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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15. 2021

<외다리 핸들러>

인공지능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핸들러 이야기

미래 시대, 적극적으로 인류를 말살코자 하는 인공지능과 싸우는 과정에서 다리 하나를 잃어버린 핸들러가 있었다.


핸들러라 함은 모든 국가가 하나의 연합이 된 뒤에 지구 상의 네트워크 서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모든 정보를 한 곳으로 집중시킨 메인프레임에 여러 지역에서 접속하여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추첨으로 당첨된 메인 핸들러 수강생 중에 각종 시험을 통과한 엘리트를 일컫는 말이었다.


메인프레임이 있는 지역  31명의 핸들러가 얼마 전에 인간의 의식을 장악하면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인류 살상형의 인공지능에게 지난날의 구식 무기인 탄환을 장전한 총과 수류탄, 단검과 맨몸으로 싸우다 그만 그중에  정도가 몸에  손상을 입거나 죽어서 소멸되었었다.

(출처: unsplash.com)


메인프레임을 장악해서 인류를 통제하는 동시에 각각의 의식으로 침투하여 이를 소멸시키고자 했던 그 인공지능의 꿈은 좌절되었고, 남아 있는 핸들러들은 그의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쪼개져서 움직이던 부분들을 말끔히 청소했다.


핸들러의 리더이자 인류의 지도자이기도 했던 거인이 인공지능을 자신의 내부에 끌어안은 채로 자폭하여 산화했고, 그 인공지능으로부터 유아기에 인간의 의식을 오가며 다중 인격을 만들며 의식을 파괴하는 능력을 받아 갖고 있었던 유능한 동료 하나는 이 다중의 인격과 자신의 의식만이 살아남아 네트워크에서 보존되었으며, 격전 중에 소실된 팔다리나 몸통을 기계 등으로 대체한 동료가 반수 가량 되었다. 그만큼 그 전투는 치열했었다.


전쟁 전에 그들의 리더는 일괄적으로 보험을 들어 이들의 신체 복구를 위한 수술 비용 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두었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 및 포상금, 보험금을 모두 받았어도 한 핸들러가 그만 다리 하나를 더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온몸을 거의 모두 기계로 대체했지만, 다리 하나만이 대체되지 않았던 통에 그는 신체를 온전히 유지한 살아남은 핸들러 중에 유일하게 외다리로 남았다.


같이 싸워서 살아남은 동료들은 어떻게든 그의 수술비를 마련해주려 했지만 전투 중에 무너진 건물 등의 피해에 대한 배상으로도 재정적인 손해가 컸던 연합국 정부는 추가적인 지원에 인색했고,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생활비를 일부 보태 주거나 전동 자기 부상 휠체어를 사서 주는 것까지는 동료들이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핸들러 일도 내근직으로 이동하여 수당을 받는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그가 아름다운 소녀를 길가에서 만난 것은 그의 낭패스러운 인생에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소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휠체어를 타고 공중에 떠서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있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성냥 안 필요하세요?”


그는 그에게 말을 거는 소녀의 목소리가 처음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거두어 내려다본 순간에 물어봤다.

(출처: unsplash.com)

소녀의 아름다운 눈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것을 티 내지 않으려 하다 보니 조금 더듬거렸다.


“뭐… 뭐라고요?”


“성냥 안 필요하냐고요.”


천진난만한 표정에 가냘픈 몸매에 동그란 눈에 약간의 슬픔이 묻어 있었다. 옷은 남루하고 다 해진 가방을 들고 있었지만 어딘가 여유로운 듯한 자신만만함도 느껴진다.


그러고 나서 알았다. 그 소녀는 다리 하나를 뒤로 접고 있었다. 거기에 목발을 짚고 있었다. 둘 다 기계 다리를 달고 있었지만 한 다리를 잃은 자신과 같은 처지라 생각하니 더 마음이 끌렸다.


처음 보는 매우 매력적인 스타일이었다. 평생 핸들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기만 했기에 여자에게 제대로 눈 돌려 본 적이 없었던 그를 사로잡은 것이기도 했다.


“그게 얼마나 하는데요?”


물론, 성냥이란 건 태어나서 만져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이든 사고 싶어 졌다. 가능하면 그 소녀가 흡족할 정도로 말이다.


“한 갑에 0.03 코인(‘21년 기준으로 2백만 원 가치)이요.”


“헉!”


다리 하나 더 만들어 달려면 필요한 돈이 15코인 가량 하는데 5백갑을 팔면 그 돈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순간 소녀의 매력이든 뭐든 다 머릿속으로부터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 돈이면 하하. 거의 제 생활비의 5분의 1 수준인데요. 미안하지만 그렇게 여유롭지 않아요. 안타깝게도 그게 꼭 필요할 것 같지도 않고요. 이런 걸 산다고 해서 그만큼 내 인생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고요.”


‘아니, 나도 모르게 별 말을 다하고 있네. 형편까지 다 털어놓고, 지금 왜 이러지?’


“그럼, 왜 이게 필요할지 설명을 좀 드려도 될까요?”


그냥 이야기만 나누자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런데 이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 성냥을 도대체 얼마나 팔고 있는 걸까?


“그래요. 좀 듣고 싶군요. 보니까 다리가 저같이 좀 불편한 분 같은데, 우리 어딘가에 가서 좀 앉아서 이야기를 할까요?”


“네, 좋아요. 배려해 주어서 감사해요. 어디를 갈까요?”


길거리에 있는 벤치에 소녀가 앉을 수 있도록 하고선 자신의 휠체어에서 내려서 옆에 같이 앉았다. 잠시가 되겠지만 그냥 이야기만 나눠도 행복할 것 같았다.


혹시, 그 가격에 음성적인 서비스를 팔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잠시 스쳐갔지만, 이 남루한 차림새가 의미하는 바는 물건을 팔고자 하는 것이었고 소녀의 진지한 눈은 이제 보니 장사꾼의 눈빛이 분명하였기에 그냥 이야기만 들어보려고 했다.


“그게요. 이건 오래전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꼭 필요로 했던 필수품이었데요. 아무나 길거리에서 이 성냥만 있으면 하나 물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젠 그냥 전기 장치로 쪄서 담배를 태우고 있잖아요. 중간에 라이터란 것도 나와서 간편하게 불을 태우는 도구가 되기도 했지만.


결국 지구 환경에 유해하단 이유로 라이터도 사라졌고 성냥은 사실 그보다도 먼저 사라진 것이죠.”


‘이 누구나 아는 평범한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고 신기한 것처럼 들릴까? 알다가도 모르겠네.’


그는 소녀의 발랄하면서도 단호하고 리듬이 있으면서도 건조한 뻔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것을 중간에 끊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죠. 이 성냥을 한 번이라도 켜본 사람은 결국에는 죽는 날까지 그 켜본 기억과 감각을 잊지 못한데요. 마치 저 멀리 오래 전의 역사 속의 장소에서 자신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에 잠시 빠지게 되는 거예요.

https://images.unsplash.com/photo-1470009862877-9004bc12fc8b?ixid=Mn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


‘탁’하는 소리와 함께 잠깐 피는 불꽃, 그리고 살짝 올라오는 유황의 냄새, 결국에는 꺼지지만 그 직전까지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춤을 추거든요.


마치 자신의 내면에 있는 사랑이나 추억, 잊기 싫은 기억을 되살려주는 것처럼, 순식간에 인류에게서 사라진 여러 가지 의식들에 대한 잠재적인 기억을 유전자로부터 넘어와서 보여주는 거예요.


이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만 여러 가지 신비로운 전설과 신화, 문화, 문명과 잠시잠시 만나는 기회를 주는 거예요. 실제로 이런 것을 경험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죠. 그것을 이 한 갑으로 20번이나 경험할 수 있는 거죠.”


어이가 없을 정도로 너무 허튼소리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마치 켜진 성냥불을 정신없이 보듯이 듣고 싶었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할 정도로.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발레리요.”


“다리는 왜 그렇게 되었나요?”


“발레리란 이름대로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그만 경연 중에 크게 다리를 다쳤어요.”


“부모님이 부유했다면 새로운 다리를 달 수 있었을 텐데요.”


“그게 이 다리예요. 발레에 적합한 기능을 갖기 위해 많은 돈을 썼는데, 안타깝게도 고장이 났어요. 그런데 고칠 돈을 마련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경제 상황이 안 좋아졌어요.”


“그 다리를 고칠 돈을 벌려고 성냥을 파는 거군요.”


“뭐 보시고 듣고 계시다시피요.”


“보시다시피 나도 그렇게 좋은 형편이 아니라 이렇게 휠체어 위에 올라와 있어요. 한 갑이 그렇게 비싸다면 살 엄두가 안 나네요.”


“잠깐 아저씨의 이름은요?”


“브랜든이요. 나도 새 다리를 마련하려면 성냥 한 천 갑쯤 팔아야겠네요. 얼마큼 팔아야 다리를 고치고 다시 발레를 할 수 있나요? 발레리.”


“500갑이요.”


브랜든은 왜 자신이 이런 말을 꺼내고 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좀 더 발레리를 알아가고 싶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좀 얘길 해볼게요. 같이 팝시다. 먼저 발레리의 다리 값부터 벌고, 그 과정에서 파는 노하우가 생기면, 내 다리 값도 벌고요.”


“네? 그런 제안을 하는 분은 처음이네요. 뭐 특별히 다른 걸 바라시는 건가요?”


브랜든은 뭔가를 들킨 기분이 들어 잠시 머뭇거렸다.


“그냥, 남 일 같지 않아서요. 나보다 여유로운 사람이라면 발레리의 이야기가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가끔 이상한 아저씨들이 있는데 그런 분은 아니겠죠? 브랜든은 무슨 일을 해요? 어떻게 다릴 다친 거죠?”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사람들은 이미 인공지능과 핸들러들이 싸웠던 뉴스에 대한 기억을 모두 송두리째 잊고 살고 있었다. 불과 5년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윤리원칙이 탑재된 인공지능 개발이 허용되면서, 인공지능이란 것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것도 안 되는 분위기상 무용담을 늘어놔서 좋은 반응을 받을 이유도 없다. 그리고 보안 규정에 따라 자신이 핸들러라는 것을 남에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


“그냥 군인이에요. 머리는 길러도 되는 내근직 행정 요원이고. 다리는 예전에 전쟁에 투입되었을 때 잃었어요. 아니, 온몸을 잃었고 대부분 다시 대체했는데, 다리 하나 더 붙일 돈이 없었던 거죠.”


줄줄이 묻는 대로 다 이야기하면서 혹시 발레리가 분리주의자 쪽의 스파이일지, 네트워크 문명의 이탈자인지, 블랙마켓의 음성 사업 조직이 아닌지 같은 것을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이다.


“좋아요. 그럼 도와주세요. 성냥 팔 노하우는 제가 전수해줄게요.”


그렇게 둘은 같이 성냥을 파는 팀을 하나 꾸린 셈이 되었다. “브랜든”은 때로는 같은 핸들러에게 때론 신비주의나 종교를 가진 사람을 검색해서 찾아 “발레리”나 “성냥”을 소개했고, 판매까지 이뤄지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것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항상 그를 돕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발레리”를 고용하고 있는 불법 사업자인 “카이저”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단골이 늘어난 것보다 뜨내기장사가 늘어나는 것 같은데. 뭐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냥 좀 도와주는 사람이 하나 생겼어요.”


꼬치꼬치 물어본 “카이저”는 이른바 돈 줄을 하나 “발레리”가 물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사업이 불법이란 것을 군인이라고 하는 그가 알게 된다면 피해가 있을 것 같다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리고 이렇게 실적 달성이 빨라지면 다리를 일찍 고친 “발레리”가 그의 곁을 떠나게 될 순간이 일찍 오리란 것도 부지불식간에 싫었다. 그래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갱을 불러 “브랜든”을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메인프레임 본부로 출근하고 있던 “브랜든”을 뒤쫓는 미행이 있었다. 으슥한 골목에서 그를 가로막고 휠체어에서 브랜든을 번쩍 들어 내린 복면을 쓴 세명의 불한당이 그에게 말했다.


“발레리와 이제부턴 만나지 마.”


“당신들이 뭔데 그런 말을 하지?”


“알 거 없고, 한 번만 더 만나면 남은 다리 하나도 부러뜨릴 테니까. 그런 줄 알라고.”


그들은 말만으론 제대로 된 신호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의 신체에 연결된 네트워크를 해킹해서 망가뜨리고, 신고나 연락 같은 것을 못하도록 만든 뒤에 유원지로 끌고 가서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구식 오리배에 태워 강물로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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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못하고 강물에 띄워진 채로 정처 없이 강을 떠다니게 된 그는 두 팔로 페달을 돌려 어떻게든 강가로 가보려 했지만 그렇게 하면 배의 방향을 바꿀 수 없어 계속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한 팔로 방향타를 잡고 다른 한 팔과 한 다리로 어떻게든 페달을 밟아서 강가로 계속 진로를 바꿔 가려했지만 계속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다 운 좋게 강가에 가까이 갔을 때 앞에 보이는 사람이 있어 소릴 질러보았다.


“이봐요! 경찰이나 누구에게 저를 구해달라고 연락을 해줘요!”


우선 그 이야기를 알아들은 강가의 남자는 큰 소리로 물어봤다.


“내가 헤엄처 가서 당신 배를 끌고 오면 되겠네요!!”


“그래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그럼 얼마 줄래요?”


“브랜든”은 잠시 귀를 의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거래를 시도할 줄은 몰랐다. 하긴, 물질만능의 극단까지 온 세계에서 낯선 일은 아니다. 핸들러로서 인류를 구했던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희귀한 것이었나 다시 상기하게 된다.


“유니버설 2 코인(‘21년 가치 1억 4천만 원)이요!”


“에이. 생명 값이 그것밖에 안돼요? 좀 더 써요!”


“그럼 5 코인 드릴게요! 그게 전재산이에요!”


“아이 참 내 생명도 걸릴 텐데, 15코인 어때요!”


그 돈이라면 발레리의 다리를 고칠 수 있는 돈을 달라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아마도 아까의 불한당들과 한패인 듯했다. 사람의 인생을 하나 제대로 망가뜨리는 신종의 방법일 거다. 넘어간다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인생을 살아야 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허허. 그래요 그 돈을 낼 바엔 그냥 가겠어요. 잘 먹고 잘 사세요.”


“이보시오! 10코인이라면 어떻겠소? 그 이하론 절대 안 돼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그냥 떠내려 가는 길을 택한 “브랜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이 생명 흥정꾼을 지나쳤다.


잠시 후 급격하게 하류로 빠지는 곳이 나타났고, 오리배가 뒤집힌다면 그대로 가라앉을 생각으로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기계의 몸이 80%에 달하는 그가 물속으로 둔중하게 가라앉는 동안 강바닥의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인공지능의 기계가 그를 고가의 재활용 가능한 기계로 인식하고 재빨리 붙잡아 지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로 분류했다.


일단 쓰레기의 분류 방식에 맞게 컨베이어 벨트가 그를 고가 중고 기계류가 모인 공간에 넣었고, 그는 아무 말 없이 그 공간에서 자신이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느끼던 중에 긴장이 풀리며 의식을 잃었다.


그때 “발레리”는 성냥을 팔아 모은 돈이 순정품의 수리비만큼은 되지 않아 중고 기계 다리 부품을 구해서 사설 수리센터에서 수리할 생각을 했었다.


좀 더 저렴하게 부품을 구할 방안은 쓰레기 분리 처리장을 찾아가 업자들처럼 버려진 부품을 찾아 헐값에 사는 것이었다. 강가의 재활용 센터를 찾아갔을 때 마침 수거된 기계류가 컨테이너로 이동해서 도착하는 중이었다.


“브랜든!! 왜 여기에 당신이 누워 있는 거예요?”


한눈에 그를 알아본 “발레리”는 경악하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의식을 회복한 “브랜든”도 놀랐다.


“나도 모르겠어요. 강물에 빠진 뒤에 쓰레기로 분류되어서 건져진 뒤에 정신을 잃고 여기에 와서야 깨어난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여기에 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가 자신에게 오늘 벌어졌던 일을 이야기하자, “발레리”는 분명히 “카이저”가 그 불한당들의 배후에 있음을 알았다. 이대로 “브랜든”이 살아서 자신의 일로 복귀한다면, 그 후에도 계속 이 같은 짓을 저지를 것 같았다.


“고백할 게 있어요.”


“그게 무엇인가요? 당신이 아는 사람들 이기라도 한 건가요?”


“아니요. 그들이 누구인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우선 알아야 할 것이 내가 하는 이 성냥 판매업은 불법적인 일이란 거예요. 이것을 만들고 파는 음성 사업자 중에 하나가 저를 고용한 “카이저”란 사람이고요.”


“그 사람이 내가 군인에다 발레리의 판매를 도와주는 것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고 위협으로 생각했던 거군요. 이게 불법인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국가에서 제대로 단속하기보단 환경 단체가 법안을 만들어 어쩔 수 없이 표면적인 단속만을 하는 중인 거죠.”


“하지만 불법적인 일로 분류되면서 그 바닥의 다른 음성 조직과 가까워지게 된 거예요. 그가 당신에게 해를 끼칠 일을 할지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미안해요. 덕분에 돈도 많이 벌어서 다릴 좀 더 일찍 고칠 기회도 생기게 되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는 거네요.”


“미안해할 건 없어요. 나를 속인 것도 없고요. 다만, 카이저에게 나중에 미안하다고 좀 전해줘요. 복수가 좀  매울 거라고요.”


메인프레임 본부에 가서 자신의 네트워크 기능을 복구하고 핸들러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한 “브랜든”은 우선 자신을 공격했던 자들을 찾아서 붙잡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정체불명의 존재를 가장한 핸들러들에게 끌려온 총 4인의 불한당은 자신들의 코인이 네트워크 상에서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 자신들의 네트워크 상의 개인정보가 공식적으로 조직 폭력배로 노출되는 것도 보았다. 눈물을 흘리며 빌었지만 그들이 들은 말은 이것이었다.


“브랜든을 또 건드리면 태어나지도 않았던 것처럼 지구 상에서 몸도 의식도 정보도 모두 완벽하게 소멸시켜 버리겠다.”


“카이저”는 구식 총기류로 무장한 10여 명의 괴한이 쳐들어와 재고 성냥을 반가량 불태우면서 살고 있는 집의 반을 날려버리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겁에 질려 눈물까지 흘렸다. 그 괴한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한 일에 대해선 신고를 해도 그 누구도 조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너를 신고하면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너를 조사하게 될 거다. 브랜든을 다시 건드리려고 한다면 이걸 잊지 마라.”


핸들러 동료들은 이렇게 그들이 대신 해준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브랜든에게 영상까지 찍어와서 알려주었다.


후련했지만 “발레리”에게 갈 후환을 막아야 했다.


“발레리, 그곳으로부터 나와 있는 거죠?”


“이제 제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우리 집으로 갑시다.”


“그건 혹시 사귀자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그걸 묻는 건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단 말로 이해해도 될까요?”


그 후로 각각 온전하게 움직이는 다리를 하나씩 다시 제대로 가지게 되면서 둘은 더더욱 열심히 일하면서 사랑하며 살았다. 서로 아이는 가질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생은 서로의 끝날까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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