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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pr 15. 2024

아가일, 찔러 보기

복합적인 스파이물의 성공 요소를 모두 집어넣고 잘 끓인 잡탕 찌개

(사진출처: Rotten Tomato)


개봉 시의 흥행 성적이
너무 저조해서
기대감이 작을 것이라
생각되어서다


이 작품이 애플 TV에서 뜨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었다. "매튜 본" 감독의 전작인 프리퀄 성격의 "킹스맨 3_퍼스트 에이전트"가 아쉬운 흥행으로 끝나긴 했지만 후속 편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후속 편으로 "히틀러"가 나올 분위기만 남기고 시간만 지나던 중에 애플 TV에서 "킹스맨 1.2."의 히어로 "태런 에저턴"을 주연으로 활용한 실화 기반의 "테트리스"가 나와서 이를 꽤 즐겁게 봤다.


감독은 "존 S 베어드"였지만 여러 제작자 중에 "매튜 본"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자칫 심심하게 지나갈 수도 있었던 망해가는 공산국가 "소련"에서 "테트리스"의 라이선스를 따오는 과정이 재밌었다.

(출처: Apple TV+)

부패한 소련의 공산주의가 무너지기 전까지 아직도 사상 감시에 집중된 시스템을 갖고 있는 시대 속에서 당시 소련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만든 "테트리스"의 사용권에 얽힌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자칫 잘못 풀었다간 재미없었을 이념 논쟁을 없애고, 각 국가의 시스템 속에서 자기 이익 밖에 구하지 않는 이와 더 많은 사람의 행복과 연결되는 정당한 사업자 간의 투쟁과 우정을 그려내서 재밌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본 이야기를 쓸 수도 있었으련만, 그동안 다른 작품도 물론 띄엄띄엄 봐 왔지만, 어제 늦은 밤 뜬 눈으로 재미있게 본 "아가일"에 대해서 쓰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트리스"는 "애플 TV"에서만 공개한 작품이었지만, "아가일"은 개봉 이후에 "애플 TV"에 다시 공개된 작품이다. 개봉 시의 흥행 성적이 너무 저조해서 기대감이 작을 것이라 생각되어서다.



"매튜 본" 감독이 자신의 장기에 맞춰서 형식적이고도 미학적으로 잘 꾸며진 미장센과 더불어 시선을 떼기가 어렵도록 풍부한 재미를 담아서 "킬링 타임용"으로 보기에 무방한 작품을 내놨다.


그런데 극장에서 개봉되었지만 그렇게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흥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나처럼 "애플 TV"를 한시적으로 무료로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개봉작인 "아가일"이 극장에 걸려 있는 동안 이미 앱에서 곧 뜰 거라는 내용이 앱을 열 때마다 나오고 있는데 극장에 갈 마음이 안 들 거다.


당연히 드라마 시리즈물 한두 개 정도 보면서 넉넉히 기다리면 어느새 앱에서 볼 수 있을 텐데, 그새를 못 참고 티켓값을 지불하기에는 "매튜 본"의 액션을 꼭 극장에서 봐야만 한다는 인식은 통상 없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이 특별히 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저조하게 보일 정도인 것은 아마도 이런 상황이 겹쳐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몇 가지 선입견을 버리면 괜찮게 볼 수 있는데도.


1. 보기 전에 버려야 할 선입견

 1) 고양이가 꽤 많은 역할을 할 것처럼 나오는데 아동 취향 같다(X)

 2) 여주인공이 "플러스 배우" 수준이라 매력적이기 어려워 보인다(X)

2. 아가일, 찔러 보기  

 


"쥬라기 월드"에서 주연을 맡아 왔고,
수많은 흥행작에서 뛰어난 외모와 연기를
펼쳐온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다


1. 보기 전에 버려야 할 선입견

1) 고양이가 꽤 많은 역할을 할 것처럼 나오는데 아동 취향 같다(X)

영화를 본 사람만이 왜 고양이를 중요한 등장 캐릭터인 것처럼 강조했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리 재단해야할 캐릭터가 아니다.


커다란 반전이랄 수 있는 "아가일" 스파이 소설 작가 "엘리 콘웨이"의 정체를 숨기는 장치다. 후반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긴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것이다.

(출처: The Montclarion)

극의 중후반으로 가면서 "엘리"는 초반의 연기로는 예상하기 어렵게 만든 그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놀라움을 남기는데, "고양이"를 아끼는 모습이 없다면 놀라움이 확실히 덜해질 수밖에 없었다.


2) 여주인공이 "플러스 배우" 수준이라 매력적이기 어려워 보인다(X)

"엘리"를 연기한 여배우는 "쥬라기 월드"에서 주연을 맡아 왔고, 수많은 흥행작에서 뛰어난 외모와 연기를 펼쳐온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다.

(출처: Page Six)

그가 극 중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스파이 소설 작가역에 맡게 체급을 올려서 작품에 맞는 외모를 만들었고, 증량을 위한 분장도 같이 했을 것으로 보였다. 상대역의 가냘픈 "샘 록웰"과 잘 맞아 보였다.


또한 강력하고도 화려한 액션을 보다 현실감이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 가냘프지 않은 덩치를 지닌 여배우가 이 작품에서는 꼭 필요해 보였다. "피겨 스케이팅" 액션에서도 발군의 파워를 보여줬다.



복잡한 머리를 비워주고
순수하게 영화적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이 작품의 미덕을
좋게 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 아가일, 찔러 보기

얼핏 뒤죽박죽의 스토리를 지닌 이 영화는 일단 보게 되면 시선을 뗄 수가 없는 상태로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는 대단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입소문이 좋게 나지 않아서 흥행이 저조했다고 본다.


감독 "매튜 본"의 위상에 맞게 화려한 캐스팅의 지원을 받아서 이제는 DCEU에서 떠난 왕년의 슈퍼맨인 "헨리 카빌"이 주인공이 쓴 소설 "아가일"의 주인공 역할을 맡아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나온다.


(출처: IndieWire)


"아가일"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나오는 배우도 DCEU 개봉 영화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해당 드라마에서 악당과 히어로를 오가는 "피스 메이커"역의 프로레슬러 출신 배우 "존 시나"로 인상적이다.

(출처: Wikipedia)


여기에 뛰어난 영국 가수이자 아이돌인 "두아 리파"가 단역이긴 하지만 뚜렷한 매력을 남기는 소설 속의 배신자 악당인 "르그랑지"로 등장해서 초반에 신선함과 더불어 눈에 띄는 장면을 남겨주었다.

(출처: BroBible)


이렇게 뛰어난 비주얼의 배우가 등장하는 화려한 소설 속의 환상적인 장면과 대비가 되는 현실 속의 실제의 전설적인 스파이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가냘픈 외모를 상쇄하는 매력을 지닌 "샘 록웰"이다.

(출처: KPBS)


스파이 소설의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오랜 세월 유명세를 누리면서 제대로 살아오고, 언론에도 잘 알려진 이가 갑작스럽게 자신이 만들어 출판한 스토리에 나오는 이야기가 실제 벌어진 것을 그대로 적어낸 것이어서 추격을 당하게 된다는 스토리의 착상부터가 괜찮았다.


조금 SF적으로 풀자면 "바닐라 스카이"처럼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한 채로 가상현실 세계 속의 인간이었다는 스토리로 가면서 김이 새버린 스토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지만 개연성 있는 쪽으로 풀었다.


조금씩 베일을 벗겨가기보단 충격적으로 각각의 사건과 액션씬, 중요한 인물과의 대면신을 예상치 못하는 타이밍에 넣어서, '이거 참 스토리가 뻔하게 가는구먼'이란 생각이 날 때마다 알람을 줬다.


다만, "매튜 본"의 병맛스러운 액션이 보다 매력적으로 변하기 위해서 있어야 할 어느 정도 수준의 잔인함이 버무려진 "고어물" 수준의 화면은 12세 이상 관람가인 관계로 나오지 않는다.


연령의 수위를 낮춰서 관객층의 외연을 확장시켜 보다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고양이 알피"를 중요한 캐릭터로 조명받도록 했다.


하지만 "샤무엘 리로이 잭슨"을 CIA의 전국장으로 등장시켜 "알피"가 "알프레드 솔로몬"이란 그의 이름의 약어임을 보여주는 장면은 솔직히 좀 별로였다.

(출처: Yahoo Finance)


"고양이"의 이미지와 "샤무엘" 간에 대중적으로 결합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MCU에서 "닉퓨리"가 "고양이 생김새"를 가진 외계 생명체 "구스"와 벌이는 여러 장면 때문이다.

(출처: Digital Spy)


그래서 캐스팅했다고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해질 정도다. 더구나 그의 연기만이 너무 평범하고 단선적이기 그지없어서, 이 유명한 배우를 왜 이렇게 싸구려처럼 써먹지란 생각이 든다. 카메오 수준이다.


스토리의 신선함과 반전을 중심으로 작품을 평가하자면 떨어지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미지와 장면 각각의 독창성 등을 중심으로 보자면 꽤 볼만한 부분이 많고 칭찬할만한 작품이다.


평론가 수준에 이를 정도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이들로부터의 평가가 오히려 더 좋은 이 작품의 장점은 복잡한 스토리와 반전을 떠나서 유쾌하기 그지없는 여러 장면이 복잡한 머리를 비워주고 순수하게 영화적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이 작품의 미덕이다.


물론, 나는 그런 수준에 이른 사람이 아니지만, 최근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즌 1.2"를 보면서 위대한 영웅을 다루는 세세하고 치밀함으로 범벅이 된 스토리를 열심히 경험하다 보니 시원한 바람을 쐬러 차 창문을 연 뒤에 기대한 대로 상쾌함이 밀려 들어왔기에 호평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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