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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Sep 07. 2024

스탠 리(다큐), 돌려 보기

마블 코믹스 역사의 창조자 스탠 리의 100년을 돌아보다

(사진 출처: The Economic Times)


2018년에 돌아가실 때 나이가 95세로, 마블 코믹스의 100년 역사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작가이자 편집장, 경영자, 마케팅/홍보인, 명예 회장까지 최하단부의 적은 급여의 수습 작가로부터 시작해서 최고까지 올라갔다. 마블의 명예 회장으로 MCU 작품 다수에 카메오 출연했다.  


(출처: Raddit)


"마블 코믹스"와 연관된 영화가 만들어지기만 하면 적잖이 카메오로 등장하면서 짧은 대사만 남기고 사라지면서 단편적인 영상만 점점이 뿌린 존재다 보니 이 분의 진가를 알아차리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2023년 6월에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 그의 마블 연대기를 그린 다큐가 있어 보고 진가를 알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를 1940년부터 작화를 지원하는 일을 하다가 이후에는 "판타스틱 포, 헐크, 스파이더맨, 토르,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엑스맨, 어벤저스"의 원작을 썼으며, 그 외의 작품에도 공동 원작자가 되거나 편집자나 감독, 제작자의 개념으로 참여해 왔다.


(출처: Marvel)


그래서 "마블 히어로물"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가방끈이 길고 좋은 학교를 나와서 경영부터 시작한 케이스가 아니라 직접 가난한 수습부터 시작해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듯이 여럿의 작가와 기타 어시스턴트들과 분업 형태로 작업을 해서 하루하루 만화를 뽑아내면서 시작한 케이스다.


자신의 신념은 "히어로"라고 해서 일상인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면서 전혀 다른 고민과 삶을 꾸려가면서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닌 실제로 우리와 같이 살아가면서 유사한 고민을 하는 존재로 그림으로써 공감이 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당시의 히어로를 만드는 이와 달랐던 점이었다.


아직 유명세를 크게 타지 못했을 때, 틴에이저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을 구상해서 회사에 아이디어를 제공했지만 거절당했었고, 한 만화 매거진의 마지막호에 간신히 끼워 넣어서 출판했을 때 반응이 괜찮자 반대했던 이가 태세전환을 하고 자기가 동의한 아이디어라며 밀어주면서 유명세가 시작되었다.


지금의 시대에서야 그 같은 변화가 모두 반영되어 평범한 것이 되었지만 그 시대에 있어서 그도 자신의 밥벌이를 하면서 무서운 상사나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자신의 의지와 아이디어를 누르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길을 택하는 평범한 월급쟁이의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출처: D23)


그 이후에도 그가 추구했던 것은 인종이나 성별의 차별을 벗어난 다양성의 범위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디즈니" 등의 거대 미디어 회사가 특별히 선구적으로 더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훨씬 오래전부터 이 같은 노력을 펼쳐온 회사가 "자신"의 신념과 결부되어 작화가 이뤄진 "마블"이라 한다.


물론, 이것은 코믹스의 판매부수를 늘리고 더 많은 코믹스의 팬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잘 선택한 길이었을 수 있다. 추후 돌아가시기 직전에 여성에 대한 성희롱 등으로 인해서 고인이 혐의 제기도 받았던 바 온전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상주의자적인 면모보단 현실주의자의 전략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부인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 그 두 부부의 모습은 그냥 영상에서 연기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만난 남자 중에 최고의 남자라는 이야기를 부인이 남겼기에 분명히 "스탠 리"는 가정에도 충실한 이였을 거란 느낌을 강하게 남긴다.


자신이 비록 도덕적으로 온전한 인물은 아닐 수 있다는 자성을 깔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품에서는 다양성을 포함한 여러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를 반영코자 했다는 내용이 신뢰가 가는 이야기로 들려왔다.


물론, 마블이 점점 성장하고 규모가 확대되면서 그가 젊은 시절에 했던 작화나 아이디어의 반영 등이 전적으로 그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고, 작가의 창작권이 향상됨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사고와 캐릭터성, 다른 윤리적 기준을 가진 작품이 다량으로 만들어졌긴 했어도.


자신이 작화에 관여하던 시절에 스토리를 제공하면 만화를 그렸던 "잭 커비"와 "스티브 딧코" 등의 원화 작가의 위대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스토리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자신의 창작능력이 더 주요했다고 설명하는 "스탠 리"의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 과연 누가 더 창작에 기여했는가에 대한 논쟁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사실을 더 잘 알게 만들어 주어서 유익했다.


(출처: Raddit)


물론, 그 원화 작가들의 능력은 중요했었고, "스탠 리"가 그들이 떠난 뒤에도 다른 원화 작가를 픽업하면 다시 만들 수 있는 작품을 좀 잘 만든다고 창작의 대부분을 자신이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엔 어폐가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 자신이 지시한 바가 다를 경우에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는 기억을 더듬어서 제대로 인정하는 이야기도 나와서 균형감을 보여준다.


그의 인생역정 중에 주로 마블에 관련된 내용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외의 다른 인생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살아갔는가에 대해서는 궁금증만 남게 될 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그의 정정한 목소리로 남은 한 대학교에서의 강연은 여운을 남기면서 그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해서 좋았다.


온전한 기억은 아니지만 내가 듣고 이해한 그 이야기는 아래와 같았다.


"여러분에게 유용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정리해 보니 25장 정도가 나왔어요. 그런데 그걸 들고 와서 읽게 된다면 그게 여러분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찢어 버렸어요. 지금 그래서 아무 준비 없이 그저 바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살아보면 떠오르는 자기 자신만의 상상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을 거예요. 누군가는 그것을 비웃을지도 모르고 그 아이디어대로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을 접어 버리고 살아가기보다는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제 하는 것으로 만들려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노력을 하는 것이 결국에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랬을 때 여러분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고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일을 할 때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결국에는 그걸 이루어낼 수 있어요. 높고도 더 높이 말이예요(Excelsior)!"




이런 식의 연설이었다. 아주 평범하고 어쩌면 코믹스의 한 장에서 히어로가 연단에서 청중을 향해 이야기하는 한컷의 장면에 불과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그런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 말이 가진 설득력의 수준은 매우 높다. 그 안에 진정한 히어로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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