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을 보지 않았어도 끝까지 재미있게 보게 만들다
스포일러가 조금 나옵니다.
추석을 전후해서 장모님과 처남과 함께 큰 세대차이 느끼지 않고 본 이 영화에 대해서 굳이 감상문을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꽤 오랫동안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면, 어떻게 본 영화다라는 감상을 굳이 누구에겐가 이야기하지 않고 단지 "볼만하다" 아니면 "그럭저럭이다" 이 두 가지만 가려주면 되는 양상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공조 1"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꼭 봐야 한다는 필연성도 없었고, 같이 보러 간 베이비붐과 엑스 세대, 밀레니엄 각 세대를 아우르는 3명이 같이 보면서도 서로 크게 불편함 없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다는 말과 더불어 "무난했다"정도만 알려줘도 되는 작품이 이 영화다.
그 이하로 나왔다면 안타깝다고 그 이상이면 좀 더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칭찬 한마디 더 남기면 된다. 디테일을 다 드러내서 적을 만큼 복잡함으로 가득한 영화도 아니고, 누가 연기를 잘했네 못했네라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그렇다. 간단한 결론은 "볼만하다"이고 "꽤 신경 써서 잘 만든 느낌이 났다"다.
그럼 끝......
그렇지만 일단 무를 베어보려고 키보드 위로 손가락을 들긴 들었으니 한참 지났어도 떠오르는 몇 가지 이야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그 시간이 지나도 떠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영화 속의 중요한 포인트가 인상적이었다는 증거는 되니까. 볼 기회 앞에서 망설이는 분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현빈"이나 "다니엘 헤니"나 "유해진"이나 "윤아"가 아니다.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연기 변신이라면 변신이라 할 수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빌런" 연기를 제대로 해낸 "진선규"가 그 주인공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초에 인상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항구에서 마약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FBI에게 현장을 급습당하고 잡히게 되는 내용까지 "진선규"가 "마약거래를 북한을 위해서 해왔다가 북한을 배신하고 자신의 돈벌이만을 위해서 거래를 하는 전직 북한의 고위 장교 중에 하나"로 나오면서도 그저 부패한 "전직 고위층"이 아닌 사연 있는 이로서의 어둡고도 "한"이 배어 있는 연기를 임팩트 있게 잘 해내고 있다.
"극한직업"과 이 영화 두 곳에서만 이 배우를 봐왔지만, 분명히 참여한 작품 곳곳에서 격차가 큰 스펙트럼을 지니고 여러 배역을 맡아왔거나 맡았고 앞으로도 맡아갈 배우라는 걸 증명해냈다. 어설픈 개그나 웃음 섞인 농담 하나 하지 않는 진지하고 고뇌와 두뇌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내적 사고에 빠져 있는 둔중한 "빌런"을 연기하면서 극의 긴장감이 나머지 "주연 캐릭터"들의 "허파에 바람 빠질만한 개그 연기" 등을 통해서 빠져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거의 오로지 그가 스토리 전반에서 살포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느낌의 긴장감 때문이다.
그 외의 요소는 전작에서 성공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성공적인 클리셰"의 반복인 것 같았다.
"뛰어난 격투 능력과 두뇌를 가진 북한 보안 요원"인 "북한이라는 국가에 대한 충성"과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 고지식하게 사로잡히면서도 결국에는 융통성을 발휘하고 "대의"를 실현하는, 연애마저도 순정을 가지고 배려심 가득하게 조심조심 접근하는 고지식한 캐릭터이자 "품위 있는 미남"의 연기를 하는 "현빈"의 모습은 다른 배우와의 상호 작용 없이는 그저 심심하고도 스트레이트 하게, 단선적으로만 나온다. 평생 이렇게 계속 연기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싶은 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양념처럼 "윤아"가 다소 푼수끼가 어린 "금사빠"에 자신의 입으로도 말하는 "나이트 죽순이"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현빈"의 순수함을 드러내고, "다니엘 헤니"의 등장에도 금세 또 마음이 흔들리는 얄팍한 개그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진선규"를 제외한 나머지 평면적인 캐릭터들에게 어색하지 않은 변주를 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유해진"에게 기대할만한 양상의 연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다른 배역에 비해 외모는 다소 떨어지지만 입담은 훨씬 더 화려하고, 다시 "광역 수사대"로 돌아가고 싶은 자신의 욕심 때문에 가족을 위험에 빠트리는 내부 빌런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결국에는 지켜내는 동시에, 이질적인 미국과 북한에서 온 이들을 나름의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서 제대로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쉽지 않은 역할"에 무난함을 부여했다. 끝까지 튀지 않고 극에 균형을 잡는 이런 연기가 쉽지 않은 경지라고 생각한다.
"다니엘 헤니"는 "영어"를 사용하는 FBI로 미국 내에서 등장할 때는 꼭 미국 수사 드라마의 요원처럼 전형적인 모습을 연출해내지만, 한국에서 활동할 때부터는 "한국어"와 "영어", "러시아 장교"로 변신한 상태에서 "러시아어"까지 오가면서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개그 캐릭터로서의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외모 자체로서는 "현빈"보다 더 선이 굵은 압도적인 외모를 보여주지만 허당에 가까운 듯한 다소 약한 무력과 더불어 자기도취에 사로잡힌 대사를 하면서 망가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해냈다.
연기면에서 이 4인의 앙상블은 꽤 괜찮게 이뤄진 것 같다. 하자를 잡을만한 구석이 별로 없었다.
미국의 도심 한복판에서 "진선규"의 부하들이 강력한 화기를 지닌 채로 호송차량을 공격하여 "현빈"의 동료이자 부하를 죽이고 결국에는 그를 탈출시키는 과정상에서는 "캡틴 아메리카_윈터 솔저"에서 "닉 퓨리"가 적들에게 도심 한복판에서 공격당하는 신을 떠올리게 하는 긴박감이 넘치는 도심 총격신을 연출해 냈다.
이후에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서 벌어지는 여러 총격씬과 격투씬, 나이트에서 벌어지는 조 단위의 돈이 들어 있는 USB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배신과 암투가 다소 군데군데 비어진 듯한 헐렁한 씬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꽤 긴장감 있게 그려진 것도 괜찮았다.
"진선규"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북한의 고위급 인물에 대한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기까지 이 모든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과 나름 밀도 있어 보이는 액션씬의 교차는 어디 하나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뛰어난 액션 영화로까지 평가받기에는 "일부러 그렇게라도 한 듯이" 다소 모자라다. 그 때문에 오히려 추석 명절에 3개 세대의 관객이 어우러져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 제대로 나온 것이다.
그렇게 보고 나서 같이 본분들에게 "공조 1"을 IPTV로라도 보는 것이 어떨지 물어보았는데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마도 유사한 패턴일 것이란 예상이 되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공조 1"과 비교해서 "공조 2"를 보았을만한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본바 대부분이 이야기하는 것은 "공조 1"이 더 재미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건 2"를 보고 나서 "탑건 1"을 다시 찾아본 것 같은 그런 동기부여는 생기지 않는다. 그것이 이 "공조 2"의 "단점"이자 어찌 보면 가장 큰 "장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