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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ug 09. 2024

<슈퍼배드 4>-개과천선한 악당이 된 기분으로 보기

개과 천선한 슈퍼 악당이 선사하는 유쾌한 악당 애니메이션이 또 돌아오다

(포스터 출처: Primary Times)


이 작품이 개봉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던 "아들"이 계속해서 보고 싶다고 칭얼대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로 끝난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전주의 주말, 간신히 아내의 허락을 받아 아이를 데리고 성북구의 "아리랑 시네센터"의 보다 저렴한 티켓을 구하고 보다 저렴한 팝콘 세트를 사서 관람했다.

(출처: 맥스무비)

너무 사람이 많은 CGV등과는 달리 관 수가 적긴 하지만 깨끗한 관에 들어서서 밖에서 사서 들어온 음식이라고 해도 냄새가 심하지 않다면 반입 가능하고, 내부 매점에서 파는 음식도 CGV에서 파는 가격의 절반 수준인 이곳에서 영화를 보면서 여러 면에서 만족했다. 성북구의 복지도 괜찮은 편이다.


아이는 첨에 큰 극장 아니면 안 가겠다고 반항을 하다가 "그럴 거면 아예 보질 말든가"란 이야기를 듣자마자 얼굴색이 변하면서 기쁜 표정으로 기꺼이 이곳에 가기로 했고 별 탈 없이 들어가 봤다.


다른 곳과 비교해서 떨어질 것이 없는 극장이었고, 깨끗한 데다 저렴한 맛에 아이와 부모 비율이 적당히 맞게 와서 질서 유지도 그럭저럭 잘 되고 있었다.



"슈퍼배드"를 1편부터 3편까지 하나 빼먹지 않고 봐왔던 것은 개과천선한 악당이 자신이 악당 시절에 배웠던 기술을 가지고 다른 악당과 싸우는, 배운 게 도둑질인 도둑이 다른 도둑을 잡는 스토리가 가진 매력적인 내용이 잘 반복되고 있고, 기대하는 수준의 재미를 충족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전 형식으로도 만들어지는 이 시리즈물의 주인공인 "그루"의 부하 집단인 "미니언즈"들의 귀엽기 이를 데 없고, "덤 앤 더머"를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어리숙함이 또한 재미를 더한다.


1편에서 "달"을 훔치기로 하다가 양자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변하면서 선역으로 뒤바뀐 "그루"는 3편에선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 범죄자로 남아서 경쟁을 신청하는 내용에서도 재미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이 작품에선 고등학교 때 일종의 "관종" 경쟁자였었지만 "그루"의 계책 때문에 망신을 당했던 동급생이 악당으로 변해서 범죄자의 사회에서 "그루"보다 더욱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강력한 벌레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서 도발을 해왔다.

(출처: Variety)

이 범죄자를 잡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가 가족을 위험에 빠트리게 된 "그루"가 기관에서 마련해 준 안전가옥으로 신분을 위조해서 간 뒤에 벌어지는 일은 전편에서 범죄자를 벗어난 다른 삶의 안 맞는 옷을 입었던 기억과 멀어졌던 "그루"가 다시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1~3편보다 더 진일보 발전한 그래픽이 언뜻 보이지만 물량적인 면에서 더더욱 풍부한 액션씬과 화면의 스케일을 키우는 물량에 치중하기보다는 스토리를 좀 더 어린 관객에게 흥미롭고도 재미있게 던질 것인가에 더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간의 그래픽 기술의 발달은 적용되어 있지만.


신분을 위조해서 안전가옥에서 사는 동안 옆집의 "범죄자"로서의 타고난 재능과 끼를 가진 아직 "치아 교정기"도 때지 않은 여자 아이에게 약점을 잡혀서 시키는 대로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가서 학교의 마스코트인 애완동물을 훔쳐 내는 내용도 나름 긴장감을 잘 유발했다.

(출처: Forbes)

학교의 노인인 여자 교장이 첨단 무기와 결합된 휠체어를 타고 공격을 감행하는 일상과 역전된 장면이 어색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스토리의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결과처럼 보였다.



(출처: Despicable me wiki)


신체 능력이 강화된 악당과 싸우기 위해서 "판타스틱 4"나 "인크레더블"을 오마주 및 패러디하여 만들어진 "초강력 히어로 미니언즈"의 요절복통하는 엉망진창 만들기도 뻔뻔스러워서 재미있다. 막내로 태어난 아기를 양육하기 위해서 고전분투하는 장면에선 "인크레더블 2"가 떠오르기도 한다.


마지막에 그렇게 싸우던 악당과 화해하고 손잡는 결말은 사실 아이와 같이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성인 관객이 재미있는 내용으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거북한 결말이긴 하지만, 아이가 그 결말을 유쾌하게 받아들여서 다행스럽다.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바로 당하는 냉정한 사회를 깨닫기 전에 일단은.



아담한 그 극장의 한 관에 있었던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봤고, 나가면서도 표정이 서로 밝아 보였기에 그 이상 이런 종류의 여름방학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손색없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하고 느꼈다.


흥행 성적은 어떠했을까 찾아보니 개봉관에서 이 작품은 일단은 내려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부터는 OTT에서 이 작품을 기다리고 있을 타이밍일 것이다. 아이 있는 부모에게 추천한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아이와 같이 봐서 실망하지 않을 이 여름의 또 다른 작품이다. 실망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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