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슈팅 게임의 재미 요소를 극대화한 실사 영화를 만들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카터"는 "그레이 맨" 이후에 갑작스럽게 넷플릭스에서 각광받는 액션 영화로 나타났다. 꽤 많은 이야기가 웹상을 돌아다니고 "비상선언"만큼이나 호불호를 다루는 이야기가 넘치고도 넘쳐난 뒤에야 흥미가 가게 되었다.
이른바 개봉 대작이라 할 수 있는 "탑 건_매버릭"과 "한산_용의 출현", "비상 선언", "헤어질 결심" 등에 대한 이야기가 꽉 채운 극장가에 "그레이 맨"이나 "카터"같이 깔려있는 "넷플릭스" 앱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해선 높은 관심도를 보일 우선순위가 좀 떨어질 수 있다.
편집되어 있는 포인트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드러나지 않게 거의 "원 테이크 롱샷"으로 게임과도 같은 영상을 찍었다는 내용이 관심을 끌었다. "1917"이 이 기법으로 찍어낸 1차 세계 대전의 영상으로 유려한 장면을 남긴 고전적인 전쟁 영화였음에도 흥미진진하게 전쟁터에 관객을 올려놓아 준 듯한 느낌이 떠올라 "카터"도 일단, 그 같은 기법으로 찍은 영화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는 것이 좋다고 하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어서 2시간 이상 분량의 이 영화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액션을 전개할 것인가, 여기에만 집중해서 보기로 결정하고 보기 시작한 뒤 누구나 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목욕탕"에서 벌어진 대량이자 참혹 난투극에서 우선 화끈함을 느꼈다.
이제까지 한국 배우가 주연급으로 등장한 잔인함을 도드라지게 드러낸 액션 영화 중에서 고어함과 더불어 기대 이상의 영상 수준을 선사했던 작품은 "정지훈"이 출연했던 "닌자 어세씬"이었다. 이 영화 속에서 선명한 기억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은 당시 "비, Rain"으로 불리면서 나름의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정지훈"이 만들어낸 근육질의 몸매와 손발이 잘리고 피가 튀어 난무하는 여러 잔인하면서도 기술적으로 높은 효과를 보이던 매우 높은 수준의 액션 장면들이다.
액션 장면 자체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은 영화를 보고 나면 사실 그 액션이 이뤄진 스토리에 대한 명확한 기억이 오래 남아 있기가 힘들다. "카터"의 감독인 "정병길"의 5년 여 전의 성공작인 "악녀"에서 기억나는 스토리는 거의 없다. "니키타"같은 "뤽 배송" 감독 영화 등의 스토리를 클리셰 인양 슬쩍 가져와서 써먹었다는 것이 얼핏 나는 기억이다.
"김옥빈"의 배우로서의 과도할 정도의 성실함을 액션씬으로 잘 승화시키고, 독창적이라 할만한 수준의 "오토바이 액션"도 글로벌 영화계의 액션 부문의 선구자 중에 하나로 불러줄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 냈었다. 그 장면만큼은 기억에서 사라지기 어렵다.
이 영화 속에서도 맨 첫 부분에서 "목욕탕"안에서 벌어진 정체불명의 문신을 한, 한국의 한 복판에 있는 목욕탕에서 집단 목욕을 하고 있었으리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야쿠자 집단과도 같은 이들과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상태에서, 완전한 나신으로 총을 들어 쏘는 여자 배우도 나타난 가운데 주연 남자 배우가 팬티 한 장만 걸쳐 입고 단검과 낫 같은 무기를 들고 서로 찍고 자르고 베어내면서 혼전을 벌인 이 장면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기는 매우 힘들다.
시청자 중에 이 장면이 나오는 시점에서 그 잔인함과 난잡함, 외설적인 면 등에 대해서 거부감이 들어 몸서리치다 영화를 보기를 중단한 이들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 시청자 모두는 끌려가듯이 2시간의 끝까지 좋든 싫든 가지 않을 수 없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른바 "기선제압"이 확실하게 이뤄졌다.
"카터"로 불리는 그는 기억을 잃은 상황에서 등장해서 영화의 후반부에 이를 때 즈음에 와서야 자신의 기억을 모두 찾아내고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명확히 인식하는 존재가 되는 수순을 밟아가지만, 그것이 놀라운 반전의 스토리라고는 사실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잃은 기억과 더불어 CIA와 북한,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이 모두 관련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졌지만 "대한민국"은 제대로 방역해서 막아냈고 치료제도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은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감염자로 인한 문제가 확대되고, "북한"은 거의 국가 전복 상태라는 설명도 상당히 화끈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영화 속의 "위급한 현실"이라는 느낌까지는 전달하지 못하고 안 하기도 한다.
왜냐면, 그렇게 진지하게 그 가공된 상황을 꼭 느낄 필요는 없다고 여러 액션신을 더 무게감 있는 중심으로 올리고 쉼 없이 만들어 가고 있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틈틈이 끊임없이 인식을 시켜주기라도 하듯이,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단지 거들뿐, 어디서 주워 온 것이던 대충 만든 것이던 중요치 않다.
'우리가 만들어 내고 있는 이 "원 테이크 롱샷"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액션의 홍수에 빠져드는 것, 그것만이 당신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라고 영화 자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외의 다른 요소는 "커트(Cut)"해 달라고 하는 듯하다.
1. 일단, 주연인 "주원"은 근육을 이 영화만을 위해서만 만들어 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형태로 키워 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벌크 업하고 몸집이 더 거대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으리란 느낌이 들었다.
목욕탕에서 1대 100여 명 이상과 거의 다 벗은 상태에서 대결하는 중에 마치 "데드풀 2"에서 나왔던 목욕탕에서 "데드풀"이 수많은 야쿠자를 칼로 베어냈던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죽이거나 불능화 시키면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요원임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이 이후에도 거의 슈퍼 히어로급으로 보이는 액션신을 지속한다.
마치 한을 풀어내기 위한 살풀이라도 하는 양 국악과 더불은 한국의 전통 음악과 연주, 허밍과도 같은 판소리 음색의 창이 더불며 토속적인 힘과도 결합한 것 같은 무심하고도 무시무시한 전사의 모습을 그려냈다. 할리우드 액션을 최대한 벤치마킹하고 쫓아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내 색깔은 갖고 있다고 계속 시위하고 있는 듯한 감각을 전달한다.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면서 연기를 하는 중간중간에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 수준보다 오히려 영어로 대사를 하는 장면이 보다 더 연기를 잘하는 듯한 느낌이 얼핏 들었는데. 이 영화에서 "정재영"과 "이성재" 배우 정도의 중량급 배우를 제외하자면, 이른바 연기를 잘하고 있는 듯한 인물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저 그의 액션씬에 대해서만 제대로 대단하게 소화해 냈다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2. CIA의 수많은 백인, 흑인, 황인종 요원들이 총을 들거나 때로 무기를 들고 그에게 덤벼 들지만, 몇 합 나누지 못하고 총에 맞아 죽거나 타격이나 관절기 등에 맞아 죽는다. 지금까지의 여러 액션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CIA라는 조직이 아시아 인에게 거덜 나는 영화는 아주 많이는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국뽕을 어느 정도 노렸을 것이 분명한 이 영화는 CIA가 여러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암시하고 과장되게 포장해온 능력이 판타지에 불과하므로 이 영화도 그저 보여주고 싶은 판타지를 드러낼 뿐이다라는 자신감을 갖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3. 서스펜스나 심리 스릴러, 음모에 의한 암투, 전개 상의 플롯의 복잡성과 유니크함 등을 만드는 데 쓸 머리는 아예 비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요한 예를 들자면 그저 액션을 "대한민국"에서 "북한"으로 무대를 옮겨서 진행하기 위해 잠깐 나오는 "북한 군인과 치료진"과 "국정원 직원들", "미국인 언론 기자와 스태프"를 태우기 위해 이동하는 비행기는 의례적인 항공기 이륙에 관련된 씬도 없이 공중에 떠서 갑작스레 파국적인 상황에 처하는 장면이 있다.
"미국인 언론 기자와 스태프"를 태웠던 것은 혹시 벌어질지 모르는 "북한 측의 배신자" 등이 일행에게 끼칠 위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국정원 대북 전략실장인 "김동규"에 의해서 주어졌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런 방지책 등은 전혀 영향 없이 "카터"와 "정하나"만 추락 사고 중에 살아남게 되고, "미국 언론사 기자" 등이 죽은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든 극의 진행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 과정이 그저 허술하게 만들어진 "건 슈팅 게임"을 위한 가벼운 설정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허술함에 대해서 굳이 지적하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진다. 이후에 비행기가 찢기고 공중에서 폭파될 때 "카터"와 "양키에 의해서 배신자 노릇을 하게 된 북측 요원"이 한참을 공중에서 싸운 뒤에 "카터"가 그를 죽이고서 낙하산을 빼앗고 그가 빼돌리려 했던 "정하나"도 되찾는다.
"북한의 붕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유일한 항체 보유자"인 "정하나"를 스카이 다이빙 과정 중에서 구해내서 북한 땅 위의 돼지를 싣고 가는 트럭 위에 낙하산 착륙하는 씬은 그저 "게임 화면"이라 이해했을 때 부담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여러 장면 중에 하나다.
그런데, 대부분의 장면 장면을 잇는 스토리가 대부분 그런 식이다. 게임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해야만 수많은 장면에 대해서 아무 걸리는 것 없이 넘어갈 수 있다.
"원 테이크 롱샷"으로 영화를 가져간다고 방향을 정한 상태에서 대량의 액션씬이 나와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가 중요했기 때문에, 굳이 이 영화에는 엄밀한 고증을 거친다던지 스토리 간의 연결성, 국가 간의 정치/경제/사회적 파급 효과 등에 대한 세세한 고민과 이에 따른 극화 내의 반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북한에 착륙한 이후에 펼쳐지는 차량 및 바이크 추격씬과 수많은 감염자를 낮은 공터에 밀어 넣고 태우던 중에 불이 붙은 채로도 살아 있는 좀비가 그들을 불태우려 하는 북한 군인들에게 달려드는 어설픈 씬 등은 스케일을 키워서 그 바닥에 수없이 쌓여 있는 좀비가 모두 덤벼드는 상황으로 확장되지 않는 것이 아쉬워도, '아 제작비의 한계가 있었구나'를 떠올리며 더 바라지 않게 만들어 준다.
이런 영화에는 사실 다른 A급을 표방한 채로 만들어지고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는 작품에 비해서 그다지 엄밀한 비난과 비평이 가지는 않는다. 얼마큼 더 화끈한 액션이 이뤄졌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한 지적은 그다지 영화를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끼칠만한 요소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모든 갈등은 점점 더 확장되고 중복되고 액션이 마지막 한차례 더 고조기를 겪은 뒤에 적을 모두 격퇴하고 무사히 살아남은 "카터"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쉴만한 상황에 이르게 되지만 그 상황에서 폭탄이 그들을 싣고 달려가는 기차 앞의 다리와 함께 레일을 폭파시키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을 맞게 된다.
이 작품이 2편으로 이어지면서 이 스토리가 더 늘어나는 것이 과연 이 영화에 빛이 될지 어둠이 될지 감이 솔직히 잘 안 잡힌다. 극 중 설명되었던 "카터"의 2번 지워진 기억에서 언급된 "마이클 베인"이 사실은 "카터"의 원본이라는 떡밥이 살아 있고, CIA가 "정병국"박사와 그의 딸을 납치하고자 하며 동시에 "카터"가 "마이클 베인"이던 아니던 상관없이 죽이려고 하는 것도 정확한 의도가 파악돼야 하는 지점이긴 하다.
다만 19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어낸 액션의 수준이 각각 최소 1,200억 원 이상을 써서 만든 "1917"이나 "데드풀 2"보다 더 높은 긴장감과 더불은 더 많은 액션 등의 볼거리를 제공했고, 가성비 면에서 할리우드 산 액션 작품의 수준에 필적하는 작품이 나온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넷플릭스"가 2,400억 원 이상을 들여서 만든 "그레이 맨"의 액션 수준은 질적으로 훨씬 우수하지만 10분의 1도 안 되는 제작비로 만든 "카터"가 보여준 액션의 "양"의 수준은 그런 질적인 요소를 넘어설 수도 있을 만큼 가성비가 높은 위협이다. 우리 영화도 나중엔 그런 위협에 놓이게 될 것이고, 이미 그런 상황에 돌입했을 수도 있다.
매일매일 실시간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상위 10위 권의 영화 순위를 보여주는 사이트 https://flixpatrol.com/top10/netflix/ 를 보자면 8월 15일 "그레이 맨"이 3위고, "카터"가 5위다. 제작비 수준이 할리우드 산 영화와 한국산 영화의 순위를 상대적으로 큰 차이로 벌리지 못하는 요소라고 한다면 앞으로 한국산 영화 콘텐츠의 가치가 얼마나 더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족: 재미있는 요소 하나가 "정하나"를 연기한 배우 "김보민"이 금년도에 개봉한 "비상 선언"에서도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오고, "뒤틀린 집"에서는 주연으로 나오고 있는 등. 겹치기 출연으로 주가가 상승한 아역 배우로서 최고의 한해를 맞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앞으로 불안하고 추락의 위기를 겪거나 추락 또는 폭파되는 비행기 안의 난동 속에서 이를 견디고 살아남는 배역 전문 배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촬영 시점이 서로 다를 순 있겠지만 카터보다는 비상 선언에서 대사 량이 훨씬 더 많았고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피력하는 그 나이대의 아이답지 않은 좀 더 노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영화에서 중요한 아역을 했던 배우가 같은 한 명의 배우라고 감잡을 수 있는 관객 또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완전히 다른 두 배역을 자신의 색상을 버리고 연기해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