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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r 26. 2023

<저스티스리그_플래시 포인트 패러독스>-조연의 주연화

저스티스 리그 내에서 플래시의 비중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

스포일러가 일부 나옵니다.


"블랙 아담"이후 "더 플래시"가 나온다는 예정은 알고 있지만 최근에 "MCU 작품"이 "블랙 팬서_와칸다 포에버"와 "앤트맨과 와스프_퀀텀매니아" 이후에는 잠잠한 상황이어서 그 이후에 개봉된 다른 작품에 눈을 돌려서 간신히 구미에 맞는 작품을 본 것이 "바빌론"이었다.


보기 쉽고 기억나는 것도 많고 의미도 적지 않게 갖고 있는 "히어로물"에 중독이라도 된 때문인지, 최근에 베트남을 오가는 출장길이 있었지만 몇 편 틀어서 보고자 했던 작품이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아서 보기를 모두 중단했던 바, 영상물에 대한 이른바 갈증이 있었다.


최근 뜨고 있는 드라마가 있고, 가끔 시대를 지나쳐간 드라마를 간간히 보고는 있지만, 이른바 자극적인 맛을 알아버린 미식가라도 돼버린 양, 히어로물의 애니메이션이라도 볼 길을 찾게 된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2013년 작인 "저스티스 리그: 플래시 포인트 패러독스"였다.


간단하게 간추리자면 그 전후해서 "What if..." 형식으로 평행 우주를 다루면서 만약 지금까지 영화나 애니메이션, 코믹스에서 나왔던 히어로들이 다른 세계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어떨 것인가를 다룬 작품 중에 하나라고 보면 되며, 그런 류의 작품 중에서 꽤 잘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끝까지 끌려가듯 보게 된다.


 


"플래시"가 주연이 되는 작품이지만 세계관이 "저스티스 리그"에 속해 있으므로 일단, 극의 초반에 "플래시" 외에도 플래시의 숙적 "리버스 플래시"도 등장할 뿐만 아니라 "배트맨"과 "슈퍼맨", "사이보그", "아쿠아맨", "원더우먼", "그린 렌턴"도 등장한다.

출처 : Idlehani

이들이 등장하기 전에 있었던 장면이 "플래시"가 되기 전의 어린 소년이었던 "베리 엘런"이 자신의 어머니의 생일에 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다. 이 기억은 "플래시"에게 오랜 트라우마로 남게 되고, 여자 친구인 "아이리스"와 어머니의 무덤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집에 도착했다면 어머니를 살릴 길을 찾았을 수 있다는 미련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런 미련을 갖고 살아가고 있던 "플래시"에게 일련의 빌런 집단이 나타나 이를 쫓아가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쫓아가던 중에 함정에 빠져 고무 접착 물질에 의해서 벽에 압착되어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플래시"의 자기 파괴적인 숙적인 "리버스 플래시"는 마치 동전의 앞 뒷면처럼 서로 한 세계에 세트로 존재하는 동안에는 다른 세계로 갈 수 없고, 같이 이동해야만 갈 수 있는 존재라는 내용이 후반부에 밝혀지게 되는데, 초반에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플래시"와 수많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자신과 협력했던 빌런들에게도 폭탄을 부착하고 "플래시"가 붙어 있는 고무 접착물질에도 폭탄을 설치한 뒤에 동반 폭사를 기도한다.


이 과정에서 폭탄이 부착된 여럿의 빌런을 각각의 히어로가 "플래시"와 "리버스 플래시"가 있는 장소로부터 먼 곳으로 하나씩 데려가서 그 폭탄을 해체(사이보그)하거나 우주 밖에서 해체한 뒤에 터뜨리거나(배트맨과 그린랜턴), 손에 쥐어서 작은 폭발로 마무리하는 장면(슈퍼맨)등 이 나오면서 각각의 히어로(및 히로인)의 놀라운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상대적으로 약한 무력을 갖고 있는 "플래시"가 일면 대비 된다.


이 대비되는 장면에서 어찌 되었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리버스 플래시"를 감옥에 보낸 뒤에 마무리 한 것처럼 보였던 "플래시"가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존재를 막은 뒤에 자신의 현실 속으로 다시 어머니가 돌아온 이후에 변화된 세계의 모습이 원래 세계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흥미진진한 포인트다.


독립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플래시"는 자기 자신만의 존재감을 분명히 뽐낼 수 있는 히어로지만 역시나 다 묶어 놓고 "저스티스 리그"라는 작품에서 모아서 보여주면 어딘가가 좀 부족해 보이는 "조연"이다. 이 작품은 그런 "플래시"의 존재감을 세상을 극단적인 두 곳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비효과"를 만들어내는 존재로 그림으로써, "저스티스 리그"내의 주연 같은 존재로 그 위상을 끌어올린 작품이다.



이전에 "디씨 코믹스의 히어로"를 다원주의적으로 그린 다른 작품에 대한 리뷰를 쓴 적이 있었고, MCU의 멀티버스에 대한 내용을 담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은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고 느꼈다.


완전히 변화한 다른 세계의 모습이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졌고, 원래의 세계와 비교했을 때 그 어두움과 비극성이 너무 격차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원래의 세계로 가져와야만 한다는 당위성이 커진다.


극의 내용만을 봤을 때의 그 다른 세계 속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상황을 다시 정상으로 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무리하지 않은 방식으로 잘 설득력 있게 수습해 가는 스토리를 잘 그리고 있어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른 세계 속에서는 "아쿠아맨"과 "원더우먼"이 만나 서로 불륜을 나누고, 이에 격분한 "아쿠아맨"의 아내가 "원더우먼"과 싸우다가 살해당하고 나서 잘린 목을 "원더우먼"이 들고 분노한 뒤에, "아틀란티스"와 "데미스키라"의 전쟁이 벌어져 각기 지상 세계를 파괴하는 장면이 나오며, 지구를 위기로 몰고 간다.


이 세계 속에서는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인이자 "슈퍼맨"인 "칼 엘"을 미국 정부가 감옥 속에 오랜동안 가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깡마른 존재로 살아 있다가 구출된 이후에야 각성한다던지 하는 내용도 꽤 색다른 이미지와 느낌을 선사한다. 그가 각성한 뒤에는 무자비하게 자신의 능력으로 미국 군인이긴 하지만 인간을 죽이는 장면이 꽤 자극적으로 나온다.


배트맨이 되었을 어린 "부르스 웨인"이 강도에게 죽고 아버지인 "프랭크 웨인"이 "배트맨"이 되고 어머니 "마사 웨인"이 "죠커"(명확하게는 그려지지 않는다)가 되는 내용도 충격적인 반전이고, 간단한 장면으로 흘러가지만 애인이었던 "아이리스"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는 것도 나온다.


이 중에 가장 배역의 성격의 변화의 폭이 좁은 것은 "사이보그" 정도이지만 마지막의 전투 장면에서 "아쿠아맨"에 의해서 몸판 부분이 뜯겨나가 심장이 드러난 상태로 버티다 죽어 버리게 된다. 그 외에도 "샤잠"을 외치면서 원래 세계의 "샤잠"이 아닌 "캡틴 선더"로 변신하는 아이들과 싸우다 변신이 풀린 뒤에 아이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원더우먼"도 이미지 격차가 무척 커져 있다.


"그린 랜턴"이 되지 못했지만 정의롭기 그지없는 그 세계 속의 "할 죠던"은 "아쿠아맨"의 군대를 이동시키는 중이었던 잠수정을 향해 외계 우주선에 폭탄을 실어 자살 충돌을 하려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무의미한 죽음으로 끝나고, 다른 세계 속에서 빌런이었던 "렉스 루터"와 "데스스트로크" 등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다. 무력과는 관련 없었던 "로이스 레인"이 열혈 기자로 죽음을 무릅쓰고 취재를 하는 존재로 나오는 것도 별미다.



최근 잠잠한 히어로물 영화의 개봉 소식에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오히려 개봉 영화보다 훨씬 더 스토리라든가 액션의 섬세함이 더 나아 보이기까지 하는 애니메이션물이고, 통상 일본산 애니메이션의 품질이 미국산 애니메이션보다 뛰어나다는 고정관념을 일부 무너뜨리기도 한다. 물론, 스태프나 연출 등에 일본이나 한국 등의 아시아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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