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파키스탄이다. 또 다른 국가를 MCU가 펼쳐지는 장소로 조명하다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잘 나가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영화나 드라마에 한 국가가 올로케이션으로 등장하면 그 국가에 있는 해당 프랜차이즈 영화의 관객이나 드라마의 시청자는 엉덩이를 들썩하며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어벤저스"에서 우리나라의 풍경이 등장하고 테헤란로 같은 익히 잘하는 거리에서 질주하는 신이 나오거나 "블랙 팬서"에서 부산시가 나왔을 때, MCU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적지 않은 우리나라의 관객은 열광했었다. 언론도 그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번에 글을 썼던 "문 나이트(Moon Knight)"는 현대의 "이집트"와 피라미드 유적지를 조명했었고, 이 드라마 역시 이번에는 "파키스탄"의 "인도"로부터 분리된 역사적인 내용까지 포함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영화 내지는 드라마에서 잘 조명되지 않았던 중근동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문 나이트"의 경우는 "이집트"자체와는 큰 관련성을 지니지 않은 듯한 배우인 "유대계의 혈통이 일부 유입된 과테말라-쿠바(아버지가 이스라엘계 쿠바인)계 배우"인 "오스카 아이작"이 주인공을 맡았다면 "미즈 마블"에는 "파키스탄계 캐나다인"인 "이만 벨라니"가 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미즈 마블"이라는 "히로인"으로 변신하는 "카말라 칸"은 "파키스탄인"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고, 이슬람을 종교로 하여 "가족"의 단합과 행복을 더 중시하면서 친족과 더불어 끈끈한 유대감을 시대를 넘어서도 계속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미나리"같은 작품도 극찬을 받은 이유 중에 하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똘똘 뭉쳐서 결국 해체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삶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가족 관계가 해체된 지 이미 오래된 서구 사회에 이른바 "아시아"의 가치를 보여준 바가 있어서였다.
이 드라마 속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그래서인지 "가족의 행복을 위한 선택"과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기 위한 선택"을 한 개인이 내리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지지하고 힘을 더하며 같이 고난을 겪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런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시즌1 전체 6화에서 적지 않은 비중으로 나오고 있고, 오래된 "남과는 다른 비현실적인 세계"에 빠져 사는 것을 경계하는 "카말라 칸"의 어머니, 아버지와 "캡틴 마블"을 드라마 속 세계 속에서 현존하는 인물로 받아들이고 이를 추종하며, "어벤저스의 코스플레이" 이벤트에 어떻게든 참여하려고 하는 "딸"인 "카말라 칸"과 그를 지지하는 친구들 간의 갈등을 하이틴 드라마로써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MCU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호평을 끌어내기에는 다소 힘들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팔콘과 윈터 솔저"보다는 다채로운 드라마 속의 스토리가 그동안 제대로 서구의 영상물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파키스탄"의 이전 역사와 현대의 모습을 통해 연결되고 있고, "진"이라 불리는 지구와는 다른 차원에 물리적으로는 같은 위치에 존재하는 세계에서 온 "이계인"들이 지구와 그 세계를 통합하고자 하는 "테라 포밍"같은 지구의 절멸을 가져올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이 긴박감을 주면서 마주하고 있으며,
"미즈 마블"이 "캄란"과 더불어서 발휘하는 초능력인 "코스믹 에너지"로 물리적으로 공격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부가물을 순간순간 만들어 내는 장면이 잘 형상화되었기 때문에, 극화의 끝으로 갈수록 궁금함이 더 살아나서 계속 끝까지 보게 되었다.
기존의 "슈퍼 히로인 액션"스타일에 맞추어 슬림한 라인이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전형적인 "히로인"을 연출하지 않고 보다 주변에서 더 수월하게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함을 갖고 있지만 나름의 귀여운 매력이 있는 고등학생 "카말라 칸"을 “이만 멜라니”가 매우 잘 연기했다.
이 캐릭터에 대해서 이만큼 잘 형상화할 수 있는 배우는 아마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 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맞춤형 캐릭터"란 느낌이 들며, 이 배우 때문에 이 작품이 이른바 고유성을 가진 "슈퍼 히로인물"이 될 수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 드라마 속에서 종래의 "슈퍼 히로인"에 가까운 외양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는 "파키스탄" 내에서 최고의 여배우이자 가수인 "메흐위시 하야트"로 "카말라 칸"의 증조할머니인 "아이샤" 역할을 했다. 이 배우 같은 스타일의 배우가 만약 "미즈 마블" 역할을 했다면, 이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극화는 다른 작품과 차별성이 없는 그저 그런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이 드라마가 비난받고 있는 지점이 있다. "인도"에서 "파키스탄"이 분리된 이유를 마치 "영국"이란 외세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분리된 것처럼 그리고, "범 인도인"적인 통합이 필요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분리된 것처럼 몇 개의 대사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잠시 "인도"의 종교인 "힌두교"와 "파키스탄"의 종교가 "이슬람"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 역사적으로 양쪽 국가의 사람들은 각 국가의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서 나라가 나뉜 것으로 이해하고 교육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내용이 드라마 속에서 나온 것은 이렇게 이해가 된다. "이터널스"의 "킨고" 정도가 "인도"에 어필할만한 캐릭터로 MCU에서 만들어진 상황인데, "카말라 칸" 역시 자기 집안의 여자들이 "킨고"를 대를 이어서 좋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 나오면서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문화적인 경계가 없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든 생각이다.
지구상의 제2의 인구 국가인 "인도 시장"에서 흥행이 높아지는 것을 각 국가 간 이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디즈니 제국"이 이렇게 시청자가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시청률과 매출, 수익성의 관점에서 국가, 인종, 민족, 젠더 다양성을 편입하는 것에 골몰하다 보면 이전에 "이터널스"에서 뜬금없이 글로벌의 대다수의 국가에 가해를 했던 국가인 일본이 "피해자"로 언급되는 일이 나오는 것처럼 적지 않은 인구의 뜻으로 "파키스탄으로의 분리"와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자유를 선택했던 "파키스탄"이 어쩔 수 없이 한 몸과도 같은 "인도"로부터 남에 의해서 분리당한 국가처럼 보다 거대 인구 국가인 "인도"의 관점에서 그려지는 일도 벌어지는 것 같다.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히먄서도 흥행을 위한 수준의 정보 외에는 제대로 국가간의 차이점이나 역사적 맥락같은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것을 자꾸 노출하고 있기 때문에 “디즈니”라는 권력이 올바르지 않게 관객과 시청자에게 몰지각한 인식을 전달하고 있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007시리즈처럼 대제국과 강대국이 정의라고 외치는 시리즈와 별 차별성도 없으면서 PC를 외치고 있으니 제대로 들릴리가 없다.
"미즈 마블"이 되었든 "문 나이트"가 되었든 "이터널스"가 되었든, MCU가 앞으로의 다양성을 더 확장한 여러 캐릭터와 시리즈를 통해서 성공하고 싶다면, 외부 인사라도 초청해서 더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작품을 제작해 나가야 할 것이란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그것이 아마도 내가 사랑하는 MCU가 앞으로도 큰 폭의 팬층의 감소 없이 다양성을 제대로 넓히면서 장기적으로 더 많은 팬을 만들어 내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잘못되었을 때의 신호는 거의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