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의 성공 포인트를 몇 가지 확장해서 찍은 "아저씨 2편"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장동건이란 배우를 선망의 눈으로
보는 시청자이자 관객 중에 하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연기력 수준도 꽤 괜찮다.
그런데, 생각 외로 몇 개의 드라마와
영화를 제외하고는 흥행작이 다수
부족한 편이다.
물론 천만 관객 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가 있었고,
“마지막 승부”나 “신사의 품격”이란
드라마가 성공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워리어스 웨이”의
안타까운 흥행 저조 이후에는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우는 남자”는 그래서 기획이나
상대 배우 기용 등의 여러 측면,
“아저씨”의 성공을 가능케 했던
감독 등의 요소에서 고심하고
그가 선택하고 심혈을 기울여
연기를 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으리란 흔적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났다. 무술이나
액션에 특화된 이미지는 없지만
영화 속에서 몸을 던져서 뛰고
구르고, 싸우고, 고수답게 능숙한
몸동작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최고 미남 배우가
2명이나 나오고, 미녀 배우도 1명 나오는
작품이었음에도 그만 실패했던
“인랑”만큼이나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 왜였을까? 그게 궁금했다.
사실 첫 장면은 꽤 마음에 들었다.
샤데이의 Smooth Operator가
흘러나오는 외국의 식당에서
검은 피부의 여가수가 농염한
목소리로 능수능란한 “백인” 남자를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사를
담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좋아하는 분위기의 곡이라 귀가
즐겁긴 하였으나, 이건 왠지
자주 봤던 액션 영화의 클리셰
수준의 소품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물론, 그전부터 노래가 흐르는 동안까지는
주인공 "장동건"의 배역은 "능숙한
능력자, 곧, Smooth Operator" 답게
킬러로서의 역할을 물 흐르듯이 완벽하게
해내고 있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노래가 나오는 동안 장동건은
테이블에서 죽이고자 하는 이를
기다리다 앞 테이블의 소녀의
웃음을 보려고 웃기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 여유를 부릴 정도다.
그러다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암살을 성공한 다음에 문밖의 기척을
느끼고 쏜 총에 누군가 맞았는데,
아까의 그 소녀였다. 그 소녀는 그가
테이블에 접어두고 간 학을 찾아들고
와서 돌려주려 했던 것인데, 그만
그의 총에 죽고만 것이다.
"아저씨"에서 소녀를 악의 세력으로부터
구해낸 주인공과는 다른 캐릭터를 스토리로는
만들어 낸 것이지만, 결국 영화의 끝까지
주인공을 붙들고 있는 것은 무고한 소녀를
죽였다는 죄책감과 그가 어렸을 때 자신을
버리고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전형적이지 않은 킬러를 연기하는
것이지만, 어린 소녀에게 사로잡히는
"레옹, 아저씨"에서 반복되는 이미
이 감독의 작품에서는 "전형"이 되어버린
내용이 나온다. 무고한 소녀를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희생을 무릅쓰는 남자를
그리는 것이다.
그것을 어쩌면, 감독이나 스태프, 제작사
등은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장치로
생각했던 것 같다. 롤리타의 변주 아닌가.
물론, 이 영화의 스케일은 전작
"아저씨"에 비해서 훨씬 화려하다.
그러나 그 화려함은 제대로 된 확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전작의 성공적인
부분을 좀 더 비틀고 조금 다르게 하면
좀 더 큰 성공으로 이뤄지겠지라는
막연한 수준에서 이뤄진 화려함이었다.
"김민희"라는 배우가 나오고,
영화 포스터에서는 "김민희"의 바로
뒤에서 총을 들고 있는 "장동건"의
모습이 나오므로, 마치 두 사람의 멜로가
펼쳐질 것 같은 인상을 전달한다.
설마 "아저씨 2탄"을 찍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고 들어선 관객에게 정확히
이 영화가 던지는 영상과 스토리는
"아저씨 2"였다.
그가 "김민희"가 맡은 배역인 "소녀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이유는
"소녀"를 죽인 자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
그 "소녀"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진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아저씨"란 영화의 기억나는 장점은
"원빈"과 "김새론"이 가진 선한 매력과
"악역"들이 보여주는 인간 군상의 밑바닥인
"장기 매매 조직"의 끔찍함의 커다란 대비감과
숨 쉴 틈 없이 게임 영상처럼 미션 클리어가
반복되는 빠른 무술과 더불어 몸으로 붙는
치열한 액션씬이다.
그 영화를 앞 뒤, 양 옆, 위아래로
확장해서 좀 더 많은 디테일을 채우고
공간을 넓히며, 액션신을 보강하고,
배역의 촘촘함도 밀도를 높인 것이
이 "우는 남자"였다.
"아저씨"에서 제대로 울지 못했던 감독의
"페르소나"인 "주인공 남자"가
계속 울면서 분노하고, 훨씬 더 처절하게
희생하도록 만들었고, 절제되어 표현되었던
과거사와 트라우마를 구구절절이 늘어놓고,
반복하고 반추한다. 관객이 전혀 빠져들지
못하는 것을 그냥 무시한 채로.
설득력이 넘치다 못해 그것이 목욕탕을 이뤄
그 안에 극화가 빠져 죽을 정도로 만들어 내면서,
남녀 주인공의 감정을 과잉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관객과 다른 배역의 감동이 솟아날
자리를 과감하게 메워버렸다.
이 "아저씨 2"는 안타깝게도 전작의
성공의 비결은 이 감독의 작품을 제어하고
편집했던 누군가의 능력에 더 있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밀정"을 극찬한 뒤에 "인랑"에서 같은 감독을
비난했듯이 "아저씨"를 극찬한 뒤에 "우는 남자"
에서 같은 감독을 비난하게 된 것이 안타깝다.
그것은 그만큼 이제 일상 속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많은 선택지 속에서 겨우 영화를 하나
골라서 보게 되는 이 피곤한 중년의 생활인이
기대한 것과 다른 영화에 2시간 가까이 자신의
시간을 큰 기쁨 없이 빼앗긴 뒤에 오는 일종의
낭패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과잉되지 않게끔 창작을 한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만들고 나서
그 작품을 흥행작으로 만드는 것은 더 어렵고.
흥행이 안되었다고 신랄하게 비난하는 나 자신
스스로도 많은 이에게는 읽히지도 않는 소설을
보란 듯이 쓰고 여기에 올려놓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내가 아닌 척 내 글을 비난하자면, 아마도
위의 글과 같은 비난문을 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수고를 해줄 만한 독자라도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수준이 채 되지 않아,
문자화 된 피드백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건전한 문화 소비자라면 신랄한 비평을 해도
실로 바라는 것은 그 영화 다음의 작품은
그 창작자나 배우, 제작사, 스태프나 그 비평을
통해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무언가를
배우기를 원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할까?
이 영화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기억나는
맨 첫 장면에서 흐르는 Smooth Operator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곡이어서 그것만큼은
기억에서 지워낼 수가 없다. 사족 같지만
그 가사와 해석을 아래처럼 올린다.
사실 "장동건"과 같이 화려한 미남이
찍고 나서 사랑을 받아야 할 스토리는
아래 가사와 같은 것이어야 하는데,
그는 이상하게도 화를 불쑥불쑥 잘 내고
밑바닥을 기면서, 자신을 학대하는
배역을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성공작의
공식에 사로잡힌 듯해서 안타깝다.
사실 "장동건"이라면, 아래 가사와 같은
상황 속에서 사랑을 이용해서 성공하고
냉정함 속에서 결과를 판단하는 차가운
남자로 나올 때 더 어울리는 외모를
가진 사람이다.
007로 하자면 "피어스 브로스넌"이다.
"데니얼 크레이그"에 더 가깝게 나오고
싶었겠지만, 잘 어울리지 않았다.
He's laughing with another girl
And playing with another heart
Placing high stakes
making hearts ache
He's loved in seven languages
그는 또 다른 여자와 웃고 있어요
그러면서 또 다른 마음을 가지고 놀아요
커다란 도박을 하면서
여러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는
일곱 개의 언어로 사랑을 받죠
Diamond nights and ruby lights
high in the sky
Heaven help him when he falls
다이아몬드 같은 밤과 루비 같은 빛이
하늘 높이에 있어요
그가 추락할 땐, 하늘이 그를 돕죠
Diamond life, lover boy
We move in space with minimum waste
and maximum joy
City lights and business nights
다이아몬드 같은 인생, 사랑스러운 남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기쁨을 얻는
공간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도시의 불빛과 비즈니스의 밤이 있죠
When you require streetcar desire
for higher heights
No place for beginners or sensitive hearts
당신이 더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의 전차를 요구할 때
초보자나 감성적인 마음을 위한 곳은 없어요
When sentiment is left to chance
No place to be ending
but somewhere to start
감정이 우연에 맡겨질 때
끝날 곳은 없고 어딘가 시작할 곳만 있죠
No need to ask, He's a smooth operator
물어볼 필요 없이, 그는 능숙한 선수예요
Coast to coast, LA to Chicago, western male
Across the north and south, to Key Largo,
love for sale
해변을 따라 LA에서 시카고까지, 서부 남자
북부와 남부를 거쳐 키 라르고까지,
사랑을 팔고 있죠
Face to face, each classic case
We shadow box and double cross
Yet need the chase
서로 직접 만나는 각각의 뻔한 경우에도
우린 연습을 하고 배신을 하기에
아직 추적이 필요하죠
A license to love, insurance to hold
Melts all your memories
and change into gold
His eyes are like angels but his heart is cold
사랑하기 위한 자격, 붙잡기 위한 보험
기억을 전부 녹여서 금으로 바꾸죠
그의 눈은 천사 같지만 마음은 차갑죠
No need to ask, He's a smooth operator
물어볼 필요 없이, 그는 능숙한 선수예요
이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 이 가사의
내용과 같은 스토리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그런 가정은 불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