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게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는 종류의 코믹 액션 작품
여러 배우와 감독의 팬이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특정 배우 하나에만 꽂히거나 감독 하나의 작품만 죽자고 달려 들어서 보는 종류의 팬이 되어본 적이 거의 없다. "잭 스나이더" 정도가 예외다.
아주 어렸을 때, 퇴폐미로 가득했던 "미키 루크"를 영웅시하며 좋아하고 계속해서 히트작을 양산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광팬이었던 적이 있기는 했지만 배우의 추락과 감독의 유명세의 하락을 봐왔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 배우와 감독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경험하다 보니 어떤 분야에서 특출하게 잘한다고 평가하는 쪽으로 팬심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사회가 분화하듯 영화도 그러니까.
내게 "스턴트맨"이라는 영화는 다름 아닌 분화되는 배우와 감독의 교차점에서 이루어진 작품이었고, 보는 내내 이 유치 찬란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깐 작품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힘들 정도임을 알게 됐다.
"라이언 고슬링"은 물론 블록버스터에서 종종 목격하게 되는 배우다. 그의 대표작은 우울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도 얇게 희망을 깔고 있는 "드라이브"다. 그 작품의 그가 다른 작품 연기의 원형이 된다.
"라라랜드"에서는 해피앤딩으로 가지 않는 첫사랑이 무너진 내용을 담은 작품이지만 그가 나옴으로 해서 무언가 격이 좀 더 있고, 불행의 냄새를 태생부터 갖고 있는 멜랑꼴리함이 작품 수준을 높였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태생 자체가 불행한 존재로 나오고 구원이 자신이 "인간"과 "인조인간인 레플리컨트" 사이에 태어난 첫 "인간"이 아닌 것이 밝혀지는 중에 그 대신 희생하여 죽는 쓸쓸함을 보여주면서도 신파 같은 느낌 하나 안 들지만 둔중하게 사라지지 않는 슬픔을 남겼다.
"그레이맨"처럼 "넷플릭스"가 거대한 비용을 들여 찍은 작품에서 그의 설정은 우울한 태생이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날아갈 듯이 가벼운 작품에 그만이 줄 수 있는 무게감을 선사했다.
우울한 배경과 태생을 갖고 살아가는 다소 우울한 인생에 속해 있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과 사랑을 만나고 자신의 희생으로 그 사랑을 표현하는 패턴의 대명사가 되었다.
"스턴트맨"에 "라이언 고슬링"이 딱 적합한 배역일 수 있는 것은 극 내부에서도 대화로 나온다. 배우를 대신해서 온갖 어렵고 위험한 일을 대신하지만 "위대한 스턴트맨상 같은 것은 없다." 운명처럼.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작품이지만 제작사 중의 하나로 이름을 올린 것이 "데이비드 리치 필름"이다. 그렇다 그 감독이다. "존 윅"시리즈에 "채드 스타헬스키"와 공동 감독으로 참여하여 더 유명해졌다.
그가 최고 수준의 액션 영화감독이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게 만들었던 작품은 "샤를리즈 테론"이 여전사로 확실하게 나온 "아토믹 블론드"이고 이 작품을 평할 때 그의 능력을 극찬했던 바가 있다.
그 이후에도 스토리는 정말 막 만든 것 같고 엉망진창 같지만 액션의 화려함과 풍부함 때문에 작품 자체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던 "데드풀 2"와 외전이면서도 성공한"분노의 질주:홉스 앤 쇼"가 그의 작품으로써 "제이슨 스타뎀(쇼)"과 "드웨인 존슨(홉스)"의 액션을 조화롭고도 폭발적으로 만들어냈다.
아직 보지 않았지만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불릿 트레인"도 그가 감독으로서 만들어낸 화려함과 긴장감이 언뜻언뜻 보는 유튜브 등의 짧은 영상이나 스쳐가는 여러 매체에서 드러나고 있다.
"에밀리 블런트"는 다양한 배역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소화해 낸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이지만 "여전사 히로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주요하게 대중에게 각인된 여배우 중에 하나다.
"엣지 오브 투마로우"에서의 계속 죽지 않으면서 외계인과 벌이는 전쟁에서 지구 군인의 영웅적인 여전사로 계속 그려졌던 그 모습의 잔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대중에게 각인되었고, 이로 인해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에서 후반부에 위협당하는 모습 전까진 강력한 여경찰 역할을 소화했다.
"오펜하이머"에서 작중 주인공의 부인인 "키티"로 나와서 불안한 정신 상태를 지니고 있지만 공산주의자 전적을 지닌 여자와 바람까지 피운 것을 적나라하게 법정과도 같은 비밀 청문회에서 공박당하는 남편 "오펜하이머"의 뺨을 때려 정신 차리게 만들고 법정에서 제대로 대응하는 연기를 했다.
이 세 명이 한 작품에 같이 만났다면 그 작품의 수준은 결코 떨어짐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 내려졌고 과연 보자마자 탄성이 일어날 정도로 내 생각이 들어맞았다.
물론 웹을 뒤져보니 내 취향과는 달리 흥행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영화팬이야 이 작품이 감독 본인조차 스턴트맨 출신인 관계로 영화계 속의 존재감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스턴트맨"에게 헌사하는 작품임을 잘 알 수 있고, 영화의 타이틀롤이 내려가면서 나오는 영상에 이 작품 "스턴트맨"을 만드는데 참여한 여러 "스턴트맨"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작품의 취지를 재확인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관객이야 그렇게까지 직관적으로 잘 잡히지 않는 영화 속의 의미를 감잡을 리가 없고, 다소 특별한 아이디어를 형상화해서 작품 속 주연보다 "스턴트맨"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부정한 주연배우"를 단죄하고 "해피엔딩"을 맞는 역전된 이 작품이 크게 재미있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라이언 고슬링"의 팬과 "데이비드 리치"의 팬, "에밀리 블런트"의 팬이라면. 좀 더 나가서, 이 셋의 공유되는 팬인 "나"같은 이라면, 이 작품은 배가 터지도록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다.
이 글을 읽은 분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이 작품을 보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있으리라 감잡은 분이 있다면 바로 찾아서 보기를 추천한다.
*사족
1) 영화의 막판에 "제이슨 모모아"가 작품 속에서 희화화되고 건방진 주연 배우 역할을 하던 "톰 라이더"가 사라진 자리에 주연배우로 등장하는 내용이 나온다. 현재 줏가가 높긴 하지만, 뜬금없었다.
2) "톰 라이더"를 연기한 "애런 테일런 존슨"은 단선적인 악당을 연기하면서 혐오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기 못하고 이기주의자에 목소리가 얇게 나오는데, 이와 반대가 되는 이미지로 고른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라이언 고슬링"의 "콜트 시버스"와 외모가 많이 다른 배우가 주연이 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데, 그냥 뭉개면서 넘어가 버린 것 같다.
3) 극 중의 액자형식의 작품의 흥행이 잘 되는 것으로 나오긴 하는데, 극 내용이 너무 촌스럽기 때문에서 현실에서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잘 안 든다.
4) "에밀리"는 액션 감독을 거쳐서 자신만의 작품을 찍게 되는 여류 감독 "조디 모레스"로 나오는데, 극 중 뒤에서 외계인 탈분장을 한 "콜트"가 다가올 때, 화려한 액션으로 공격하고 볼펜을 다리에 꽃아 넣는 등의 위협적이고 파괴력 높은 액션을 보여주면서 왕년의 여전사 히로인 이미지를 잘 보여줬다.
5) 머뭇머뭇 자기가 해야만 했을 말을 우물쭈물 사랑하는 여자에게 던지지 못해서 둘 간의 골이 깊어지고 그것을 회복하지 못해서 이별이란 새드앤딩을 맞는 스토리에 종종 원형처럼 느껴지는 "라이언"이 주연이다 보니 "에밀리"와의 한번 깨졌던 사랑이 다시 회복되어 가는 과정에 긴장이 있다.
사랑에 "해피엔딩"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던 여감독은 다시 해피앤딩을 만들자고 하는 "스턴트맨"의 낙관을 만나 자신의 사랑을 회복하고 해피엔딩을 맞게 되는데 이것이 반전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