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막막한 세계를 실험적으로 그려내다
(사진 출처: Heaven of Horror)
"시고니 위버"가 "에일리언"에서 보여줬던 여전사의 이미지를 다시 살려내면서 이 배우가 아니고서는 살릴 수 없는 분위기의 22분짜리 첫 에피소드를 보고선 바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꼭 1~2시간짜리 긴 영상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당위는 없다. 물론, 글이란 것도 그렇다. 단편의 분량이 얼만큼이고 중편이 얼마이며, 장편이 어느 정도라는 자수와 장수에 한정되어야만 할 이유는 뭔가?
물론, 형식미를 살리고 한정된 조건에 맞추면 이미 표준화되어 있는 규칙에 의해서 교환되고 호환될 수 있는 자격이란 것을 갖출 수 있게 되고, 그 같은 형식과 조건이 받아들여진 역사와도 동기화된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매력을 갖게 된다. 상품성이란 걸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형식미를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서 마치 암호 해독을 해내는 듯한 해석의 쾌감을 일부 지식인에게 선사한다.
하지만, "닐 블룸버그 감독"은 그런 형식미에 꼭 사로잡힐 필요가 없이, 자신이 던져서 반응하게 만들고자 하는 장면에 보는 이가 사로잡히기만을 원했던 것 같고, 넷플릭스가 여기에 과감하게 동의했다.
첫 에피소드에서 "해피엔딩"이 될 리가 없을 것 같은 인류보다 훨씬 강력한 외계의 적을 맞아 이길 승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식민지인이 점령군으로부터 배운 기술도 사용해서 독립운동을 하듯이,
인간을 사로잡아 수백만 명씩 죽이면서 해온 실험의 과정에서 인간과는 또 다른 능력을 획득한 외계인의 실험체였던 인간을 구출해서 이들의 능력을 통해 압도적인 적을 간간히 이기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장면장면에서 "시고니 위버"의 고뇌에 차면서도 철의 여인처럼 강인해 보이는 인상은 이런 드라마에서 최적이었다. 그 때문인지 22분간 흐른 영상 안에서 이유 없이 등장한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짧은 내레이션 속에서 압도적인 외계인을 이기기 위해서 병들고 약한 인간을 찾아 이를 미끼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받고, "시고니"는 그것이 극화 속 환경에서는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란 이야기를 한다.
하드보일드하고 터프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지루하게 늘어질 것만 같으면 더 이상 늘어뜨리지 않고 영상을 실험적으로 짤막짤막하게 간추려서 만든 에피소드가 5분~27분까지 다양하게 여러 개 있다.
치밀한 구상으로 등장하는 인물을 정밀한 기계처럼 만들고 오토마타처럼 극화 속의 세계에서 움직이게 만들기보다는 영상의 이미지와 짧게 설명된 극화 속 긴장감에 더 많은 중심을 두었다.
최초의 에피소드에서 나타난 압도적이고도 잔인해 보이는 외계인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인간이 쉽게 이해해 낼 수 없는 영역으로 가고 있는 인공지능의 존재감을 그려내는 듯했다.
어쩌면, 이제 앞으로의 인류가 만들어 가야 할 창작품은 이런 식으로 "인간"이 만들었음을 드러낼 수 있으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작지만 확실한 성과와 반응을 낳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닐 감독"이 지금 이 시점에서 "넷플릭스"에 내민 이 작품은 마치 이길 수 없는 AI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실험하는 저항군이 마치 현실 속에서는 이 감독인 것처럼 그려진 것은 또한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