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역작이었으나 역사적 센스가 부족했던 작품을 돌아보다
"이터널스"란 작품을 아주 잘 만든 작품이라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을 본 덕에 "올레 티브이"의 지금은 사라진 영화 소개 프로그램인 "본자들"에 패널로 나가게 되었지만 영광은 아니었다.
왜냐면 "클로이 자오 감독"의 아시아 역사에 대한 모자란 지식과 센스 때문에 최소한 "일본"에게 역사적으로 침탈당하고 인종 말살을 당할 뻔했던 국가가 여럿 있었음에도 핵폭탄으로 "일본만“이 대단한 인종 말살을 당할 뻔했던 비극을 맞았던 국가로 그려진 것이 아주 아쉬운 이 작품의 패착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 언론에 나와서 개봉 당시에 한마디 홍보의 말을 해야 했던 이들은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신변에 닥쳐올 수도 있는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클로이 자오"는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이탈리아만 악역을 했던 것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각본가가 일본계로서 자국 중심주의자였던 것이고?
아마도 원래 패널로 부르고자 했던 나름 미디어와 어울리는 이가 자신의 이미지에 타격이 생길 것 같아 갑자기 출연을 고사해서 나 같은 무명에게 기회가 왔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점을 통렬하게 이야기하고 나서 그것만 빼고 나면 나머지는 볼만하다는 정도로 이야길 할 걸'하고 후회했다.
그것이 어쩌면 취미로 써온 글쓰기가 나를 미디어에 출연하게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론 유료로 영화를 광고하는 글을 한편 정도 쓴 것 외엔 비슷한 요청이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본업에서 벗어난 다른 곳에서 어슬렁거릴뻔한 함정을 가까스로 피해서다.
이 작품의 "메이킹 필름"이 있었을 것이다. 그걸 봐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바 보고 싶어졌다. "이터널스"가 개봉한 다음 해 나온 디즈니 플러스 작품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본격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오고 문제가 되었던 일본인 각본가도 많은 말을 하며 등장했으며, "마동석"을 포함한 출연 배우의 대사와 "케빈 파이기"의 기획 의도, 수많은 스태프의 발언, 다른 히어로물과 비교해서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였던 미장센과 의상 얘기가 흥미로웠다.
당시 제대로 기대했던 만큼의 흥행을 개봉 연도에는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었기 때문에 OTT로 스트리밍을 할 때는 제대로 시청률을 올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동기가 잘 드러났다.
당시에 적잖은 글로벌 관객이 논점화 시키고 지적했던 일본에 핵폭탄이 떨어진 장면을 인종말살 시도라고 해석하고, 극 중에 가장 친 인간적인 히어로이자 기술자인 "파스토스"가 (흑인에 게이로 나오면서) 핵이 떨어진 일본의 폐허에서 자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기술의 폐해에 슬퍼하는 장면을 잠깐 스쳐가는 장면으로 최소화하여 이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장치로 의미를 축소했다.
그 자체가 당시 제작에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와 "케빈 파이기"가 그 장면 때문에 크게 손상을 입은 실책을 떠올리고 실패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소 경박하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일본계 미국인 각본가 Kaz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면에서 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되었던 장면에 대한 변명이나 묘사 등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장면을 통편집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던 것이 "디즈니"였다.
이것을 제대로 알고서 보다 보니 이 영화를 자화자찬하기 위해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조금씩 뒤로 가면서 점점 힘을 잃어간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지휘한 과학자 그룹에 의해서 만들어진 핵폭탄이 두 번 일본을 강타한 뒤에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번 했다. "손에 피가 묻어있다"라고.
그러나 그 피가 "오펜하이머" 손에 묻게 만든 것은 미국을 선제공격으로 쳐서 수천 명에게 먼저 피를 보게 한 군국주의 하의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민간인 군인 가리지 않고 2차 대전 기간 중에 일본이 죽인 다른 국가 국민은 특정 기간 동안에는 하루 만 명 꼴이었다고 한다.
일본군이 난징에서 10만인지 40만인지 학살했다는 이야기를 하루키가 자기 소설에서 언급했다고 일본 우익 정치인이 발끈해서 반박하더라도 그 같은 발언을 취소하게끔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서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영화지만 메이킹 필름에서는 호기롭게 영화를 만들기 전에 800페이지가 넘어가는 자료를 읽었고, 마블 코믹스의 긴 역사를 되돌아가서 오래전에 히트했던 "이터널스" 시리즈의 비주얼과 스토리 등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어떤 MCU 히어로물에서도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인종적이고도 젠더적이고, 장애인까지 포함한 다양성을 포용하고 보여주기 위한 노력에 성공했으며 배우 모두가 가족처럼 연결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 장면을 담는 비중을 높였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서 "클로이 자오"의 자질과 열정적인 창조력, 세심함,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살피고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초인에 가까운 재능과 능력을 강조하는 내용도 많이 나왔다.
경우에 안 맞는 자화자찬이 매우 많이 나오고 있는 것에 일면 당황하게 되면서도 그래도 후반부 말미에는 개봉 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못해서 나온 일본에 핵투하한 장면에 대한 처리에 생각이 부족했음을 사과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나오지 않아, 이것에 대해서 실망했다.
아무리 자화자찬하고 싶다고 해도, 여기에 더해서 개봉시점이 코로나 판데믹과 더불어 있었다는 변명을 떠나서 인류 역사를 제대로 복기하지 못한 탓에 영화의 흥행에 커다란 손상을 맞았다는 것을 제작진은 제대로 깨닫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어야만 했다.
"이터널스"의 2부가 만들어진다는 계획은 현재로서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메이킹 필름의 초반부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매력으로 복잡성과 연결성이 언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시점에 그렇게 만들었던 작품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숨을 고르고 될 작품만 띄엄띄엄 만들어서다.
안타깝게도 그 패착만 아니었어도 흥행은 2~30%는 더 높았을 것이고, 2편은 벌써 나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연결성이 확보되지 않았던 것이 당시 약점으로 지적되었지만 이젠 이것이 오히려 시리즈 생명력을 다시 살려볼 장점으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메이킹 필름을 통해서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 것은 하나하나의 장면을 빗어내고 스토리를 만들고 배우를 선정하고 옷을 만들며 세트를 완성하는 여러 과정에 굉장히 밀도 높은 사유가 적용되고 있었고 수많은 이의 노고가 깃들여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야심이 그전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던 종합적이고도 전체적인 마블 코믹스 히어로의 유래가 될 수 있는 신화적인 세계관을 부활시키고 새로운 연결성을 추구하여 더 폭발적인 흥행을 기대하는 높은 수준에 올려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니 그만큼 아쉬움이 더 커지게 되었다.
아마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여기에 대해서 일체의 언급을 하고자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후의 그의 작품이 더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과거에 반중 발언을 한 것 때문에 중국 내 개봉이 어려운 감독이 된 것과 "이터널스"에서 일본 원폭을 일본 관점에서 묘사한 것이다.
반중 발언은 그래도 양심선언이나 현 중국 정부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촉구하는 나름의 선의를 가진 행위로 옹호가 가능할 것 같지만, 현 일본 우익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촬영된 "이터널스"내의 원폭에 대한 묘사에는 안타깝게도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인류에 대한 배려가 없다.
뛰어난 감독으로 인정받는 만큼 더더욱 그것을 자신의 실책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정말로 다양성을 추구해서 인정받는 것이 "케빈 파이기 사단"의 목적이라면 그 다양성에는 일본으로부터 과거 커다란 피해를 받은 수많은 국가의 과거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배려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실책은 "미즈 마블"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한 때 같은 "인도"였지만 종교 등의 이유로 갈라져 서로 다른 문화와 다른 국민성을 가진 존재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무시하고 다시 하나의 인도가 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파키스탄"의 입장을 "인도"의 관점에서 왜곡하는 것에서도 언뜻 드러났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인류의 행복의 증대보다는 어디까지나 시청률과 흥행을 올리는 것에 더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가끔 그런 실책이 발생할 때 느끼게 되는 것이긴 하나 인정할 수 있다. 상업 미디어 회사가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 맞다고 생각하고 추구해야만 할 목적이자 공익이 있긴 하니까.
그러나 일본의 관점에서 보는 원폭 피해에 대한 관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상업 미디어 회사의 판단으로서도 썩 현명해 보이진 않는다. 아시아에 일본으로부터 수탈당하고 죽임 당하고 괴롭힘 당했던 국가들이 "디즈니"로부터 고개를 돌리면 일본 전체 인구보다 훨씬 큰 시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