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F 흥행작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재림
예고편을 눌러서 본바,
"스타워즈"와 "듄"에 영향을 끼친
원작이라는 카피가 관심을
성공적으로 자극해서다
이른바 X세대를 전후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쉽게 잊어버릴 수 없는 SF 작가의 이름이 여럿 있을 수 있다. 좀 더 어린 시절로 내 기억의 시점을 옮기다 보면 떠오르는 이름이 "아이작 아시모프"다.
심지어 10살인 우리 아이도 이 작가의 이름은 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니 "로봇 3원칙"을 만든 사람이 이 사람인 것은 거의 모든 아이가 알고 있다고 한다. AI 광풍 전에 이미 원칙을 내놨다.
SF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쓸 생각까지 하는 이유는 미래에 벌어질 일들이 항상 수십 년 전에 먼저 예언이라도 하듯이 이 같은 SF 작가의 작품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근래 "듄 파트 2"를 봤지만 왜 "파운데이션"이 찔러보기의 대상이 되었냐 하면, 예고편을 눌러서 본바, "스타워즈"와 "듄"에 영향을 끼친 원작이라는 카피가 관심을 성공적으로 자극해서다.
1940년대부터 SF 소설을 쓰면서 "철학"을 제외한 주요 카테고리에 500편 가까운 서적을 썼고 SF 소설을 통해서만 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인정받는 "르네상스맨"이다.
"듄"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카피가 당연한 것은 "듄"이 1965년도에야 쓰인 소설에다 세력 구분 방식과 로봇 관련 역사가 유사하다. "스타워즈"가 "듄"을 참고한 영화라 영향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듄"이 담고 있는 원작의 주제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가진 세계관과는 반대 방향이라고 할만하다. 이 시대에 황량하고 현실적이기 그지없는 "듄"이 오히려 더 세련되어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그만큼 시대에 맞게
작품을 변형해야 할 필요가
컸다는 이야기다
"아이작"의 "강철동굴"과 여러 단편을 봤던 기억은 남아 있지만, 방대한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단 한 번도 읽어봤던 적이 없었다. 그 때문에 애플 TV에서 보게 된 이 작품의 시즌 1이 신선해 보였다.
원작은 훨씬 더 과학적인 사변과 공간 이동을 최소화 한 채로 인물들의 대사와 역사 설명 등이 그 예전 시대에서 통했던 만큼 방대하고 길어서 이 드라마 작품과 많이 다르다.
원작을 본 독자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도 한다. 1943년에 첫 출판된 원작과 비교했을 때 드라마가 많이 달라졌다면, 그만큼 시대에 맞게 작품을 변형해야 할 필요가 컸다는 이야기다.
"듄"도 1965년 출판된 작품을 읽다 보면 두드러기가 나고 진도가 잘 안 나간다. 하지만 "드니 빌뇌브"의 "듄 파트 1과 파트 2"라면 시간만 난다면 여러 번 보고 싶을 정도로 시대에 맞게 재밌다.
결국 "파운데이션"은 감독인 "데이비스 S 고이어"와 연출의 "루퍼트 샌더스"같은 여러 에피소드에 참여한 다양한 스태프와 창작자의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이들이 자칫 진부할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80년 동안 여러 SF 극화에서 뜯어먹었을 "아이작"의 아이디어가 신선한 영상과 스토리로 대체되어 등장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1. 보기 전에 버려야 할 선입견
1) 이 시대가 생각하는 미래 기술과 비교해서 촌스러울 것이다(X)
2) PC 고려해서 주요 캐릭터를 흑인 여자로 바꾼 탓에 불균형이 있을 것이다(X)
3) 방대한 작품이므로 전개가 느리고 세부 스토리가 복잡할 것이다(X)
2. 파운데이션, 찔러 보기
이미 나타나버렸거나 기존의 SF극화에서
그려진 기술을 생략해서겠지만,
신선하기 이를 데 없다
1. 보기 전에 버려야 할 선입견
1) 이 시대가 생각하는 미래 기술과 비교해서 촌스러울 것이다(X)
사실 "아이작"의 SF 장편소설 중에 유일하게 읽었다는 기억이 있는 장편은 앞 서 말한 "강철동굴"이다. 그 작품을 봤던 때가 어언 40년 전인데도 지금까지 그 상상력이 그린 내용까지 아직 가닿지 못하고 있다.
지구 인구가 너무 많아지면서 우주에 콜로니 개념의 커다란 거주지를 세워서 이곳에서 사람이 살도록 만든다는 내용은 아직 인류에겐 발걸음 수준으로 "우주정거장"을 지으면서 조금 더 나갔을 뿐이다.
"파운데이션" 드라마에서 그리는 아주 멀고도 먼 미래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기술은, 제작진이 이미 나타나버렸거나 기존의 SF극화에서 그려진 기술을 생략해서겠지만, 신선하기 이를 데 없다.
거대 은하제국을 하나의 유전 왕조가 계속 지배하도록 최초 1대 "클레온"의 DNA를 복제해서 "브라더 돈(~청소년)"이 수습, "브라더 데이(~장년)"로 황제, "브라더 더스크(~노년)"로 보조, 3인을 즉위시켜 통치한다.
극 중 가장 발달되고 집중화되어 있는 문명이 있는 제국의 수도인 "트렌터"에서 이 3인조의 지배 그룹이 통치하며, 최근 400년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이것을 영속하게끔 하기 위해 철권통치를 한다.
더 치밀한 부분은 이미 이 3명이 유사시에 죽거나 다치거나 병들 경우 이를 대체할 3명 각각의 클론이 실시간적으로 기억을 백업하며 준비하고 있고, "클레온 1세"의 몸도 DNA 추출 위해 보관 중이다.
이 왕조를 보필하면서 수만 년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기계 생명체"인 "에토 데마즐"은 "클레온 왕조"에 충성을 다하는 "사이킥"처럼 보이지만 숨은 영향력을 가진 "참모"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2) PC 고려해서 주요 캐릭터를 흑인 여자로 바꾼 탓에 불균형이 있을 것이다(X)
유전 왕조에 대항해서 일어난 과학자와 기술자 등의 전문가 집단을 통칭해서 "파운데이션"이라고 부르며, 이 조직이자 광대한 우주에서 제국에 맞선 또 하나의 강력한 저항 세력의 수장은 "수학자"다.
실제의 세계에서 "수학자"는 권력자나 지도자가 되기보다는 현실과 유리된 "수학"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거나 "과학자"나 "금융가"에게 고급 계산을 제공하는 존재지만 여기선 달랐다.
이렇게 실제의 세계와 이미 다른 개념의 주인공이 있는 "슈퍼 이과 그룹"에 속한 2명의 주인공인 "가알 도닉"과 그의 "딸"이 원작의 백인 남성에서 각각 흑인 여성으로 바뀐 것은 원작을 보지 못한 내겐 큰 불균형을 가져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극 중 딸이 엄마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게 이상할 뿐이다.
"가알"의 또한 뛰어난 수학 천재이면서도 직감적으로 미래를 예지 하는 능력은 딸인 "샐버"에게도 유전되어 영향을 끼치며, 각각의 독특한 존재감을 가진 여배우를 적절하게 캐스팅한 것으로 보였다.
3) 방대한 작품이므로 전개가 느리고 세부 스토리가 복잡할 것이다(X)
시즌 1의 10화를 모두 보면서 이 작품이 전개가 느리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아이폰의 앱으로 2배속으로 보면서 맥북과 스마트 티브이로 에어 플레이해서 본 것이 그런 속도감을 낸 것도 있다.
하지만, SF영화의 스토리와 영상의 발달에 영향을 받으면서 드라마작품답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미니어처 등의 특별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에 과도하리라고 느낄 만큼 투자했음을 바로 알게 될 정도다.
1화와 2화 제작에만 1,000억 원 이상을 들였다고 하며, 이런 투자 때문인지 각 화를 구성하는 화려한 장면이 나타날 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크게 느끼지 못하게 될 정도다.
예상을 벗어나는 특별한 전개가 거의 매편 나오고 있고, 실제 원작에서 나왔을만한 여러 단어나 기술적인 용어 등의 복잡한 디테일을 최대한 편집하고 생략해서 전개를 빠르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2. 파운데이션, 찔러 보기
어떤 시대가 되었던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독립적인 삶, 우리 각자가 되고자 하는 우리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억압되거나 금지되지 않는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 종종 문학의 목표다.
SF 소설이 최고의 영예로 주어진다는 "휴고상"을 수상할 때는 그런 문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통적인 주제에 대해서 좀 더 새롭고 완전한 내용이 나왔을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작품에서 원작은 분명히 1943년의 첫 출판 시기를 전후해서 벌어진 세계의 전쟁과 나치를 포함한 주축국과 연합국, 소련을 포함한 공산국가와 자유민주주의 진영, 자본주의이자 제국주의 국가와 기타 식민국가 등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서로 투쟁하고 죽이는 잔인한 세계의 모습을 담았을 것이다.
이 드라마도 인류가 각각의 진영으로 이합집산 나뉘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기도 하고 반대의 일도 벌어지는 우여곡절이 판치는 세계의 모습을 그 시대완 다른 방식으로 잘 담았고, 그같이 인류가 자유를 얻기 위한 궤도에서 어떤 어려움을 만나 극복할 것인가의 예제를 잘 만들었다.
"파운데이션"의 창립자이자 "심리역사학"을 창시한 "해리 셀던"과 "제국"의 황제인 "브라더 데이" 2인의 라이벌 구도로만 그려갔다면 아마도 이를 보는 독자와 관객, 시청자는 지금 시대엔 지칠 거다.
하지만, 위대한 수학자인 "해리 셀던"이 들고 나온 "심리역사학"에서 나온 계산으로 "제국"에 변화가 없다면 망할 것이다라는 "예언"을 하는 부분까지는 그대로 원작을 참고했지만 다르게 흘렀다.
이 예언을 둘러싼 "결정론적"인 움직임에 예상도 못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비결정론적"인 움직임이 끼어들며 계산된 "예언"이 변형된 채 극이 전개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칠 새가 없이 보게 된다.
지침 없이 이렇게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황에서도 "인류"가 "제국의 압제"를 넘어서서 "자유"를 찾는 경로를 잘 찾아갈 것인지가 계속 궁금하기 때문에 다음화를 자꾸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국"이 자신의 세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주변의 연합해서는 큰 적이 될 "아트레이온"과 "테스피스" 행성을 이간질시켜서 철천지 원수로 만든 내용이 나오면서 "병법"도 언급되는 느낌이 왔다.
스파이 극 못지않게 "브라더" 3인이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고, 원작에는 없지만 추가된 막내인 "던"이 저항 세력의 덫에 빠진 탓에 "에토 데머즐"에게 생명을 잃는 내용도 드라이하게 나온다.
미래에 대한 순진한 시선으로 세상을 살려고 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위협적인 신호를 계속 주면서도 작가가 1992년까지 50여 년간 집필하면서 끈기 있게 담아왔던 세계에 대한 비관과 낙관을 오가며 지우지 않아 온 희망이 알게 모르게 숨 쉬고 있는 원작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가장 앞 서 나아가서 상상하면서 그것을 죽기 직전까지도 글로 써서 남겼던 그의 멈춤이 없었던 열정과 더불어 퇴고를 거의 하지 않고 매편 작성해서 출간했다는 원작자의 천재성을 생각하자면 현재 시즌 1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시즌 2를 볼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오랜 시간 단편과 더불어 장편소설을 쓴다면 때로 그 같은 작가는 이전에 썼던 작품과 연결이 되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을 생의 후반에 다시 쓰게 되기도 한다의 중요한 예제로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