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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Sep 29. 2024

울프스, 돌려보기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샤데이, 빌 위더스의 팬을 위한 애플의 선물

(사진 출처: Biennale Cinema 2024)


"모나크"에 대해서는 아직 시즌 1의 에피소드를 애플 TV에서 보아 가는 중이고 "슬로 호시스"의 시즌 4는 보는 중간이며 시즌 1에 대해서는 글을 썼다. 시즌 2, 3도 꼼꼼히 다 봤지만 글은 안 썼다.


시즌 1의 에피소드를 다 봤던 것도 아니면서 "나쁜 원숭이"에 대해서는 글을 써서 알려야겠다는 맘이 들었지만 왜 "모나크"와 "슬로 호시스"에 대해서는 리뷰 글 쓰기를 보류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그만큼 "나쁜 원숭이"가 예상치 못한 스토리가 전개되기는 하지만 에피소드 전체를 보지 않아도 어떤 분위기 때문에 그걸 보게 되는지 등의 매력 포인트만 설명하고 써도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나크"는 "고질라"를 미국 드라마로 잘 풀어가는 전개와 일본 특촬물 형태의 그래픽보다 훨씬 세련된 장면 등으로 매우 매력적인 동시에 왕년의 유명 액션 배우 "커트 러셀"과 아들인 "와이엇 러셀"도 나오면서 보다 넓은 세대를 공략했다.



(출처: TV Fanatic)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여정에 넣으면서 지역색도 확장한 작품이지만, 섣불리 먼저 글을 썼다간 이 시즌 1의 가치를 제대로 해독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게 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다.


(출처: IGN)



"슬로 호시스"는 시즌 1, 2, 3이 시즌이 거듭되면서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확장 변형 조합되는 맛이 끊이지 않는 수작이다 보니 정말로 많은 사람이 보고 나서 리뷰를 쓰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 꼭 내가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정말로 있었다. 그렇지만 시즌 4가 왠지 모르게 좀 김 빠지는 분위기로 가는 정황도 있다 보니 끝이 난 뒤에 대신 변명해 주는 글을 쓰려고 기다린다.


그 과정에서 "나폴레옹 감독판"을 보려고 건드렸다가 긴박감이나 흥미진진함이 모자란 반면에 너무 긴 작품의 길이에 질려 더 보질 못하고, 일단 보기를 중단했다. "샤프"도 괜찮을 것 같아 손은 댔지만 왠지 모르게 진도를 내기가 꺼려지고, "딕 터핀의 허무맹랑한 모험 이야기"는 첫 에피소드에 질렸다.


 


대략 50% 정도가 볼만한 수작이 걸리게 되는 확률 같다. 그러다 오늘 다른 배우도 아니고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오션스 시리즈(2001~7)"와 "번 애프터 리딩(2008)"에 이어서 오랜만에 눈을 의심하게 될 정도로 같은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작품인 "울프스" 광고가 나타나 100%로 보였다.


(출처: Bright Side)


이 두 사람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화제성은 충분하고 광고 편을 보니 예상치 못한 전개와 더불어 둘 간의 브로맨스가 어느 정도 벌어지겠구나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감독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각본가로 유명한 "존 왓츠"였으므로 이 작품이 실망을 시킬 이유가 없으리라 믿었다.


미리 답변을 끌어다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생각하고 보다간 큰코다친다. 하나 더 어마어마한 함정은 1시간 47분 정도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상영시간이다. 실망해서 끄려도 해도 그냥 더 보게 만드는 힘은 미드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단 한 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란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할만한 수준의 작품이 아니었던 것은 사실이고, 드라마의 첫 편이나 이후 후속편의 티저 수준의 작품이라고 한다면 그럭저럭 인정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두 배우가 아무리 늙고 개런티가 떨어졌다고 해도 여러 번 같은 작품에 "오션스 시리즈"처럼 나와주긴 어려울 것 같다.


다른 길고 지루한 작품이라면 "나폴레옹 감독판"처럼 중간에 끊고, 정말로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로울 때를 기대하면서 넘어갈 만도 하건만 이 건 그게 안된다. 본전 생각에 끝까지 보게 된다.



하지만 도입부는 꽤 잘 만들었다. 일단 젊은 남자를 호텔방에 데리고 와서 즐기려고 했던 가정이 있고 강력한 검사로서의 유명세도 갖고 있는 중년의 여검사가 그 남자가 갑작스럽게 침대에서 떨어져 죽은 것처럼 보이자 아노미에 빠져 번민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어디에선가 받은 특별한 번호로 연락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야 할지 "아이폰"을 들어서 피투성이의 액정 아래로 떠오르는 연락처 몇 곳에 연락을 하려다가 믿을만한 누군가로부터 이런 일이 있을 때 연락하란 번호로 받은 곳에 연락을 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멘트가 들려온다.


그다음에 다시 연락이 와서 "이 번호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묻는 익히 아는 "조지 클루니"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꽤 잘 만들어진 전개였다. 이른바 문제가 생기면 말끔하게 벌어진 적이 없었던 것처럼 문제를 원상복귀시키는 "해결사"로서 오래된 경력을 가진 전문가가 연락을 받았구나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이 이후부터 긴장감을 망가뜨리는 부분은 흥행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콤비물로 "조지 클루니"에 이어서 "브래드 피트"를 등장시켜 같이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낸 설정이 딱히 아주 필연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처: Filim Fugitives)


물론, 맨 마지막에 가서는 두 사람이 간과한 "의뢰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음모의 한복판에 빠지게 된 설정을 설명하게 되는 일종의 반전으로 작용하지만 1시간 47분만으로 풀어내기엔 모자랐다. 그리고 사실 그보다 긴 시간을 들였다고 해서 이 극화가 딱히 더 재미있어질 만한 여지도 없어 보인다.



(출처: IMDB)

  


내 귀를 즐겁게 해 준 것은 "조지"가 자신의 차를 운전할 때마다 카 스테레오에서 나오는 것처럼 들리는 "샤데이(SADE)"의 "Ordinary Love"와 "Smooth Operator" 등의 노래와 "조지"의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고 이후에 서로를 경원시하던 둘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나오는 "빌 위더스"가 부르고 "글로버 워싱턴 주니어"가 작곡한 "Just The Two Of Us"가 꽤 잘 맞게 흘렀던 것이었다.


이 음악을 감각적으로 잘 배치하고 나오는 순간도 자연스럽게 연출한 부분에서는 세심함과 감각적인 연출 능력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이 정도만으로 건질만한 것은 다 건진 셈이라 날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트렁크에 넣어 운반하다가 갑자기 살아나서 날뛰거나 팬티 차림으로 도망 다니는 20대 대학생이 차로 부딪힐뻔한 장면에서 공중제비를 멋들어지게 해서 땅에 제대로 착지하는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찍는데 꽤 공을 들였는데, 그 이유가 뭔가 싶었다.


마치 예고편에서는 마약이 준 특별한 능력이 발휘되었거나 그가 새로운 종류의 "울프"로서 기존 해결사 2인과 공조하게 되거나 후계자가 되거나 혹 늑대인간과도 같은 괴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등의 상상을 하게 만들기 위해 이 장면이 필요했던 것 같지만, 본작에서는 그저 그 장면은 그게 다다.


오랜 시간 해결사로서 살아온 "조지"가 현장에서 맥을 짚어보고도 그가 죽었다고 어설프게 진단했었다는 것이 잘 와닿지가 않고, 급작스럽게 가까워진 2명 간의 관계가 필연적으로 보이기에는 공동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알바니아 갱단과 크로아티아 갱단과의 총격씬 장면의 치열함 등이 엷어 보인다.


이러다 보니 정말 큰돈을 들이고 이 두 사람의 스케줄을 맞춰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였을 텐데, 이 정도의 상품적 가치밖에 못 지닌 영화를 남긴 데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지고 있을까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기획에 숙고 없는 각본, 전문적이긴 하겠지만 확장성이나 깊이 등이 동반되지 않는 연출, 사회적인 시사성 같은 것은 눈뜨고 찾아봐도 없는 평면적인 갱스터 소재, 모자란 시간과 비용에 쫓겨서 대충대충 만들어진 총격씬 등등이 저평가를 받는 이유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의 품질이 어떠한가를 떠나서 그저 볼 시청자가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같이 나오는 영화를 오랜만이든 생애 처음이든 보면서 1시간 47분간 흐뭇한 기분에 빠져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영화다. 더불어 "샤데이"와 "빌 위더스"의 곡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들려온다.


그렇기에 만약, 이 두 사람의 거물 배우가 등장하고 감독도 수준급이어서 기대할 수 있는 품질의 영상과 극화가 나오길 기대하고 보려고 한다면 필히 실망할 수밖에 없다. 실망이 안되면 두 사람의 팬, 실망한다면 영화의 팬. 이렇게 분류하면 될 것 같다.



(출처: Polygon)



사족: 이런 이벤트성의 작품에 대한 팬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부응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지"는 그 자신 직접 영화를 만들기도 하는 감독이고 "브래드" 역시 제작사를 갖고 있는 이로 알고 있는데,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도록 방치했다는 것이 아쉬운 흑역사처럼 느껴진다.


애플 TV 쪽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이같이 큰 이벤트인 것은 분명한데, 왜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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