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 선상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의 위대함
(사진 출처: 애플 TV)
"백 투 더 퓨처"를 안 본 사람을 적어도 나는 내 세대에 주변의 사람 중에는 떠올려볼 수가 없다. 아직 어린 아들에게 당연히 모를 거라 생각하고 물었는데도 "(세 편) 다 봤어요"라고 말해서 놀랐다.
지금도 이 삼부작을 보라고 하면 기꺼이 볼 것이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한없이 낙관적인 분위기와 치밀하게 앞뒤 잘 들어맞는 스토리이면서도 어딘가 빈틈이 느껴지는 서투름과 실수로 안심이 되서다.
그런 안심스러움과 개봉 당시의 세계인을 사로잡은 작품의 매력의 상당 부분은 지금 기준으로 봐서는 너무도 작고 보잘것없지만 귀여움과 유머로 똘똘 뭉친 남자 배우인 "마이클 J. 폭스"가 책임졌었다.
그가 "백 투 더 퓨처 3"까지 찍고 다른 작품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던 어느 순간엔가 작품 활동이 잠잠해졌다. 한국에는 그가 "파킨슨 병"에 걸렸다는 내용이 단신 정도로 지나치듯 나왔던 모양이다.
그의 "파킨슨병"에 관련된 내용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1961년생으로 이제 62세가 되어가는 그가 그 병 때문에 제대로 보통 사람처럼 걷지는 못하지만 계속 걸음을 훈련해서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다큐멘터리가 여러 미디어 부문에 수상하는 행사에서 여러 상을 휩쓸었을만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마치 "마이클"이 존경해마지 않고 사랑하는 아내 "트레이시"처럼 명확하고 현실을 직시해서다.
작고 귀엽고 똑똑해 보이는 이미지의 배우인 것 말고는 다른 특징적인 면이 기억에 남지 않았던 그였지만 그가 이 피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인 "파킨슨병"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마주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
곧, "어른이 되어가는 문턱"을 넘어 세상과 제대로 마주한 장면은 위대한 드라마다.
그가 성공의 가도를 달려갔었기 때문에, 그가 제대로 정상인인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말도 어눌하게 만드는 "파킨슨병"을 가진 자신을 숨기며
대중 앞에서 7년이나 "자신이 아닌 연기"를 했었다는 사실도 어쩌면 뛰어난 그의 배우로서의 재능인 동시에 거대한 비극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를 다룬 내용이 다큐멘터리에 나오면서 강력한 매력을 지니게 된 것은 그의 "강인함"을 가득히 담은 유머 감각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 오래 있었으면서도 주눅 들지 않은 것처럼 같이 인터뷰를 하는 이와 출연한 가족, 지나가던 사람을 웃기려 시도한다. 성공률도 높다.
자신에게 있었던 병을 그대로 인정하고 대중에게 이를 알린 뒤에, 평생 작은 아이처럼 살아가는 동안 아주 큰 아이들이 종종 자기를 괴롭히곤 했지만,
결국 그 큰 아이도 단 한방이라도 자기 같은 아이에게 맞을 때가 있는데 이때가 그 때라고 느꼈다는 내용이 압권이었다.
같은 "파킨슨병"을 가진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파킨슨병"의 치료 연구를 위한 성금과 국가적인 지원 확대 캠페인을 벌였고, 무려 2조 6천억 원에 가까운 모금에 성공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소식이다. “파킨슨병”이란 일진의 뺨을 세게 친 셈이다.
그같이 작은 이라도 큰 일을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낸 것이다. 배우로서의 성공보다 위대한 일이다.
생의 어느 어려운 단계나 삶의 추레한 어느 귀퉁이에 우리가 갑자기 접어들어 당황하게 되었을 때, 이 작품을 떠올린다면 왠지 모를 용기가 남녀노소 불구하고 피어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작품이 계속 재미있게 흘러가는 또다른 이유는 그가 출연한 작품과 현실이 일치되도록 편집한 영상에도 있다.
"마이클"은 우리와 다르게 무척 뛰어나고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재능이 넘치는 이의 상징으로 이 작품에서 포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작고,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이다.
그런 이가 극복해 가는 굴곡이 많은 삶의 모습을 보고 나면 당신이 지금 누구였 건 간에 지금 속이고 있는 자기 자신 아닌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약함"을
필요 이상으로 숨기며 망가지고 있는 이라면 더더욱 마음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이유하나는 제대로 건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마이클"이 직접 쓴 자서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미 이 작품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그런 용기가 부족할 때라면 책의 형태로 나온 작품도 언젠가는 보고 싶다.
오늘 하루 내 가치를, 내가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서라고 "내 탓"을 할만한 정황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직장에서 우격다짐으로 내려진 결정대로 펼쳐지는 상황을 경험하고 왔다.
다행히 나는 "파킨슨병"같은 것엔 걸리지 않았다.
나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남"은 내가 어떻게 내 맘대로 해볼 수 없는 내 영향력 바깥의 범위에 있는 이일뿐이다.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라도 된 듯이 이 문제를 풀 생각으로 가득 찰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래. 이 작품이 말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사람이 서로를 의심하고 미워하게 만들며, 권력과 명예와 사랑, 돈을 얻기 위한 욕망이 드러나는 이전투구에 집착하는 극화가 아닌 이 작품을 볼 수 있었음에 오늘 하루 정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