 살려내고도
흥행 성적이 저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인공 여배우를 아시아계로
하지 않았다는 데 대해서 반발이 심했던
관계로 화이트 워싱이라는 대중의 판결을
받고 영화의 흥행이 실패한 것이 문제였다기
보다는 다른 것이 더 큰 문제였단 생각이 든다.
1995년작인 공각 기동대가 그 당시에
뿌렸던 영상 미학적인 충격이 이미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통해서 오마주 되고 반복되면서
하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바뀌면서
늦게서야 할리우드 실사화된 이 영화의
영상이 주는 충격이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게끔 느껴지는 이 시대의 변화가 더
큰 흥행 실패의 원인이었다.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이 만개한
어벤저스에서의 "블랙 위도우"의 역할은
그의 뛰어난 연기, 액션, 감정선, 매력
모두가 잘 받쳐준 캐릭터였다.
오랫동안 인간계를 훨씬 벗어난 히어로와
히로인에 비해서는 보다 인간의 능력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 면에서는
전혀 위축되는 바가 없었다.
아마 격투기라는 본연의 능력에 있어서는
어벤저스 중에 가장 강한 급의 인물이
블랙 위도우였을 거란 인상이 있다.
그렇다면 그의 본명인 "나타샤 로마노프"가
그렇게 비약적으로 강한 능력을 가진 스파이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런 의문이,
어벤저스 안의 모든 히어로와 히로인들의
탄생 비화가 거의 드러난 상태에서 나타나지
않고, 심지어 마지막 작품인 "앤드 게임"에서
그의 희생적인 죽음으로 마무리된 것에
적지 않은 팬들이 상실감을 느꼈다.
그것이 흥행이 될 수 있는 신호로 당연히
읽혔고, R 등급의 보다 잔인하고 성인 취향에
가까운 약간 어두운 작품으로 블랙 위도우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치 디즈니 영화의
가족 영화 시리즈의 공식을 충실히 적용한
소프트한 맛의 라면이 만들어진 듯,
약간의 다크한 면을 드러냈을 뿐 결과적으론
대안 가정 형식으로 모인 4명의 무늬만
가족이었던 이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시 가정을 이룬 듯이 뭉치게 되고,
이 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알아서 살아가게 된다는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을 밟아가게 되었다.
물론, 전형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 영화 곳곳에 나타난 전 세계에서
반강제적으로 데려온 소녀들을 시스템적으로
세뇌하여 살인 기계로 키우고, 이들로
하여금 암살을 하게 만들어 세계의
질서를 교란하는 양심이 전혀 없는
악당을 하나 그리기도 하고,
가정인 줄 알았던 존재가 사실은
친 혈육 관계가 아닌 상태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반전도 나오며, 배신한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등의 익히 예상이 가능하면서도 쉽게
감 잡히지는 않는 반전적인 장면이
군데군데 등장한다.
상대하는 적도 자신의 능력을 카피해서
바로 대응 공격하는 방식의 난공불락의
적이고 이길 가능성이 없지만, 그들의
세뇌된 상태를 푸는 가스로 이를 해결한다.
그러나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블랙위도우가
겪었을만한 끔찍한 살인기계로 키워지는
장면이라든가, 제대로 정의로운 활동을 하기
전까지 했던 끔찍한 악행, "부다페스트"란
곳에서 해냈던 대단한 활동 같은 떡밥은
안타깝게도 제대로 연결된 스토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는
다른 후속 편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확실한 쿠키 영상이 뒤에 나타난다.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의 죽음에 대한
조문과. 여권 신장의 흥행성을 염두에 둔
여성 드라마로서의 흥미진진함이
육박전과 화려한 액션 중심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계열과 결합된
작품이다. 이런저런 것들을 다 결합하고
나타난 이 작품은 어벤저스 시리즈의
외전으로 큰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멀티 유니버스로 더 확장되고
더 다크한 스토리의 영화로 좀 더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괜찮을 것 같다.
아직 관객이 기대하고 상상한 수준에는
이 영화가 일부러든 한계에 의해서든
닿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마블이 결정한 그의 퇴장이 정말로
슬픈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