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Aug 14. 2023

<더 플래시>-블록 렌즈로 모은 멀티버스

확장성을 염두에 둔 작품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나 이벤트성으로 끝나다

(출처: TV Inside)


스포일러가 일부 나옵니다.


여러 사람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워너 브로스가 "처음부터 이런 급의 작품을 DCEU 세계관에서 만들어 왔었다면 MCU와 분명히 관객을 반분해 왔을 것이다." 그만큼 높은 품질의 작품이 나온 것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여러 개연성의 요소를 모두 종합해서 만든, 블록렌즈로 빛을 모은 듯한 워너 브로스의 DC 코믹스의 모든 히어로물이 여러 거대 구체를 구성해서 맞부딪치며 붕괴하는 장면에 이른 뒤, 수습 과정에서 김이 샐 뿐.



"Let's get nuts" 이후의 장면은
폭발적이었다.

황혼에 이른 72세의 "마이클 키튼"이 "Let's get nuts!"라고 한 대사가 내겐 이 작품을 총체적으로 관통하는 단 하나의 가장 임팩트 있는 대사로 들려왔다. 왜냐면, '89년 "배트맨 1편"의 OST를 팝계의 모차르트로 불렸던 "프린스"가 맡아 영화와 같이 당대 최고 히트를 기록했었고, 그의 카리스마가 영화와 결합되기 때문이다.

(출처: DeviantArt)


"프린스"의 히트곡 중에 "Let's go crazy"란 곡의 가사 중에 "Let's get nuts!"가 나오는 느낌의 "펑크"가 전반적인 "배트맨" OST의 분위기를 지배했기에 그 곡이 나오지 않았어도 "그래 한번 미쳐보지, 한번 놀아보지"이런 뉘앙스를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뿌리고 있다. 그 작품이 성공한 배경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워너 브로스가 제대로 성공했던 블록버스터 "배트맨"에 나왔던 "마이클 키튼"이 34년 만에 다른 시공에 있는 "배트맨" 역할을 "더 플래시"에서 다시 맡아 이 대사를 할 때의 느낌이 1989년의 펑키함과 맞물린 에너지를 은근슬쩍 끼워 넣는 기분같았다. 그건 젊은 층의 관객이 포착하긴 어려운 요소이긴 하다.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이 일부 참조하고 모티브를 가져온 "더 플래시 포인트"의 내용에 비교해서 영화 속의 CG와 화려한 비주얼, 스토리가 점차적으로 긴장감을 높여간 각 시퀀스는 기대 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을 관객이 기다릴 수밖에 없게끔 잘 배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Let's get nuts" 이후의 장면은 폭발적이었다.



"에즈라 밀러"외의 주조연 및
카메오 캐스팅이 후반부에서
"에즈라 밀러"의 1인 2역 이미지를
압도할 정도로 화면을
장악했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벌어진 가장 문제시되었던 요소는 "에즈라 밀러"가 행한 여성에 대한 폭력 행위였다. 웹상에 돌아다니면서 결국 다 찍어 놓은 영화의 폐기까지 거론하게 만들었기에 이 작품은 "디스커버리"에 인수당한 이후의 "워너 브로스"의 사활을 건 의미까지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 그 자체였다.


그런 위기를 넘어갈 것처럼 보인 수준 이상의 작품을 만들게끔 한 것은 "그것"을 만든 "앤디 무시에티" 감독의 능력도 있지만, "에즈라 밀러"외의 주조연 및 카메오 캐스팅이 후반부에서 "에즈라 밀러"의 1인 2역 이미지를 압도할 정도로 화면을 장악한 것도 있었다.


"니컬라스 케이지"가 "슈퍼맨" 캐스팅 대상 배우이기도 했다는 가십이 그대로 작품 상에서 "슈퍼맨" 의상을 입은 그로 등장하기도 하고 이미 작고하신 "슈퍼맨 원조 배우"라 인식되고 있는 "크리스토퍼 리브"도 나타나 확실한 조력을 하고 있다.


(출처 : DeviantArt)


"스파이더맨-노웨이 홈" 등 멀티버스를 다룬 작품의 성공 요소는 이 같은 다른 평행세계에 속해 있다는 개념으로 이전 히어로물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다시 등장시키는 데에도 있었는데, 이 부분에 비중을 충분히 두어서 관객이나 시청자가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이지만 과유불급이었다.



타 시리즈물과의 결합감을
거의 무시한 작품이 된
"더 플래시"는 약간은 "괴작"의
냄새를 풍기는 극화로
끝나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품질을 높이고 물량을 확대하고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관으로부터 일찍 퇴출이 되었고 VOD 시장으로 직행하고 말았다. 반응이야 "왜 진작에 이렇게 안 만들었어"였지만 그건 안쓰러운 마음을 가진채로 조금씩 실망감을 감추며 봐 왔던 기존 관객의 것이었다.


이 시리즈물을 입소문을 내주면서, 지끔껏 보지 않거나 잠시 보다가 떠났던 관객을 다시 불러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수많은 장점을 다 나열해도 상쇄하지 못하는 아래와 같았다고 생각한다.


1) 에즈라 밀러

그가 뛰어난 연기를 하는 배우라서 도저히 연기로는 어떻게 말해볼 여지가 없을 정도의 우리나라로 하자면 "이병헌"급의 배우였다면, 아마도 그럭저럭 참회의 의미도 되었을 것이고, 흥행도 견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인 2역을 오가는 배역을 연기했지만 그 양쪽 어느 부분에서도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다.


2) 극이 팽창된 뒤에 수습하는 부분에서 사라진 감동

자신의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갔던 "플래시" 때문에 파국을 맞게 되는 내용은 이미 "버터 플라이 효과"같은 영화에서 수 번 이상 "클리셰"화 되어버린 내용이다. 아무리 과거를 바꾸기 위해 갖은 힘을 다 써서 노력해도 더 큰 파국이 벌어질 뿐 궁극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플래시"가 자신의 욕심을 접고 원상 복구를 하기로 한다는 이 결론에 감동적인 변주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더 거대하고 화려했을뿐이다.


"플래시"인 "베리 엘런"을 맡은 배우가 그만큼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인간에 대해 이타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인식이 영화 외적으로 사라져 있는 상태에서, 실제의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할 만큼의 고도 연기 수준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 극조차도 그것을 감동이나 특별한 마무리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이 두 번째 이유는 사실 첫 번째 이유와도 연결되고 있다.


3) 원작 더 플래시 포인트의 미덕이 상실됨

훨씬 더 연령대가 높은 "배트맨"이 이 작품이 참조한 "더 플래시 포인트"에서는 그 세계에서 죽은 웨인가의 사람이 원래 세계에서 "배트맨"을 하고 있는 "벤 애플렉"이 연기한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인 "토마스 웨인"과 어머지 "마사 웨인"이 아니라 "브루스 웨인"과 "마사 웨인"이었기 때문에, "토마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어야 관객과 시청자, 코믹스 팬 모두에게 모순이 없는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워낙 "배트맨" 원조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마이클 키튼"을 기용하는 이벤트를 밀어붙이기 위해서 설정상 그는 그냥 "브루스 웨인"이자 "배트맨"인 존재로 나와버렸다. 이미 뿌려져 있는 이야기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마이클"이 아닌 다른 배우가 한 것이 맞았고, 그나마 설정을 모순 없게 하려면 "마이클 키튼"이 자신이 "브루스"가 아니라 "토마스"라고 이야기를 하도록 함이 맞았다.


4) 이벤트성을 강조하다가 그만 다른 시리즈물과의 결합감도 상실됨

다시 원복하고 돌아온 세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나 "배트맨"이 "벤 애플렉"이 아닌 "조지 클루니"로 나왔다. 이 부분에서 그저 여러 유명 배우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이벤트성의 영화로 현존하는 타 시리즈와의 결합감을 거의 무시한 작품이 된 "더 플래시"는 약간은 "괴작"의 냄새를 풍기는 극화로 끝나버린 셈이다.

회 없는 삶을 사는 방법


안타깝지만 이제 거대 히어로물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결국 쇠퇴하는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데
이 영화가 일조를 한 게 아닐까


이제 기대했던 만큼의 흥행이 잘되지 않은 이 작품은 "디스커버리 워너브로스" 체제에서 여러 내외부적으로 "더 플래시"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했던 수많은 여론을 무시하고 "빌런"급에 가까운 경영자가 밀어붙여서 우격다짐으로 개봉한 작품이기 때문에, 아직은 건사하게 흥행을 하고 있고 더 나아갈 수 있는 나머지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을 수준에서 잘 봉합되어야 하는 여러 작품 중에 하나가 되었다.


"모비우스"와 "수어사이드 스쿼드", "샤잠" 등의 실패작의 대열에 "더 플래시"가 이름을 올리게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은 사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원더우먼"과 "아쿠아맨", "블랙아담" 이 세가지 시리즈는 각각의 독립 시리즈로서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이벤트성의 크로스 오버를 간간히 하는 작품이 되어야 할 것 같고, "토드 필립스" 감독이 만들고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인 "죠커"는 그냥 그대로의 어둡고 정신 분열적인 분위기 자체를 그대로 밀어붙이는 독립 작품만으로, "맷 리브스"가 만들고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인 "더 배트맨" 또한 다크함을 강조하는 탐정 스릴러 분위기의 독립 시리즈로 계속 만들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MCU"의 히어로물도 이전과 같은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소강상태가 지속된다면 아마도 거대 시리즈물을 기획하고 밀어붙이는 분위기는 점차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을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이제 거대 히어로물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결국 쇠퇴하는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데 이 영화가 일조를 한 게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션 임파서블_데드 레코닝 PartI>-유령의 싸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