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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r 10.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5-1

일루미네이션 공원

5-1 일루미네이션 공원


"저출산"을 해결해야 할 주어진 기한이 앞으로의 국회에서의 월간 보고를 제출해야 하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있다. 이 타이밍에 제대로 된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실기할 위험이 있었다.


"마스터"가 삽질만 계속할 뿐 해결이 불가능할 거라고 평가할 경우에 3가지가 그 이후의 대응방안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고, "마스터"가 직접 만들어 적용해 온 것이다.


  1) "마스터"를 해체하고 지금까지의 조사 프로세스를 포함한 차세대 인공지능으로 교체

  2) 대체했던 기관 중에 그래도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관점에서 해결할 기관 부활

  3) "한국인"의 소멸을 기정사실로 인식하고 저항 없는 평온한 종말을 준비


첫 번째의 실패 이야기만 듣는데 2일이 지났으므로 이제 남은 시간은 5일이다. "마스터"는 시간과의 싸움에 대해서 인간의 언어로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출산율 지표개선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평가된 무능함은 자신의 "소멸"을 낳는 동시에 자신의 고객인 "한국인"의 "소멸"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핸들러"같은 조직이 부활해도 되돌릴 방안은 없다.



"난 내 인내심이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다른 사람과 다름없이 거의 바닥이 난 상태나 다름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LOSER17"은 꽤 오래 동안 "마스터"의 자기 자신을 흉내 내는 의식 속의 소리와 대화를 해왔음에도 그것이 자기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좀처럼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의식 속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의 톤과 말하는 방식은 모두 자기 자신이 원래 생각하는 방식과 동일했다.


다만 "LOSER17"보다 "마스터"는 인내심 같은 것을 굳이 가질 필요가 없는 "인공지능"이므로, "LOSER17"에게 원하는 것은 자신의 요청에 대한 즉각적인 이해와 답변의 반복이었다.


"기억을 떠올려 내는 짧은 순간마저 지루해하는 것을 겪다 보니 말이지, 이렇게나 참을성이 없는 나를 포함한 "한국인"이 아이를 낳고 나서 키우는 수년의 시간을 견딜 가능성이 없으리란 생각이 들어"


"그런 연구 결과도 있었지. 낳을 거라고 가정한 뒤 시뮬레이션을 정밀하게 계산해 보니 육아에 들어갈 시간과 돈, 시간이 흐른 뒤의 사회적인 환경마저 부정적이 되리란 예측이 나와서 낳지 않았다고"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계산"에 따른 분석 결과에 더해서 투자 대비 손익 분기를 검토하고, 국가적 위신이 떨어지리란 예측을 하곤, 출산을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자기 합리화가 쉽게 이뤄졌어"


"열심히 공부를 해서 꽤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고 해도 대다수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국가에 비하자면 경제적 보상 수준은 물가에 비해서 형편없었지.


사회안전망을 세우는 것도 좌경화를 우려한다는 논리로 줄여놓았기 때문에 실업자나 퇴직자가 택할 선택지는 높은 수준으로 자살이었어. 그것조차 방치했지.


여성은 국가 지표로서는 99% 수준의 거의 동일 임금을 받는 데이터가 있었지만 오랫동안 허수였어"


"동일 임금을 받기 위해서 감내해야 할 업무적인 강도라든가 뚫고 올라가야 할 유리천장, 부족한 공공 육아 설비와 있기만 할 뿐 사용할 경우 불이익이 따라오는 "출산 및 육아 휴가"도 지적됐어"


"문화적인 변화도 없는 상태에서 혼인이 안된 남녀라도 출산하면 지원하겠다고 유럽을 흉내 낸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범국가적 캠페인도 지지율 저하 우려로 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정책이었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만들어낸 '일루미네이션 공원'처럼 실감 나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충분히 인생의 희로애락을 누릴 만큼 누리는데 굳이 현실에서 다시 매 같은 것을 맞긴 싫었겠지"


"그래, 그래서 그 같은 출산율의 추가적인 추락에 혁혁한 공헌을 한 '일루미네이션 공원'의 '시나리오'의 시작을 좀 자세히 다시 기억해 봐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거야. 이른바 저출산의 원흉으로 불리는 시작 말이야"


“마스터“는 자신이 선정한 연애범죄자 샘플이 의외의 ‘대어’인지 아니면 ‘자의식 과잉’에 ‘과대망상’에 빠진 자인건지 이 시점부터 살짝 헷갈리기 시작했다.



기억을 안 하고 지나가려 했던 예제 "시나리오" 이야기가 다시 나오자. 결국 "LOSER17"은 기억을 더듬어 일사천리로 내용을 길게 읊었다.


"'PD'로 만들어낸 첫 번째 시나리오는 '연쇄살인자'를 다룬 내용이었어. 게임의 사용자가 성향에 맞는 방식으로 맞춤형 '연쇄살인자'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성향을 가진이부터 시뮬레이션 게임의 중독자가 되도록 만들고,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코너에 몰린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몰래몰래 중독되리라 믿었어.

게임의 초반에 사용자가 하게 될 시뮬레이션 게임 속의 자신의 "페르소나"인 캐릭터를 만드는 초반 과정부터 자신의 현실 속의 내용을 제대로 입력을 해야지만 게임이 더 재미있게 흐르게 만들었지.   


개인 정보의 노출은 최대한 꺼리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서, 기재가 요청되는 내용은 보다 "욕망"이나 "욕구"에 해당되는 것이었어.


그 내용은 망상에 가깝고 판타지에 대한 자신의 상상력도 필요한 것이니, 자신의 현실을 무의식 중에 드러내면서도 흔쾌히 적어 넣도록 만들어 '자발적'으로 게임에게 자신의 약점을 쥐어주게 한 거야.


가상의 제3 국이라는 설정을 넣었지만, 최대한 "한국"과 문화와 사회, 경제, 정치, 교육 등이 흡사한 나라였으니까 한국인 사용자가 재미있게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었지.


피와 살이 튀어 다니는 고어물에 가까운 신체 절단이나 훼손 씬은 최대한 비유나 은유의 방식으로만 나타나게 만들었어. 인간 수준에 가닿은 "강인공지능"이 나오기 전의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했어.


주인공은 제대로 사회적으로 자신의 창작품을 제 값을 받고 팔만한 재능을 지니지는 못한 인물이지만, 지난 시대의 주옥같은 영화라든가 뮤지컬, 연극의 감독이나 기타 창작자처럼 인정받고 싶어 하지.


그러다 자신이 만만하게 보던 창작자 한 명의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을 뺐고 죽인 뒤에 그 작품을 발표해서 인정을 받고, 상업적으로 성공하게 돼. 이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연쇄살인이지."


"이런 무시무시하고 비윤리적인 내용으로 "인공지능 무인공장"에서 만든 프로그램 제품을 광고하는 홍보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도 반응이 좋았던 건가?"

"그게 참으로 재미있었던 것이, 일단 이 내용을 받아본 "커피색 머리"가 굉장히 극찬을 했어. 그다음에 열과 성의를 다해서 다듬었어. 그게 더 업그레이드가 확실히 잘되고 구체적인 작품이 된 거야"


"그래, 그 뛰어난 처자가 대충 퇴고나 교정을 하진 않았겠지. 뛰어난 편집 능력이 적용되었을 거야"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대박이었던 게 그 애의 아버지가 이 작품의 팬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거였어"


그 이야기를 "LOSER17"이 하는 순간 "마스터"는 진실을 알려줄 것인지 말 것인지 잠시간의 딜레마 상태에 빠졌다.


"커피색 머리의 아버지"는 자기 딸이 "LOSER17"을 염가의 노동력으로 쓰게 만들어주길 바랐던 이였다. 그가 사람을 다루는 방식이 평소엔 무시하듯이 내려다보고, 잘하면 팬인 양 구는 것이었다.


"프레마치온"이 이전 구형 버전의 "인공지능 제우스"를 통해서 확인했던 것처럼, "시뮬레이션 게임 시나리오"를 가장 잘만들 수 있는 자는 "LOSER17"였음을 직접 확인했으니 "팬"처럼 굴 수밖에.



이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나리오"를 예제로 해서, 캐치 프레이즈도 "내 손 위의 스튜디오"였던 이 프로그램이 제품의 홍보와 마케팅, 광고가 시작되자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매출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B2B 목적에서 게임 산업의 종사자를 대행으로 한 서비스 및 커뮤니티 관련 행사를 우선적인 수익 모델로 잡고 있었던 "커피색 머리의 아버지"는 각 개인에게 수월하게 프로그램을 깔게 만들고, 부가적인 수익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그러고 나서 아니나 다를까, "프레마치온"이 "커피색 머리의 아버지"가 공동 출자 및 개발 중인 글로벌 게임의 온라인 멀티플렉스의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그램인 "일루미네이션 공원"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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